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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통통한 벅 멀리건이 거울과 면도칼이 엇갈려 놓여 있는 면도 물 종지를 들고, 층층대 꼭대기에서 나왔다.

페이지 : 37

바다는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야.

페이지 : 40

	찬탈자.

페이지 : 70

"당당하고, 통통한 벅 멀리건 ~ 알따레 데이(p.37, 1~4줄)."
면도하려고 층층대로 올라오는 벅 멀리건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아무도 자신을 위협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에 당당하다. 그리고 그가 외친 "Introibo ad altare Dei(인뜨로이보 아드 알따레 데이)"는 가톨릭교의 미사 처음에 미사 집행사제가 복사에게 건내는 성구이다. 이 작품에서 스티븐은 ’텔레마코스’ 외에도 ’복사[선교사나 신부의 시중을 드는 사람과, 미사와 다른 전례 중에 주례자를 도와 예식을 원활하게 거행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사람(출처: 네이버 백과사전)]’를 상징한다. 멀리건 역시 ’안티노우스’뿐만이 아니라 ’미사 집행사제’를 뜻한다. 그럼에도 그는 기독교, 특히 가톨릭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것은 조이스가 가톨릭을 풍자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즉, 멀리건이 한 이 말은 ’마텔로 탑의 층층대’가 ’하나님의 제단’과 같다는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종교적 모독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발걸음을 멈춘 채 ~ 제주이트 교도(p.37, 5~6줄)!"
멀리건이 올라오지 않는 ’킨치(스티븐의 별명. ’날카로운 칼날’이라는 뜻을 지님)’를 부른다. 그러면서 그는 스티븐 데덜러스를 ’겁 많은 제주이트 교도’라고 말한다. 실제로 스티븐은 제주이트교(예수회)파의 학교를 차례차례 졸업했다. 참고로 ’제주이트(예수회)’란 1534년 성(聖) 로욜라가 창설한 가톨릭 남자 수도회의 하나이다. 멀리건이 스티븐 데덜러스의 지배자이기 때문에 그는 킨치를 마음껏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스티븐은 멀리건이 자신에게 하는 조롱을 참아야 한다.

"엄숙하게 그는 앞으로 나아가 ~ 냉정하게 쳐다보았다(p,37, 7~13줄)."
조이스의 작품에서는 부사와 형용사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심지어 문장 부호의 유무마저 연구의 대상이 된다. 그러므로 ’엄숙하게’라는 부사 속에는 그가 즐겨하는 가톨릭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 멀리건의 소개 부분에 종교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단어 ’엄숙’을 넣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단은 전체가 종교적 풍자이다. 이 ’엄숙하게’라는 부사 이후에도 멀리건은 사이비 신부 흉내를 내며 가톨릭을 풍자하고 있다. 자연에게 축복을 빌고, 올라오는 스티븐에게 성호를 긋는, 짐승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멀리건은 결국 ’사이비 미사 집행사제’를 상징하는 것이다. 스티븐 데덜러스는 그러한 멀리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태도 역시 멀리건에게는 조롱과 공격의 대상이 된다.

"벅 멀리건은 ~ 침묵을, 모두들(p.37~38, 14줄~19줄)."
벅 멀리건은 거울을 통해 스티븐을 본 후, 그에게 말한다. "막사로 돌아가란 말이야!" 이것은 군대의 명령 구호로도 해석될 수 있고, 비누거품이 그리스도의 피와 포도주의 동질화를 이루는 과정에서 멀리건이 그것을 명령하는 일종의 흉내라고도 해석될 수 있으며, 또한, 졸린 스티븐의 모습을 본 멀리건이 그에게 잠자리로 가라고 명령하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중, 세 번째 의미가 가장 타당하다고 역자는 생각하는데, 나 역시 그렇다.
이 부분도 종교적인 풍자의 면이 강하다. 이 부분에서 멀리건은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때 하신 말을 풍자하고, 미사의 성변화 과정을 흉내낸다.

"그는 비스듬히 ~ 대답했다(p.38, 20줄~23줄)."
이 작품에서 쓰이는 중요한 서술 기법 중 하나인 ’의식의 흐름’이 최초로 사용된다. "크리소스토모스"가 바로 그 시작이다. ’크리소스토모스(Chrysostomos)’란, ’황금의 입’이란 어원을 가진, 그리스의 대웅변가이자 신부이다. 스티븐은 멀리건의 모습을 보고 크리소스토모스를 연상시킨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멀리건의 휘파람에 두 번의 휘파람이 반응하는데, 이것은 미사의 끝을 알리는 세 번의 종소리를 암시한다. 즉, 스티븐에 대한 미사를 마친 것이다. 이제 스티븐은 자신의 죄를 고백하기만 하면 된다.

"―고마워요, 영감님 ~ 조용히 퍼졌다(p.38, 24줄~29줄)."
스티븐은 성변화를 위한 자신과 하나님 사이의 영교를 스위치로 꺼주기를 부탁한다. 이것은 스티븐이 더 이상 신과 교제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다. 스티븐 데덜러스는 멀리건의 모습을 보고 성직자를 연상시킨다. 사실 1장에서 정말로 멀리건은 신부이다.
스티븐이 한 "―고마워요, 영감님, 그만하면 되었어요. 전류를 꺼 주시겠어요, 네?"는 멀리건에 대한 하나의 조롱이다. 그러자 멀리건은 그것에 응수한다. 한 술 더 떠, 멀리건은 계속해서 스티븐을 조롱한다.

"―그것 참 조롱할 일이야 ~ 고대 그리스인(人)이지(p.38~39, 30줄~31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의 이름을 조롱한다. 스티븐 데덜러스라는 그의 이름은 그리스 신화와 관련이 있다. ’스티븐(Stephen)’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사도행전에 나오는 성 스데반을 영어로 표기한 것이다. 그리고 ’데덜러스(Dedalus)’라는 이름의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서 천재적인 미로 발명가 ’다이달로스’를 영어로 표기한 것이다. 즉, 스데반과 다이달로스라는 인물이 그의 이름 속에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 이름 자체가 조이스의 문학의 지배적인 주제가 된다.

"그는 다정한 익살로 ~ 가장자리에 앉았다(p,39, 32줄~35줄)."
멀리건은 그 익살 후, 흉벽으로 올라간다. 스티븐은 자신이 지친 것을 알면서도 뒤따라간다. 이것이 영국과 아일랜드의 관계이다. 영국은 아일랜드를 조롱할 수 있고, 아일랜드는 그것에 응수할 수 없다. 만약 똑같이 응수한다면 돌아오는 것은 더 거대한 조롱과 익살이다. 또한, 아일랜드는 영국이 가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 아일랜드가 지쳐 있더라도 말이다. 만약 따라 올라가지 않는다면 아일랜드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벅 멀리건의 쾌활한 목소리가 ~ 자넨 갈 텐가(p.39, 36줄~40줄)?"
맬러카이 멀리건은 ’자기조롱’을 한다. ’맬러카이’라는 이름은 헤브라이어로 ’나의 사자’라는 뜻인데, 성서에 나오는 엘리야의 재림을 예고한다. 또한, 그 이름은 10세기말 아일랜드의 ’맬러키’ 대왕을 상기시키는데, 그는 예언의 선물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스티븐이 고가티에게 지어준 이름으로 ’동성애’의 속어이다. 결국 ’맬러카이’라는 이름은 종교적 예언에 대해 암시한다. 나는 ’소개’ 부분에서 아테네가 ’바다’라고만 했지만, 사실 멀리건 역시 스티븐에게 종교적인 예언을 하는 ’아테네’이다.
맬러카이 멀리건은 그 다음에는 스티븐을 조롱한다. 스티븐의 이름이 그리스 풍을 띠고 있다는 걸 이용하여, ’아테네’로 가자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스티븐은 부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는 더 이상 그것에 대해 다루고 싶지 않아서 화제를 돌린다.

"그는 솔을 ~ 머물 작정인가(p.39, 41줄~46줄)?"
멀리건이 스티븐을 냉소하는 태도로 묻는다. 하지만 그 물음 역시 하나의 조롱이며, 그래서 스티븐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스티븐은 부끄러움을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친구 ’헤인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만약 그것이 드러난다면 더 큰 조롱을 얻게 될 테니까) 친구를 이용하는 스티븐 데덜러스의 모습에서 우리는 나약한 예술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헤인즈’는 조이스의 옥스퍼드대학 동창생이었던 트랜치가 모델이라고 한다. 그는 아일랜드 출신 영국인 가문 태생으로, 아일랜드 민속을 연구하려 스티븐과 멀리건과 함께 당분간 마텔로 탑에 기거한다. 그러자 멀리건은 헤인즈를 조롱한다.

