난 과학이 어렵다.

지구니 행성이니 광년이니 이런 단어가 꼭 외계인들의 언어 같다.

그러다보니 과학에 대해 특히 지구과학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수 금 지 화 목 토 해 천 명으로 외우던 행성의 순서뿐이다.

그러던 내가 눈을 반짝거리며 본 책이 바로

‘지구 밖으로 떠나는 신비한 태양계 탐험’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나온

<다음 정거장은 해왕성>이다.

이 책을 콜라주 기법으로 유명한 작가인 스티브 젠킨스가 그렸다는 것도

반가웠지만 과학자인 그의 아버지와 함께 만들었다는 설명에

책을 펴기도 전에 신뢰감과 더불어 기대감이 들었다.

역시,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었다.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을

스티브 젠킨스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나간 그림책이었다.

태양계는 어느 정도의 규모인지

태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생겨났는지

태양계를 구성하는 아홉 개의 행성은 태양에 비해 어느 정도의 크기이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다양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보여준다.

예를 들어, 태양을 농구공 크기라고 생각한다면 지구는 완두콩 정도이고

화성은 옥수수 알 정도라는 글에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뒤 이어서 각 행성의 특징과 규모를 한 장에 걸쳐 다양한 그림과

꽤 전문적인 내용으로 풀어놓았다.

엄마입장으로는 수박 겉핥기식의 무늬만 과학책인 도서보다 훨씬 좋았지만

아이들은 어땠을까? 내용은 진지하지만 부드러운 느낌의 그림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설명 때문인지 아이들 역시 어렵지 않게 읽어나갔다.

특히 초등학교 삼학년 아이는 교과과정에 나오는 지구와 달을 연계시켜

이해하였다. 초등학교 아이는 이 책을 통해 태양계와 지구를 앞으로도

어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다. 일학년 동생은 우주인이나 우주선 그림에

열광했다. 또한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지식인데도 큰 저항 없이 받아들였다.

내심 이것저것 질문해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이다.

나는 마치 멋진 과학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텔레비전에서 본 듯한 느낌을

받으며 책장을 덮었다.

이제는 태양계니 소행성이니 이런 단어가 괜히 반가울지도 모르겠다.

비 내리는 가을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 떠난 태양계 여행.

멋진 토성과 차가운 해왕성을 지나고 보니 어느새 지구 우리집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