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조금 오랫동안 생활했던 적이 있었던 내게, 그곳에서 사는 외국인들은 반가운 친구이고 이웃이었다. 다들 일본에 온 목적은 달랐지만 타향이라는 입장에서는 동료애도 느끼고 외로움도 서로 공유할 수 있어서 그 나라 현지인들보다도 더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었다. 아는 사람들 중에는, 비자가 끊겨서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되어 숨어지내야했지만,돌아가지 못하고 숨죽여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  일본인과 다툼이 되어 입건되고 강제추방당한 사람도 있다. 그럴때마다 내 가족인양 참 마음이 안 좋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합법적이고 무리한 노동을 요구받는 그런 환경이 아니더라도 외국이라는 낯선 땅에서의 삶은 외롭고 힘들때가 더 많다. 잘 지내고 적응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래도 가끔은 고향 생각만 하면 마음이 시리고 그리워지는게 타향에서 느끼는 감정일 듯하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근로자들이 참 많이 들어와 있는걸 피부로 실감한다. 근처 식당에만 가도 말이 어색한 중국동포나 외국인들을 만나볼 수 있다. 외국에서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지금에야 덜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때문에 한번은 더 쳐다보게 되는게 사람 심리인 것 같다.

 

우리나라 작가가 쓴 작품인 이 책은 한국에서 불법노동자가 되어 살아가는 방글라데시 사람인 샨타네 가족을 그리고 있다. 한국에서 만나서 서로 부부가 된 샨타의 아빠와 엄마, 동생과 함께 네식구다.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샨타네 아빠는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해서 힘들게 일했지만, 고용주가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자 연수생 신분에서 불법체류자로 다른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하지만, 단속반이 뜰때마다 숨어서 마음 졸여야했고, 고용주의 무리한 요구로 그만 허리까지 다치고 만다. 고용주인 사장에게는 불법체류라는 신분때문에 떳떳하게 임금을 요구할수도 없는 상황이라 입국할때 도움을 준 사람을 만나 빌려준 돈을 받으려하지만, 그만 다툼이 되어 아빠는 강제출국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남은 엄마와 샨타와 동생은 아빠와 멀리 떨어져 지내야하는 샨타의 가족들. 그래도 샨타에게는 힘이 되어주는 한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충격적인 사건으로그만 헤어지게 된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불법체류’라는 사실하나만으로도 마음졸여야 하는데, 힘든 노동에 임금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현실이 있다고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런 힘든 상황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친구를 그리워하는 샨타와, 한국을 그리워하며 라면에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서 먹는 샨타 아빠의 모습에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도 일본에서 방글라데시의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은 모두 엘리트들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며 일본에서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을 온 것이었다. 이 책 속의 샨타네 가족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었다. 못사는 나라라고 무시할 것 없고 잘사는 나라라고 우러러 볼 필요도 없다는 사실을, 다 같은 지구촌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그때 깨달을 수 있었기에, 이 책이 참 가슴아프면서도 뭉클했다. 책의 저자의 머리말의 말처럼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들이 한국을 따스한 나라라고 인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외국인 근로자는 물론이고 요즘 다문화 가정도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범죄 현장에서 부각되어지는 부분에 외국인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이웃에 더불어 사는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기보다 따스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한 것 같다.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도 진한 감동과 함께 많은 생각을 가져다 줄 한권의 책으로 꼭 추천해주고 싶다.

 

읽고 난 후에 다시 읽어본 저자의 머리말에 나오는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사람은 어디에서 왔건 무슨 일을 하건,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어요. 마음을 열면 세상도 그만큼 넓어질 거예요. 우리 모두는 같은 ’사람’이니까요."
페이지 : p9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를 꿈을 꾸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 책을 통해 많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