"벅 멀리건은 ~ 칼날 말이야(p.39, 47줄~52줄)."
벅 멀리건은 헤인즈를 조롱하는 것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그로 인해서 스티븐을 조롱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벅 멀리건은 헤인즈를 "지긋지긋한 놈", "진저리나는 놈"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스티븐이 그런 녀석에게서조차도 신사라고 불릴 수 없는 놈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는 영국의 거만함과 탐욕을 상징하는 ’옥스퍼드 출신’이 바로 스티븐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들 경칠 영국 놈들! 돈과 소화불량으로 배가 터질 지경이지. 왜냐하면 그는 옥스퍼드 출신이니까. 알겠나, 데덜러스, 자네가 진짜 옥스퍼드 모양새를 하고 있어."라고 말하던 멀리건은 이어 스티븐에게 "그는 자네를 이해하지 못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출신’과 ’모양새’가 다르다는 것이다. 헤인즈는 거만함과 탐욕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그 곳에서 나온 데에 반해, 스티븐은 그 탐욕과 거만함에 굴복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멀리건은 자신이 지어 준 스티븐의 별명을 가지고 스티븐을 조롱한다.

"그는 턱 위로 ~ 케이스는 어디 있지(p.39~40, 53줄~55줄)?"
스티븐은 멀리건에게 맞서서 조롱을 해야 하지만, 도리어 헤인즈를 조롱해 버린다. 하지만 그 조롱은 한 마디뿐이고, 이윽고 스티븐은 지금 논의되고 있는 문제와는 전혀 다른 "그의 엽총 케이스는 어디 있지?"라고 말한다. 결국 그는 멀리건의 비난을 받고서야 멀리건의 조롱에 맞선다. 그의 회피적인 태도는 사실 지배당하는 자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다. 참고로, 검은 표범이란 중세의 동물 우화에서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스티븐이 헤인즈에게 한 유일한 조롱은 "그는 밤새 그리스도에 대해 헛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종교적인 풍자를 즐겨 하는 멀리건에게 있어서 그러한 조롱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지독한 정신병자야! ~ 나는 떠나겠어(p.40, 56줄~60줄)."
멀리건은 스티븐의 회피적인 태도에 대해 비난을 한다. 멀리건이 화를 낸 것이다. 스티븐 역시 멀리건에 응수하는 뜻으로 "맞아"라고 대답하지만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다. 그리고 스티븐은 헤인즈를 부정한다. 이것은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하고 여기 바깥 어둠 속에서"라는 그의 말에서 알 수 있다. 그런데 스티븐은 예언을 하는 자의 역할을 대신해서 예언을 한다. "자네(멀리건)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지." 사실 1장의 후반 부분에서 어떤 신부가 수영을 마치고 올라오는데, 스티븐이 그것을 멀리건이 물에 빠진 신부를 구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나온다. 스티븐은 이 말에서 일종의 예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스티븐은 자신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나는 영웅이 못 돼요."
하지만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초고의 제목은 『영웅 스티븐』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스티븐 데덜러스는 영웅이었지만, 지금에서 와서 그는 영웅이 되지 못한다. 이것은 블룸이 오디세우스와 같이 될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이아』2권의 회의에서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안티오누스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스티븐은 영웅이 될 수 있었으나, 멀리건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스티븐은 이렇게 말한다. "만일 녀석이 계속 여기 머물면 나는 떠나겠어." 이 말이야말로 자신의 친구 헤인즈를 부정하는 것이다. 이 말 역시 스티븐이 책임과 조롱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한 일종의 수단이다.

"벅 멀리건은 ~ 자세히 들여다보며, 말했다(p.40, 61줄~68줄):"
벅 멀리건은 손수건을 가져오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는 자신과 다른 위치에 있는 스티븐에게 다가 와, 그의 허락도 없이 주머니를 뒤진다. 그러나 스티븐은 굴욕감과 수치심을 참고 멀리건이 자신의 손수건을 치켜드는 것을 지켜본다. 조롱한 아일랜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영국의 조롱에 대한 인내뿐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 얼마나 인권을 손상시키고, 인격을 무시하는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시인의 코수건이다! ~ 그렇잖아(p.40, 69줄~70줄)?"
이 부분은 스티븐의 예술성에 대한 멀리건의 냉소주의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멀리건은 스티븐을 아일랜드의 ’시인’이라고 놀린다. 스티븐은 ’예술가’이지, ’시인’이 아니다. 그리고 멀리건은 자신 역시 아일랜드의 시인이라고 주장하듯 "우리들"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그것 역시 조롱의 수단이며, "코딱지초록빛"이라는 모욕의 상징을 ’시인’ 스티븐에게 부여한다. 멀리건은 시인 스티븐이 가지고 있는 손수건의 색을 그렇게 표현하면서, 스티븐뿐만이 아니라 아일랜드의 시인들까지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스티븐에게 있어선, ’영웅 스티븐’도, ’예술가 스티븐’도 아닌 ’시인 스티븐’이라는 말은 견딜 수 없는 모욕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스티븐은 그 영광스러운 명칭이 상실되어 버렸다. ’영웅 스티븐’은 자신의 잘못에 의해, ’예술가 스티븐’은 멀리건에 의해 상실된다.

"그는 다시 흉벽에 올라가 ~ 와서 보게나(p.40, 71줄~77줄)."
멀리건은 흉벽에 올라가 바다를 쳐다본다. 그는 앨지의 시에서 나온, 호메로스의 시에서 나온 바다에 대한 묘사를 인용하며, 다시 한 번 스티븐의 예술을 조롱하는 의미로 "코딱지초록빛 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바다’라는 말을 원문으로 읽게 한다(바다는 그리스어로 ’탈라타’라고 말한다. 또한, 이 ’탈라타’라는 말은 크세노폰이 페르시아 왕과 싸운 후 흑해에 당도하여 바다를 보고 부르짖은 말이다.). 그 후, 멀리건은 ’시인’에게 바다를 보라고 하며 이렇게 말한다.
"바다는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야."
나는 ’소개’ 부분에서 바다가 아테나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가 있다. 멀리건은 자신과 스티븐이 바다(아테네, 곧 신神)의 아들, 즉 신의 아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스티븐에 대한 조롱이 담겨 있다. 멀리건 자신은 사제(신의 아들)이지만, 스티븐은 ’영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한낱 지상의 ’시인’일 뿐이다. 그는 영웅의 아들도, 신의 아들도 아니다. 그저 구혼자들에게 순종하는 자일 뿐이다. 『오디세이아』를 보면, 호메로스는 가끔 텔레마코스에게 ’신과 같은’이라는 형용사를 붙인다. 이 형용사가 가진 의미는, 곧 텔레마코스가 신적인 존재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스티븐 데덜러스(텔레마코스)는 신적인 존재도 아니고, 심지어 영웅조차 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바다는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라는 말은 스티븐에 대한 일종의 냉소주의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말 속에는 여러 가지 뜻이 더 담겨 있다. "바다"라는 말을 『율리시스』의 원문에서 보면 "그녀(she)"라고 표현되어 있다(이는 아일랜드Island 역시 마찬가지다. "아일랜드" 역시 "그녀she"로 불린다.). 이 말은 바다, 즉 대자연이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블린만을 둘러싼 바다의 모습은, 마치 자식을 품는 어머니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그녀는 감미롭다(sweet).

"스티븐은 자리에서 일어나 ~ 스티븐이 침울하게 말했다(p,40, 78줄~84줄)."
멀리건이 한 말, 즉 "바다는 우리들의 위대한 어머니야"와 "우리들의 강력한 어머니(이 말은 아일랜드 출신 시인이자 접신론자인 조지 러셀george russell이 그의 시에서 즐겨쓰는 말이기도 했다. 그는 『종교와 사랑』이라는 수필에서 ’강력한 어머니’를 ’그의 정신적 모습에서의 자연’이라고 정의한다.)!"라는 말은 스티븐으로 하여금 그의 죽은 어머니를 떠오르게 한다. 멀리건의 말은 그 자체로도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무엇보다 그의 말은 스티븐의 의식을 흐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스티븐은 멀리건의 말을 따라 흉벽으로 건너가 ’어머니’인 바다를 쳐다본다. 스티븐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책 속에서는 그것이 드러나 있지 않지만). 멀리건도 그것을 눈치채고 먼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숙모는 자네가 자네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는 말했다. 그것이 그녀가 자네와 내가 사귀는 걸 못마땅히 여기는 이유야."
그러자 스티븐은 화답하듯이 대답한다.
"―누군가가 그녀를 죽였지, 스티븐이 침울하게 말했다."
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그것은 죽음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를 잃은 스티븐의 심정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네는 무릎을 ~ 깃들어 있어(p.41, 85줄~89줄)…."
스티븐에게 종교는 일종의 질서이다. 그러나 그것은 감정의 부정이요, 생의 기권이다. 종교를 세속의 짐으로 여기는 스티븐에게 종교를 강요했던 그의 어머니의 영전에 그는 무릎을 끓고 기도하기를 거절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양심의 가책이 하루종일 그의 의식을 적신다. 즉, 스티븐의 의식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여기 있다는 것이다. 예술가와 영웅에게는 무질서가 필요하며, 감정이 필요하고, (생)삶이 필요하다. 그러나 종교, 즉 가톨릭 교회는 스티븐에게는 세속의 짐으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그런 스티븐에게 어머니는 계속 종교를 강요하면서, 무릎을 끓고 기도하기를 요구한다. 그 때, 스티븐은 그 요구를 거절했지만, 어머니가 죽은 지금, 그는 그것을 들어주어야 했다. 스티븐 데덜러스에게 이 말을 한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의식의 흐름의 키워드를 제공하는 자이다. 한편, 멀리건은 스티븐이 어머니에게 한 냉소적인 태도를 조롱하기 위해서 "냉혈동물"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이 말은 니체가 『적그리스도』 1부에서 ’초인(위버멘시)’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다. 멀리건은 자신보다 냉혈성을 띤 그를 조롱한다. 비록 자신도 냉혈동물이지만, 죽기 직전의 어머니의 부탁 정도는 들어주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탁조차 들어주지 않는 스티븐은......... 뭔가 큰 악성을 띠고 있는 게 분명하다. 사실 정말로 그에겐 어떤 이유도, 동기도 없다. 그저 어머니의 부탁을 거절했을 뿐이다.

"그는 갑자기 말을 끊고 ~ 가장 귀여운 광대란 말이야(p.41, 90줄~93줄)!"
멀리건은 다시 스티븐을 조롱한다. 그는 스티븐이 "귀여운 무언극의 광대"인 브루투스라고 생각한다. 멀리건 역시 그의 숙모처럼 스티븐이 어머니(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븐은 이로써 살인자가 되었다.
그런데 그가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뿐만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 부분은 이 작품에서의 의식의 흐름을 제외하고는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에서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가장 힌트가 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도 어머니의 죽음은 나오지 않으며, 그 소설의 초고인 『영웅 스티븐』에서도 그 부분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스티븐이 그의 어머니를 죽였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없다.

"그는 고르게 그리고 조심스럽게 ~ 죽음의 침상 곁에 놓여 있었다(p.41~42, 94줄~105줄)."
멀리건은 그 조롱을 가볍게 여기고 바로 면도에 들어가지만, 스티븐은 그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한다. 스티븐은 자신이 어머니를 죽였다는 양심의 가책과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인 모성애를 구별한다. 즉, 자신이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를 죽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스티븐의 이러한 의식 상태를 보면, 우리는 마치 그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병으로 죽은 것이었다. 그 이후의 서술을 보자면 이렇다. "하얀 사기 그릇 하나가 그녀의 크고 신음하는 구토의 발작 때문에 그녀의 썩어가는 간장으로부터 토해낸 녹색의 질퍽한 가래침을 담은 채 그녀의 죽음의 침상 곁에 놓여 있었다."
스티븐은 어머니가 죽었을 당시의 분위기를 떠올리며, 더블린 만, 즉 또 하나의 어머니를 바라본다. 이것은 그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행동임을 알 수 있다.

"벅 멀리건은 면도칼날을 ~ 움푹한 곳을 공격했다(p.42, 106~110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을 불쌍하게 여기는 척하며 그를 조롱하려고 "불쌍한 개몸뚱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하나님의 몸’이라는 기도 문구의 도치로서, 흑미사와 연관되어 있다. 이어,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셔츠와 코딱지 손수건을 주어야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멀리건은 스티븐의 바지가 불편하지 않느냐고 묻는데, 데덜러스는 "아주 잘 맞아"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멀리건은 당황한 듯이 아랫입술을 깨문다. 스티븐은 본의 아니게 멀리건의 조롱에 맞선 셈이다. 이에 멀리건이 가만히 있을리 없다. 그 다음 장면은 멀리건은 스티븐을 조롱하는 장면이다.

"―그것 참 조롱할 일이야 ~ 경치게도 멋지게 보여(p.42, 111줄~114줄)."
멀리건은 "그것 참 조롱할 일이야"라는 말을 38페이지, 30번째 줄에서 말한 바 있다. 그가 이런 말을 다시 한다는 것은 자신의 조롱에 맞선 스티븐을 더 강력하게 조롱하기 위한 것이다. 멀리건은 "매독에 걸린 술꾼이 입다 버린" 바지를 스티븐 데덜러스가 입고 있다고 말한다. 즉, 멀리건은 스티븐이 매독에 걸린 술꾼이나 다를 게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그는 자신의 줄무늬 진 회색 바지를 스티븐이 입으면 세련되게 보일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벅 멀리건은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욕인 "경칠(damn)"이라는 말을 쓴다. "경칠"이라는 말은 호된 꾸지람을 듣거나 벌을 받게 됨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영어로는 "빌어먹을"이라는 속어·감탄사를 뜻한다. 이 damn이라는 표현은 약간 신성모독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흔히 신성을 풍자한다고 한다.

"―고마워, 스티븐이 말했다 ~ 입을 수 없단 말이지(p.42, 115줄~118줄)."
스티븐은 어머니 메리 데덜러스의 장례식인 1903년(실제로 제임스 조이스의 어머니는 1903년에 암으로 죽었다) 6월 26일 이후 1년 동안 검은 상복만 입겠다는 고집으로,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 그러자 멀리건은 자신의 제안을 스티븐이 거절했다는 것에 대한 조롱이 아니라, 이런 조롱을 한다.
"자기 어머니를 죽이고서도 회색 바지는 입을 수 없단 말이지."
멀리건은 이 말을 거울(초상)에 자신의 얼굴에 대고 말했다. 멀리건이 한 이 말은 풀어쓴다면 이렇다.
"자네는 자네의 어머니의 마지막 약속마저 들어주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는 것인가? 자네와 어머니와의 약속은 자네가 자네의 어머니의 약속을 들어주지 않는 그 순간부터 ’고집’으로 변해버렸어."
스티븐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후에야 그녀와의 약속을 이루려는 셈이다. 그래서 멀리건의 제안도 무시한 것이다. 그러니 멀리건이 조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예의는 예의라"라는 멀리건의 말은 "Measure for Measure"을 연상시킨다.

"그는 면도칼을 깔끔히 접고 ~ 광인의 전신마비 말이야(p.42, 119줄~124줄)!"
멀리건은 면도를 마치고, 자신을 바라보는 스티븐에게 어젯밤 자신과 쉽 주점에 함께 있었던 저 녀석(그)이 스티븐이 GPI에 걸렸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GPI는 의학용어로, ’닻단백질’로 추정된다. 그리고 스티븐이 GPI에 걸렸다고 말한 사람은 전신마비로 리치먼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는 바다 위를 방금 ~ 이 지긋지긋한 시인아(p.42~43, 125줄~129줄)!"
멀리건은 방금 자신이 말한 것을 바다에 알려주듯이 거울을 집어 반원형으로 휙 돌렸다. 멀리건(인간)이 말한 소식은 반드시 바다(신)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래서 신은 모든 것을 아나 보다. 그 후, 멀리건은 거울을 스티븐의 몸통에 갖다대면서 "자네 모습 좀 보게"라고 말한다. 즉,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너 자신을 보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스티븐은 몸을 앞으로 굽히고 ~ 그도 역시 내게 묻고 있다(p.43, 130줄~ 133줄)."
스티븐은 자신의 흉악한 모습을 본다. 이 부분에서 ’거울’은 예술가에게 진실을 전달해주는 수단으로 쓰인다. 그리고 그는 "저 녀석이나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저 따위로 보이는 게지"라고 의식 속에서 중얼거리는데, 이것은 번즈의 「이에게」라는 시에서 따 왔다고 하지만 실은 스티븐 자신의 성찰이기도 하다. 스티븐은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을 타자화하면서, 자신의 눈으로 보는 자신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누가 이런 얼굴을 내게 골라 주었담?"이라는 운명에 대한 한탄을 담은 말은, 거울 속의 스티븐 역시 할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거울 속의 스티븐과 현존재의 스티븐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스티븐 데덜러스’라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스티븐의 얼굴을 보며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는 그걸 하녀의 방에서 ~ 그녀의 이름은 우르술라야(p.43, 134줄~136줄)."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스티븐이 본 거울은 못 생긴 하녀의 방에서 훔쳐냈다고 말했다. 그것은 스티븐의 얼굴과 자신의 얼굴이 못 생겼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자, 스티븐의 얼굴이 못 생겼다는 것이 보편화시키는 꼴이 되었다. 이윽고 멀리건은 숙모가 못 생긴 하녀를 두는 이유를 유혹에서 끌어들이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것은 <주기도문> 중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며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라는 구절에 대한 흉내(풍자)이다. 또한, 작가가 못 생긴 하녀의 이름을 우르술라(기독교의 아름다운 성녀)로 지은 것 역시 가톨릭교에 대한 풍자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소리내어 웃으면서 ~ 자네 얼굴을 보기라도 한다면(p.43, 137줄~139줄)!"
멀리건은 스티븐이 엿보고 있던 거울을 치우면서 그를 조롱한다. 거울을 엿보는 그의 모습이 마치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 나오는 못생긴 괴물 ’칼리번(Cailban)’과 같다는 것이다. 더불어 멀리건의 조롱은 유미주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서문에 단 "사실주의에 대한 19세기의 증오는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을 보는 칼리번의 분노이다. 낭만주의에 대한 19세기의 증오는 거울 속에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칼리번의 분노이다."라는 말의 변형이다. 멀리건은 계속해서 스티븐의 얼굴이 못 생겼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그를 조롱하고 있다.

"뒤로 물러서며 그리고 ~ 갈라진 거울 말이야(p.43, 140줄~141줄)."
스티븐 데덜러스는 부끄러움을 탄 듯, 뒤로 물러서면서 거울에 대해 말한다. 하녀(우르술라)의 갈라진 거울이 아일랜드 예술의 상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스티븐의 이 말은 아일랜드의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의 수필집 『의도』에 있는 「허언의 부패」에 나오는 구절이다. 더불어, ’거울’은 스티븐(햄릿)에게 있어서 세상을 비추는 상징이다. 만약 거울이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고 한다면, 아일랜드 예술의 상징이란 세상을 비추는 빛이 사라져버린 것을 암시하게 된다.

"벅 멀리건이 갑자기 ~ 차가운 강철 펜(p.43~44, 142줄~147줄)."
멀리건은 면도를 완전히 마치고 스티븐과 팔짱을 끼며 그에게 "자네를 놀리다니 온당치 못하지"라는 반어적 조롱을 펼친다. 하지만 스티븐 데덜러스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벅 멀리건이 자신의 예술적 지식과 필설에 두려워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착각은 그 다음 멀리건이 하는 말에 의해 마치 하녀의 거울처럼 산산조각난다(갈라진다).

"―하녀의 갈라진 거울이라 ~ 그리스화(化)하는 거지(p.44, 148줄~152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그 지식을 아래층에 있는 헤인즈에게 뽐낸 후, 1기니를 얻어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자의 아들인, 가난한 헤인즈가 쉽게 1기니를 줄리가 없다. 즉, 멀리건의 이 말 속에는 "그렇게 네가 똑똑하다면 한 번 돈을 얻어와보라"는 조소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멀리건은 자신과 스티븐이 힘을 합쳐 일하면 ’아일랜드’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그리스화(化)하겠다고 말한다. ’그리스화’란 옥스퍼드 대학의 시학(時學)교수이자 시인인 동시에 현대 비평의 시조로 알려진 매튜 아놀드가 그의 저명한 저서인 『교양과 무질서(Culture and Anarchy)』의 제 4장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에서 밝힌 서구문화의 두 지배적 특징을 규정짓기 위해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공평하고 유연한 인도주의에 입각하여 행동하는 헬레니즘은 그리스 세계를 대표하며 ’이교도의 감정적·심미적 자유의 추구’를 나타내는 반면, 노출된 독단적 진리의 관습과 훈련에 비추어 행동하는 헤브라이즘은 유태 세계를 대표하며 ’빅토리아 왕조의 직선적 도덕성의 실재적 가치’를 대표한다. 여기서 멀리건은 아일랜드를 그리스화(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단절, 불일치)하기를 바라는 반면, 스티븐(조이스)은 모더니즘의 기수로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이상적 결합, 특히 예술에 있어서 헤브라이즘적인 형식주의와 헬레니즘적인 내용의 조화를 추구함으로써 범세계주의를 추구하고 있다(역자 주 참고).

"클랜리의 팔. 그의 팔(p.44, 153줄)."
크랜리(Cranly)는 제임스 조이스의 자전적 교양소설인 『젊은 예술가의 초상』 5장에 등장하는 스티븐 데덜러스의 친구 중 하나이다. 크랜리는 조이스의 대학 동창생인 ’번(J.F.Byrne)’이 그 모델이라고 한다. 이 소설에서 갑자기 그의 이름이 나온 이유는 벅 멀리건의 행동이 크랜리의 그것과 같기 때문이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 5장에서 스티븐과 크랜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소요학파들처럼 서로 팔짱을 끼고 대학 구내를 거닐며 예술, 종교, 문학에 대해 토론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멀리건은 스티븐과 함께 팔짱을 끼고 마텔로 탑 꼭대기를 거닐며 예술, 종교, 문학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이러한 스티븐의 에피파니는 이 장 이후에도 계속되어, 그의 의식을 지배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된다.

"그리고 자네가 ~ 혼 내주잔 말이야(p.44, 154줄~158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동정 어린 조소를 한다. 멀리건은 스티븐이 헤인즈에게 지식을 말해서 돈을 받아야 하는 것과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을 의아해 한다. 그리고 헤인즈가 더 소동을 피우면 크게 혼 내준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멀리건의 행동에는 스티븐의 행동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다.

"클라이브 켐소프의 ~ 우직하게 다루지 말아요(p.44~45, 159줄~165줄)!"
이 구절은 스티븐 데덜러스가 옥스퍼드대학에 경험한 것을 회상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 등장하는 기법을 알 수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문학적 기법 중 돋보이는 것은 단연 ’의식의 흐름’과 ’에피파니’일 것이다. 그러나 조이스는 그것을 별도로 주지 않고, 서로를 연관시킴으로써 더욱 자신의 작품의 질을 높인다. 이 구절에 등장하는 ’에피파니에 대한 의식의 흐름’이 그것이다. ’에피파니에 의한 의식의 흐름’이란 에피파니를 통해 의식의 흐름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구절에서 스티븐 데덜러스는 멀리건이 별 뜻 없이 던진 "클라이브 켐소프"라는 말을 통해 그의 방에서 영국인들과 함께 뒤엉켰던 추억을 떠올리는 것이다.

"사각중정의 초저녁을 ~ 잔디 깎기 기계를 민다(p.45, 166줄~168줄)."
젊은 예술가 스티븐 데덜러스가 아놀드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역자의 주석에 따르면, 표현의 절도와 균형, 취미에 대한 그리고 당대인들이 ’윤리적 요소’라고 불렀던 것에 대한 아놀드의 강조, 나아가 종교와 시 그리고 철학의 차이를 최소한 ’제거’하려던 그의 노력은 세기의 전환기에 유미주의자들(와일드 같은)에 의하여 구체화된 실리주의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스티븐은 그의 이러한 제거의 노력을 잔디를 골고루 깎는 정원사의 행위에 비유하는 것이다.

"우리들 자신에게 ~ 옴팔로스(p.45, 169줄).
비록 한 줄밖에 되지 않지만, 스티븐의 의식을 간결하게 표현해놓은 것이므로 주석이 세 개나 붙은 부분이다. "우리들 자신에게", 즉 "To Ourselves"는 아일랜드어 및 문예부흥을 위해 1890년대에 형성된 아일랜드 애국단체 신 페인당의 신조이다. 또한, 이것은 민족의 독립을 위한 정치 운동의 이름으로서 아더 그리피스가 택한 표어이기도 하다.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스티븐은 문예부흥을 일으키려는 노력을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븐 데덜러스가 문예부흥을 일으키려는 이유는 아놀드에 대한 주석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어쩌면 스티븐은 멀리건이 ’아일랜드 예술의 상징’인 거울을 주머니에 집어넣어(사라져) 거울(아일랜드의 예술)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는 것(예술의 죽음)을 보고 문예부흥(거울을 보이게 하는 것)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이렇게 생각한 것일지도 모른다.
’신이교주의(new paganism)’라는 개념은 주석 50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매튜 아놀드는 그의 저서 중 하나인 『교양과 무질서』에서, 지금까지 영국이 자신의 문화 추구에 있어서 지나치게 헤브라이화(지적 추구)에 골몰하는 바람에 미래의 문화 달성을 위해서는 그리스화(감성 추구)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전세기말에 번성한 이러한 그리스화의 감정적·심미적 자유에의 추구는 곧 ’신이교주의(그리스화를 추구하는 것이 이교주의라고 한다면)’를 의미한다.
’옴팔로스(Omphalos)’는 그리스인들에 의해서 ’배꼽’이라는 의미로 간주되었으며 인간 의식의 중심을 상징한다. 또한, 옴팔로스는 시의 영감의 근원지이자 세계의 중심으로 여겨진 델피 신전의 원통형의 돌을 가리킨다(배꼽은 몸의 중심에 있으니 세계의 중심인 델피에 당연히 옴팔로스에 있어야한다는 그리스인들의 믿음에서 유래한듯하다). 한편, 19세기 후반 접신론자들은 옴팔로스를 ’인간 영계의 혼’으로 간주했다. 다른 의견으로는 멀리건이 마텔로 탑을 ’옴팔로스’라고 부르곤 했다는 의견이 있으며, ’옴팔로스(omphalos)’가 자궁(womb)과 남성의 성기(phallus)를 어원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으로 보아 스티븐의 의식의 블룸의 의식과 같이 ’관음증적’인 의식으로 채워져있다는 의견이 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일리있는 말은, 이 세 단어의 공통점으로 보아, 2번으로 생각된다.

"―그 친구 머물게 ~ 팔을 조용히 풀었다(p.45, 170줄~174줄)."
스티븐 데덜러스는 무슨 마음인지는 몰라도 헤인즈를 탑에 머물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밤에 머물러 자는 것을 제외하고는 별 방해가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자 멀리건은 화가 난 듯이 묻는다. 자신에게 화가 났냐고. 어찌 보면 멀리건은 아주 답답한 사람이다. 자신의 주장에 반대되는 의견만 나오면 자신에게 화가 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은 친구로서의 행동(팔짱)을 멈추고 똑같은 곳을 쳐다본다(브레이 헤드).

"―내가 자네에게 말하기를 ~ 이마를 스쳐 지나갔다(p.46, 175줄~179줄)."
젊은 스티븐은 냉소적인 멀리건에게 뜬금없이 "내가 자네에게 말하기를 원하나?"라고 묻는다. 멀리건은 대답을 넘어 "그게 뭐냐"고 질문한다. 그러자 스티븐이 머뭇거리며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한 줄기 가벼운 바람이 그의 빗질하지 않은 금발을 부드럽게 부채질하며 그리고 눈 속에 근심의 은빛 반점(눈물이 고였다는 것을 암시)들을 일게 하면서, 그의 이마를 스쳐 지나갔다(p.46)." 이윽고 스티븐은 1장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스티븐은 자기 자신의 ~ 무슨 일이 있었나(p.46, 180줄~185줄)?"
어느새 스티븐은 자신이 언급한 것에 의한 에피파니로 인해 주눅이 든 채로 말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어머니 메리 데덜러스가 죽은 후의 다음날에 스티븐이 멀리건의 집에 방문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멀리건은 그 이야기를 "관념과 감각만을 기억할 뿐이"다(기억의 유일한 실제적인 존재는 관념과 감각이라는 하틀리의 주장을 반여한 것). 그래서 스티븐 데덜러스는 그 날의 일을 말해야 한다.

"―자네는 차를 끓이고 ~ 흔들어 버렸다(p.46, 186줄~195줄)."
스티븐은 그 날 멀리건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말한다. 멀리건의 어머니와 어떤 방문객(아마도 멀리건의 숙모일 것이다)이 멀리건의 방에 누가 있는지 물었다. 그 때 멀리건은 스티븐을 "자기 어머니를 짐승처럼 죽인 데덜러스"라고 대답했다. 즉, 그는 자신의 숙모처럼 스티븐이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스티븐이 그것을 적나라하게 털어내자 멀리건은 부끄러운 듯 볼에 홍조가 솟았다. 하지만 멀리건은 맞서 조롱할 수 없다(다만 반박할 뿐이다). 이 주제는 너무나 진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음이란 게 ~ 모독할 뜻은 아니었어(p.46~47, 196줄~208줄)."
이 문단 전체는 멀리건이 죽음의 불가피성에 대한 자신의 의학지식을 과시적으로 털어놓는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스티븐을 조롱할 만한 이유가 담겨 있다. 곧 죽는 어머니의 부탁을 무시하는 아들은 조롱받고 짐승처럼 여겨져야 한다는 멀리건의 논리에 따라, 앞으로 스티븐 데덜러스는 그에게 계속해서 조롱받고 짐승 취급 받게 될 것이다. 멀리건은 스티븐이 그렇게 무정해진 이유가 예수회의 기질을 잘못 주입되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의 이유지 본질적인 이유가 아니다.

"그는 한층 대담하게 ~ 스티븐이 대답했다(p.47, 209줄~213줄)."
벅 멀리건은 자신의 과시를 드러낸 후, 더 대담해진 반면, 스티븐은 멀리건의 과시에 기가 죽어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예술가는 그것을 은폐하며 냉정한 목소리로 자신은 그것을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실 그것이 스티븐이 고통받는 진정한 이유이다. 멀리건 역시 "나는 자네 어머니의 영을 모독할 뜻은 아니었어"라며 어머니를 모독한 것이 아니라, 스티븐을 모독한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분명한 것이다.

"벅 멀리건은 발뒤꿈치로 ~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p.47, 214줄~218줄)."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냉소를 던지며 흉벽을 걸어 돌아간다. 한편, 스티븐은 바다(강력한 어머니, 곧 죽지 않는 어머니)를 쳐다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한다. 그는 양 뺨이 화끈거렸다. 그 이유는 부끄러움 때문일 수도 있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지금은 죽은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스티븐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은 확실하다.

"한 가닥 목소리가 ~ 아침 베이컨을 원해(p.47, 219줄~224줄)."
갑자기 헤인즈가 아래에서 멀리건을 부른다. 벅 멀리건은 헤인즈에게로 내려가며 바다를 보고 있는 스티븐에게 "바다를 보게. 모욕 따위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티븐으로서는 참을 수 없는 모욕이다. 게다가 자신의 유년기를 지배했던 예수회를 부정하라는 멀리건의 말은 스티븐에게 엄청난 충격일 것이다. 그래서 스티븐은 멀리건의 "내려 와"라는 명령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머리가 ~ 생각은 그만 둬(p.47~48, 225줄~227줄)."
스티븐의 충격은 계속되어 멀리건이 "하루 종일 그것 때문에 속상해 있을 것 없어"라고 말해도 내려오지 못한다. 심지어 멀리건이 자신을 "비논리적"이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데덜러스는 가만히 있기만 하다.

"그의 머리가 ~ 마차를 몰기에(p.48, 228줄~232줄)."
멀리건은 층계를 내려가면서 스티븐을 위로하기 위해 예이츠의 시 「퍼거스(5세기 경에 아일랜드에 이주한 스코틀랜드의 왕)와 함께 가는 자 누구냐?(Who Goes with Fergus?)」의 7~9행의 구절을 부른다. 이 시는 예이츠의 희곡 『캐슬린 백작부인』 초판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녀의 백성들이 음을 받은 암흑의 권력에 자신의 혼을 판 백작부인을 위로하기 위하여 불려졌다고 한다. 여기에 그 인용구를 옮겨본다.
"And no more turn aside and brood
Upon love’s bitter mystery
For Fergus rules the brazen cars."
"이제 더 이상 고개 돌려 생각지 말아요
사랑의 쓰라린 신비일랑
퍼거스가 놋쇠 마차를 몰기에."
스티븐이 한 때 그의 어머니에게 들려 주었던 이 노래를 멀리건이 부른 것은 참으로 우연의 일치이다.

"숲그림자가 그가 ~ 쌍을 이룬 언파(p.48, 233줄~237줄)."
제임스 조이스는 바다를 시적으로 의인화한다. 바다가 "어머니"이므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스티븐에게는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실은 날씨가 어두워지려는 징조일 뿐이다. 이는 한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것과 객관적인 화자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 어떠한 차이를 낳는지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 조각 구름이 ~ 쓰라린 신비 말이야(p.48, 238줄~243줄)."
한 조각 구름이 스티븐의 눈앞에 나타난다. 공교롭게도, 4장에서 리오폴드 블룸 역시 돌세트가에서 이 구름을 본다. 『율리시스』의 주제 중 하나는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주제 중 하나로, ’부친을 찾는 것’이다. 스티븐(텔레마코스)은 계속해서 블룸(오디세우스)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은 14장 전까지 제대로 만나지 못한다. 하지만 ’구름’은 그들의 간접적인 만남으로, 역으로 생각하면 구름이 그들의 눈을 서로 이어주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간접적인 만남은 이 장과 4장의 구름, 이 장과 4장 끝부분의 종소리, 3장과 13장의 쪽지 이후 발견할 수 없게 된다.
스티븐의 의식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민수기’에서 간음 행위 혐의로 여인을 심판하는 ’질투의 재판’에 쓰인 독약의 주발을 암시하는 "쓰디쓴 담액의 사발"은 모두 스티븐의 어머니의 죽음의 장면을 연상시키는 것이며, 스티븐은 그의 어머니에게 들려주었던 노래 「퍼거스와 함께 가는 자 누구냐?」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또한, 어머니에 대해 생각한다.

"지금은 어디에 ~ 큰소리로 웃었다(p.48~49, 244줄~250줄):"
스티븐 데덜러스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그녀와 함께 보았던 크리스마스 팬터마 『쾌걸 터코』를 생각해 낸다. 그 장면은 현대 사상주의적 시의 시각적 이미지로 채워진다. 한편, 스티븐의 의식은 『쾌걸 터코』로 잠시 넘어간다.

"나는 사내아이 ~ 생각지 말아요(p.49, 251줄~258줄)."
추억의 향기가 스티븐을 환상에 빠지게 하며, 『쾌걸 터코』의 구절이 떠오른다. 요정 로즈가 터코왕에게 ’변신’의 선물을 선사할 때 왕이 노래했던 구절이다.
"I am the boy
That can enjoy
invisibility."
"나는 사내아이
내 모습을 감추는 것은
내 마음대로라네."
"And no more turn aside and brood."
"이제 더 이상 고개 돌려 생각지 말아요."

"그녀의 장난감과 함께 ~ 그대로 살게 내버려둬요(p.49~50, 259줄~276줄)."
이 부분은 어머니에 대한 스티븐 데덜러스의 긴 독백으로 채워져 있다. 처음에 스티븐은 그의 어머니의 추억에 대해 생각한다. "자연의 추억"이란, 접신론자 신네트가 저서 『영혼의 성장(The Growth of the Soul)』에서 모든 순간과 사고가 그 속에 저장된 보편적 추억을 띤 접신론적 개념을 나타낸다.
이윽고, 스티븐은 어머니에 대한 꿈을 회상한다. 죽은 자의 망령과 같은 그녀의 혼령은 스티븐으로 하여금 공포를 유발시키게 한다. 망령은 점점 스티븐을 위협하듯이 다가와 기도를 올린다. 이 때 그가 올린 기도는 ’사제’, 즉 멀리건이 없을 때 이루어진 것이므로, 그가 한 기도인 "죽음의 기도문"은 과연 "사제의 부재시에 하나님께 사자를 위탁하는 이 기도가 어떤 책임 있는 남녀에 의해 읊어진다"는 설명을 옳아보인다. 그러나 스티븐 데덜러스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설명은 일종의 역설이다.
마지막 두 문장, 즉 "아니에요, 어머니! 나를 그대로 살게 내버려둬요"는 어쩌면 어머니의 망령으로 드러난 스티븐의 본마음일지도 모른다. 물론 망령에 겁을 먹은 스티븐이 망령을 물리치기 위해서 한 독백일 가능성이 높지만, 스티븐이 어머니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공해 준 것이다. 하여튼 이렇게 해서 스티븐의 독백은 절정에 올랐다. 독백의 절정은 결국 스스로 감탄사를 내뱉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 때, 절정에 오른 스티븐의 독백을 깨는 것이 있었다. 바로 ’사제’ 멀리건의 목소리다.

"―킨치 어이 ~ 모두를 위해서(p.50, 277줄~285줄)."
스티븐의 별명을 부르며 ’사제’ 벅 멀리건이 그를 불러 그의 독백을 깨뜨린다. 그러나 아직도 스티븐은 "영혼의 부르짖음(독백)"에 부들부들 떨고 있어서 멀리건은 더욱 다정한 말투로 그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해야 했다. 더구나 멀리건은 사제이기 때문에 그래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더불어 그는 헤인즈가 사과했다는 말을 전하면서 예술가를 안심시킨다.

"그의 머리가 사라졌다가 ~ 네 개의 전능한 금화라(p.50, 286줄~294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1기니를 헤인즈에게서 옭아내라고 한다. 아일랜드의 예술이 아주 재치있다는 영국인에게 뺏는 1기니로 멀리건은 어떤 짓을 하려는 걸까(이런 짓은 사제로서는 해야 할 짓이 아님에 분명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멀리건을 통해 타락한 가톨릭 사제를 비판하고 있다)? 그 전에 우리는 그 다음 장에 대한 암시를 듣게 된다. 스티븐 데덜러스가 곧 급료를 타러 ’kip(학교. 그러나 멀리건의 상투어로서, ’잡음’, ’사창가’, ’하숙집’, ’침대’ 등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인다)’으로 가는 것이다. 멀리건은 그 급료를 빌려달라고 한다. 그렇게 돈을 긁어모아 멀리건은 돈으로 위풍당당한 행세를 하고자 한다. 과연 그다운 생각이다. 돈으로 사람들을 굴복시킬 수 있는 그의 위풍당당함이 이 장의 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양손을 치켜들고 ~ 대관식 날에(p.50~51, 295줄~302줄)!"
멀리건은 런던내기 말투로 가락에 맞지도 않은 노래를 부르며 내려간다. 그 노래는 미국의 흑인 가수이자 작곡가인 블랜드가 지은 「황금의 결혼식(The Golden Wedding)」과 영국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 전후에 유행한 거리의 유행가의 결합체다.
"O, won’t we have a merry time
Drinking whisky, beer and wine,
On coronation,
Coronation day?
O, won’t we have a merry time
On coronation?"
"오, 즐거운 시간을 갖지 않으려오,
위스키, 맥주 그리고 포도주를 마시며!
대관식에,
대관식 날에!
오, 경쾌한 시간을 갖지 않으려오
대관식 날에!"
참고로, ’대관식 날(Coronation day)’은 봉급일(payday)의 속어로, 급료가 crown(크라운)으로 지급되는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바다 위로 경쾌하게 ~ 시중드는 놈이야(p.51, 303줄~309줄)."
여기서 스티븐의 본의식이 드러난다. 스티븐 데덜러스는 멀리건이 남기고 간 면도 종지들을 보고 자신이 가지고 내려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치 멀리건이 스티븐으로 하여금 그것을 가지고 오게 한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 또한, 젊은 예술가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멀리건이 우정을 잊었다며 그를 비난할 것을 두려워한다. 물론 멀리건이라면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티븐 자신만의 불안임에 분명하다. 예술가 내면에 숨겨진 멀리건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상징적인 역할을 한다. 스티븐은 멀리건의 물종지를 보고 클론고우즈 학교에서 복사(제단에서 사제를 도와 향로를 나르는 소년)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상기한다. 그러므로 여기서는 ’사제’ 멀리건의 향로(면도종지)를 나르는 역할을 한다고 스티븐, 나아가 『더블린 사람들』의 「애러비」의 주인공은 생각한다. 더블린 사람들과 스티븐과의 만남은 아마도 이것이 최초일 것이다.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것은 같은 것을 본 것과 마찬가지로, 간접적인 만남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탑의 침울하고 둥근 ~ 떠 있었다(p.51, 310줄~314줄)."
스티븐 데덜러스도 거실로 내려온다. 1층 거실에는 멀리건이 프라이 요리를 하고 있고, 헤인즈도 있었다. 햇빛이 비추지만, 탑의 거실은 어쩐지 침울하다. 하지만 스티븐이 내려오면서, 그리고 멀리건이 말을 시작하면서, 그러한 침울함은 깨지고, 경쾌한 분위기가 흐르게 된다.

"―숨막히겠어 ~ 난 질식했어(p.51~52, 315줄~319줄)!"
이 부분은 익살로 가득찬다. ’숨막힌’ 멀리건이 문을 열어달라고 하자, ’키 큰 인물’이 문간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그러나 열쇠가 없어서 완전히 문을 열지 못한다). 우리는 키 큰 인물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물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아 ’헤인즈’로 추정된다. 게다가 스티븐 데덜러스는 그들 중에서 나약한 존재다. 하여튼, 헤인즈가 멀리건에게 열쇠를 가지고 있냐고 묻자 ’질식한’ 멀리건은 스티븐이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난로에서 ~ 한숨을 쉬었다(p.52, 320줄~328줄)."
스티븐으로부터 열쇠가 자물통에 있다는 것을 들은 헤인즈는 마침내 문을 활짝 열게 된다. 탑에 갇혀 있는 그들이 자유를 얻은 것처럼 멀리건은 기뻐한다(이것 역시 익살일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열린 문을 뒤로 한 채, 아침 식사를 하려고 한다. ’질식한’ 멀리건이 계란 프라이를 접시에 놓는다.

"―난 녹을 지경이야 ~ 우유가 없군(p.52, 329줄~332줄)."
멀리건은 촛불에 초가 녹는 것처럼 숨이 차고 덥다는 익살을 내뱉는다. 그런데 그는 여성 마스터베이션에 대해 불결한 농담을 암시해버린다. 이것은 멀리건의 그 다음 말로 추정할 수 있다. 성적인 농담은 함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멀리건은 식탁 위의 음식을 세면서 몇 가지 것들이 없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중에서도 우유를. 멀리건은 우유 배달 노파가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노파에 대해 불평을 한다.

"스티븐은 찬장에서 ~ 찾을 수가 없군(p.52, 333줄~343줄)."
멀리건은 부루퉁하게 앉아 우우 배달 할멈에게 불평을 내놓는다. 그는 그녀와 약속을 했는데, 그녀가 오지 않는 것에 불평한다. 이러한 관계는 마치 영국과 아일랜드인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우유 배달 할멈은 아일랜드를 상징하기도 한다(그렇다면 멀리건은 영국일 것이다). 조이스는 영국이 아일랜드만 노리는 것을 비유적으로 풍자한다. 하여튼, 멀리건의 불평은 우유 배달 할멈이 올라오는 것을 앎으로써 해소된다. 이제 그들은 다시 식사 준비를 한다.

"그는 접시 위에 ~ 끓이진 않겠지, 응(p.52~53, 344줄~349줄)?"
멀리건은 접시 위에 계란을 올려놓고 성삼위일체에 대한 축도와 봉헌 의식을 한다. 멀리건은 현재 영국인 사제의 모습으로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익살꾼의 면모를 버리지 않는데, 이것은 헤인즈가 차(茶)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시작된다. 스티븐 데덜러스와 리오폴드 블룸이 사소한 것을 통해 에피파니 또는 의식의 흐름이 이루어졌다면, 벅 멀리건은 그것을 통해 익살이 이루어진다.

"벅 멀리건은 ~ 인쇄된 거야(p. 53, 350줄~361줄)."
멀리건은 차와 소변을 대비시키며 익살을 부린다. 이윽고, 그것은 멀리건 자신의 익살극으로 연결시킨다. 우리는 그의 익살에서 조이스 문학의 강박관념을 형성하는 주제 중 하나이자, 그의 작품의 희극성을 자아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방뇨’ 그리고 ’분비학’이다. 하지만 ’방뇨’와 ’분비학’의 특징은 성적 농담이기 때문에 흔히 성적으로 금기시되는 것이다. 이것이 조이스의 『율리시스』가 한때 금서가 된 이유이다. 그러고는 멀리건은 자신의 이야기가 마녀에 대한 이야기라고 털어놓는다. 이것은 유미주의 젊은이인 스티븐 데덜러스를 비꼬는 말이기도 하다. 한편, 멀리건의 이야기는 예이츠의 자매들이 인쇄한 것이라고 한다. 예이츠와 조이스, 와일드와 조이스의 관계는 『율리시스』뿐만이 아니라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밀접하게 관련되는 것이다.

"그는 스티븐에게 ~ 정말 매력적이다(p.53~54, 362줄~372줄)!"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말을 건다. 자신의 이야기는 웨일즈의 일화집 『매버노기언』에서 가져왔는지 아니면 힌두 경전 『우파니샤드』에서 가져왔는지. 스티븐은 의외의 답을 내놓는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로건 할멈이 메리 앤의 친족이라는 것이다. 메리 앤은 스티븐의 의식 속에서 영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상징된다. 한 마디로, 스티븐은 그로건 할멈에 대해 귀찮음 또는 적개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영국인’ 멀리건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이러한 장면은 크게 아이러니하여, 멀리건의 익살을 강조시킨다.

"그런 다음 ~ 콧노래를 불렀다(p.54, 373줄~378줄)."
멀리건은 메리 앤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듯 그녀에 대한 불경구 노래를 흥얼거린다. 메리 앤이 여왕답지 않아서 적개심을 가지는 것일까? 멀리건의 성격은 자신답지 않은 것에 조롱이나 비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가 부른 노래는 아일랜드의 작자 미상의 외요이다.
"For old Mary Ann
She doesn’t care a damn,
But, hising up her petticoats…"
"늙은 메리 앤
그녀는 경칠 상관하지 않았나니,
하지만, 그녀의 속치마를 치켜올리는 것을…"
여기서 또 다시 ’경칠(damn)’이라는 단어가 나옴으로써 조이스 문학의 반복성을 더해간다.

"문간이 들어오는 ~ 조끼를 꺼냈다(p.54, 379줄~385줄)."
그 때 우유 배달 노파가 들어온다. 멀리건(영국)은 스티븐에게 우유 조끼를 꺼내라고 보낸다. 노파는 모두에게 sir(선생님)이라는 말을 붙여야 하는 복종하는 존재이다. 노파가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하나님 덕분에"라고 말하자 멀리건은 "아, 확실히!"라고 외친다. 이것은, 만약 노파가 아일랜드라고 하면, 세상 모든 현상을 하나님 덕분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아일랜드의 현실을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조이스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단지 항상 하나님을 외치면서, 정작 거짓으로 믿는 ’죽은’ 아일랜드 사람과 부패한 사제들을 비판하기 위해 이러한 말을 『율리시스』 속에 삽입한 것이다.

"―섬나라 사람들은 ~ 스티븐이 말했다(p.54, 386줄~389줄)."
멀리건의 조롱은 비판으로 이어진다. 그는 하나님을 ’포피의 수집자’라고 하며, 조롱하는 데, 이것은 아일랜드인이 하나님의 이름만 부르는 것을 비꼬는 것이다. 즉, 멀리건은 하나님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만 부르는 아일랜드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거짓 신앙인을 비판하는 것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계속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멀리건 역시 ’섬나라 사람’, 즉 아일랜드인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멀리건도 본질적으로 아일랜드인이니까. 한편, ’포피의 수집자’는 곧 이스라엘 민족의 ’할례’를 비유한 것인데, 이 때부터 ’이스라엘의 비유’ 등장한다. 즉, 『율리시스』는 종종 아일랜드인을 이스라엘인에 비유하는데, 그 비유는 이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한데, 『율리시스』의 복잡한 점은, "아일랜드인=이스라엘인", 곧 "아일랜드인=유대인"이라서, 블룸 역시 아일랜드인이어야 하는데, 정작 블룸은 아일랜드인으로부터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있는 것이다(아일랜드인은 유대인보다 뛰어나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종속당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대인을 무시하고 있다).
388줄과 389줄은 스티븐과 노파의 대화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은 그 다음 이어질 스티븐의 의식을 채울 하나의 모티프가 된다.

"그는 노파가 ~ 청하는 것을 경멸했다(p.54~55, 390줄~400줄)."
이 부분은 스티븐(조이스)와 노파(아일랜드)와의 관계를 은연 중에 암시하는 부분이다. 스티븐은 늙은 그녀를 보고 캐슬린 백작부인을 떠올리지만, 이윽고 친영파 멀리건을 따르는 그녀를 증오의 눈길로 바라본다. 영국을 미워하면서도 그것을 숨긴 채로 영국을 따르는 아일랜드를 비판한 부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과연 좋군요 ~ 그녀가 말했다(p.55, 401줄~410줄)."
멀리건은 노파가 주는 우유를 마신다. 멀리건(영국)은 "이처럼 좋은 음식(아일랜드)를 먹고 살 수 있다면, 우리나라(영국)는 썩은 이빨과 썩은 창자로 득실거리지 않을 거야"라고 말한다. 이것은 사실상 영국이 자신을 위해 아일랜드를 착취하겠다는 뜻이 되어버린다. 당시 영국의 서민이 무척 가난했다는 것을 깨달으면 그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 여왕 시대에도 영국 국민들은 가난한 것을 보면, 결국 여왕을 비롯한 영국의 지배자들이 아일랜드를 착취하겠다는 것이 된다.
노파와 멀리건의 대화로부터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멀리건이 의학도라는 것과, 노파가 항상 멀리건에게 Sir이라는 말을 반드시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스티븐은 경멸적인 ~ 목소리를 향해(p.56, 411줄~417줄)."
스티븐 데덜러스는 노파의 그러한 꼴을 보며 경멸적인 눈길로 묵묵히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예술가는 본질을 본다. 노파가 비록 자신의 ’접골의’이자, ’주술사’이자 ’명령하고 있는 큰 목소리’인 멀리건에게 굽신대지만, 그 본질은 그것에 대한 경시라는 사실을 말이다. 더 나아가, ’영웅’ 스티븐을 경시하는 노파의 태도 역시 우리는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것을 ~ 가려다가, 말했다(p. 56, 418줄~432줄)."
노파는 영국인 헤인즈와 친영파 멀리건과 유쾌하지만 내면은 증오로 끓어오르는 대화를 한다. 대화는 아일랜드어로 말하는 스티븐의 말로부터 시작된다. 노파는 그의 아일랜드어를 프랑스어로 착각하지만(아일랜드가 아일랜드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사실은 약간 우습다), 이윽고 멀리건이 스티븐은 아일랜드어로 말했다고 설명한다. 노파는 갑자기 헤인즈에게 아일랜드 서부의 사람이냐고 묻는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이, 스티븐의 친구 헤인즈는 영국인이다(그래서 노파는 영국인의 친구 스티븐을 경시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들이 묵고 있는 마텔로 탑은 아일랜드에 있기 때문에 헤인즈는 자신의 생각에 따라 아일랜드어를 사용하고 있다. 노파는 아일랜드어를 사용하는 것에 감탄하며 물러나려고 한다. 그런데 착하게만 보였던 노파가 어떤 말을 하자, 돌변한다.

"헤인즈가 그녀에게 ~ 2페니입니다, 선생님(p. 56, 433줄~439줄)."
노파가 물러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헤인즈가 멀리건에게 노파에게 진 빚을 갚자고 제안한다. 그러자 그녀가 "멈춰"섰다. 계산을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노파는 말한다. 그녀의 말투는 계산적이고 철저하다. 아까의 친절함은 싹 사라지고 냉정하게 계산서를 낭독한다. 이것이 아일랜드의 본질이란 말인가? 결국 영국에게 굽신거리는 이유도 돈을 받기 위해서란 말인가? 물론 그러한 이유만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스티븐은 보았다. 노파가 그것도 목적으로 삼았다는 것을.

"벅 멀리건이 ~ 그에게 말했다(p.56~57, 440줄~442줄)."
멀리건이 한숨을 쉬면서, 그리고 빵을 먹으며 노파에게 줄 돈을 찾기 시작한다. 한숨을 쉬는 멀리건에게 헤인즈는 "모두 갚아버리고 기분 좋게 보여"라고 말한다. 멀리건이 한숨을 쉬는 이유, 이제 조금 짐작이 간다. 헤인즈가 돈을 갚자고 말해놓고, 정작 돈을 갚는 사람은 벅 멀리건이기 때문이다. 영국인의 이런 천연덕스럽고 뻔뻔한 태도는 결국 영국인들에 대한 조이스의 풍자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븐은 세 번째 ~ 있는 건 다 주니까(p.57, 443줄~449줄)."
스티븐이 컵에 우유를 채우는 동안 벅 멀리건은 유쾌하게 플로린 한 잎을 치켜들고 손가락에 끼워 빙 비틀면서 "기적이다!"라고 외친다. 이런 익살맞는 장면에 아일랜드는 노래를 부른다. 시인 스윈번의 시집 『해뜨기 전의 노래(Songs before Sunrise)』 중의 「봉헌(Oblation)」의 첫 행이다.
"Ask nothing more of me, sweet. All I can give you I give."
"내게 더 이상 요구하지 말아요, 사랑하는 이여.
내가 그대에게 줄 수 있는 건 다 주니까."

"스티븐이 동전을 ~ 발에 놓아주련만(p.57, 450줄~456줄)."
서로를 달가워하지 않는 스티븐이 노파에게 돈을 건네준다. 노파는 빚진다는 것을 알면서 "시간은 충분해요"라고 말하고는 유유히 밖으로 나간다. 정말로 그녀는 돈만 받고 『율리시스』에서 퇴장한다. 노파가 나가자, 벅 멀리건이 그녀가 부른 노래의 후렴을 잇는다. 이러한 행위는 아일랜드와 영국을 서로 잇고자 하는 조이스의 희망이 담겨 있는 행동일 것이다. 결국 제임스 조이스는 영국과 아일랜드가 서로 하나가 되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이 하나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은 ’문학’이라고 주장하며, 문학의 힘을 강조했다. 스윈번의 시가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었다.
"Heart of my heart, were it more,
More would be laid at your feet."
"나의 사랑이여, 만일 더 있으면,
더 많이 그대의 발에 놓아주련만."

"그는 스티븐에게 ~ 벅 멀리건이 말했다(p.57~58, 457줄~463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 데덜러스에게 돈이 없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스티븐에게 빨리 학교로 가서 급료를 받아와, 우리에게 돈을 달라고 재촉한다. 스티븐의 이러한 행위는 불가결해졌는데, 그것은 오늘 시인들이 술을 마시고 주연을 베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노파가 물러나자, 멀리건은 구혼자로 돌변한 것이다. 시인들(구혼자들, 그러므로 전에 스티븐에게 시인이라고 부른 이유는 텔레마코스에게 구혼자의 흔적, 또는 구혼자의 조짐이 있기 때문이거나, 구혼자가 텔레마코스를 조롱하거나 구혼자들의 무리에 포함시키기 위해 그렇게 부른 것이다)들의 주연은 『오디세이아』의 그것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오디세이아』의 요소뿐만이 아니라, 영국 역사와 아일랜드 역사의 요소도 담겨 있다. 멀리건이 스티븐에게 한 "아일랜드는 오늘 각자 자기 임무를 행하기를 기대하고 있어"는 영국의 제독 넬슨이 트라팔가 해전에서 함대 부하들에게 행한 구호와 그것을 주제로 한 노래 가사의 변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멀리건의 말을 이은 헤인즈는(헤인즈는 어디까지나 영국인계의 아일랜드인이지, 『오디세이아』와 관련있는 인물은 아니다) 그저 국립 도서관에 방문해야 한다고만 털어놓는다. 국립 도서관의 토론은 제 9장에서 나오니, 그 장을 기대해 보자. 『율리시스』는 멀리건도 『오디세이아』에서 해방시키려는 듯이, 먼저 그에게 수영을 하게 한다.

"그는 스티븐에게 ~ 떨어뜨리며, 말했다(p.58, 464줄~469줄)."
멀리건이 스티븐에게 "오늘은 자네의 월례 목욕을 하는 날이 아닌가"라고 묻는다. 이 말은 스티븐의 공수병을 암시하는 동시에 오늘 그가 급료를 타 술을 마신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물론 이 말을 함께 수영하자는 제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한 달에 한 번 목욕하는 더러운 시인 스티븐은 아일랜드가 아메리카의 영향을 받아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을 한다.

"헤인즈는 모퉁이에서 ~ 경치게도 멋진 걸(p.58, 470줄~476줄)."
헤인즈가 갑자기 오늘 멀리건이 자신에게 한 말을 격언집으로 만들 생각을 내뱉는다. ’출판’에 대한 욕망은 『더블린 사람들』을 비롯한 그의 작품을 제대로 출판하지 못한 조이스의 작품 곳곳에서도 암시되어 있다. 이렇게 쉽게 출판된다면, 한 마디 말조차 이렇게 쉽게 출판된다면, 조이스로서는 참으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으리라.

"벅 멀리건이 ~ 모를 일이야, 정녕코(p.58, 477줄~484줄)."
벅 멀리건이 헤인즈에게 스티븐 데덜러스가 오늘 국립도서관에서 펼칠 햄릿 이론을 예고한다. 헤인즈는 그것을 노파(아일랜드)가 들어왔을 때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윽고 스티븐이 묻는다. "그걸로 내가 무슨 돈을 번단 말인가?" 스티븐은 자신이 햄릿의 이론을 전개한다고 해서 돈을 벌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모든 것을 돈을 위해서 행동하는 스티븐(조이스)의 냉소적 물질주의의 가면을 암시한다. 어릴 때부터 가난을 겪은 제임스로서는 돈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문간까지 ~ 친구로부터든(p.58, 485줄~490줄)."
멀리건이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이, 스티븐에게 말을 건다. 벅 멀리건은 스티븐의 생각을 읽고 있는 듯 했다. 그는 스티븐이 누군가로부터 돈을 얻는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멀리건이 스티븐에게 암울한 말을 하자, 스티븐은 희망없는 말투를 내뱉으며 좌절한다.

"벅 멀리건이 ~ 밖으로 나가세(p.58~59, 491줄~496줄)."
벅 멀리건이 스티븐에게 고백한다. 자신이 킨치에게 돈을 줄 것을. 멀리건은 순수하게, 스티븐의 이론에 감탄하여, 그에게 돈을 주고자 한 것이다. 멀리건은 비록 스티븐을 조롱하고, 명령하는 ’지배자’이지만, 한편으로는 스티븐의 걱정을 알아차리고 그를 배려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과연 스티븐의 친구답게, 그는 정말로 알 수 없는 인물이다. 스티븐의 이론을 듣고도 책임을 다하지 않는 자들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아일랜드의 통치자들의 태도와 유사하다.

"그는 자리에서 ~ 그는 말했다(p.59, 497줄~500줄)."
벅 멀리건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의상을 벗는다. 그런데 그 모습이 제사장 아론이 죽기 직전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스티븐은 순간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사제’ 멀리건은 ’제사장’으로 승화된다. 어쩌면 멀리건에게 ’밖’이라는 곳은 ’죽음’의 세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멀리건이 밖에 나와 자신의 어머니(바다)의 품에서 마음껏 뒹굴며 노는(수영) 것을 보아, 그것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그의 ~ 날아 나왔다(p.59, 501줄~507줄)."
벅 멀리건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아론과 반대로)옷을 입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스티븐은 19세기말의 데카당티슴과 심미주의를 추구하던 자들의 특이한 의상을 갖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스티븐은 그러한 자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모순된 말을 하는가?"라고 고백한다. 그런데 이 고백은 미국의 시인 휘트먼의 시구 중 하나이다. 하여튼 멀리건이 그에게 검정 손수건을 던짐으로써 스티븐의 의식은 끝이 난다.

"―그리고 자네의 ~ 먹어치웠어, 상상컨대(p.59~60, 508줄~512줄)."
헤인즈가 멀리건과 스티븐을 재촉한다. 멀리건이 뒤따라 나오면서 스티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네는 우리가 남긴 건 다 먹어치웠어, 상상컨대." 사실 스티븐이 준비해야 할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파리의 대학가에서 예술가에게 유행한 중절모를 비롯한 여러 가지 물건을 챙기면 되었다. 하지만 스티븐은 옷을 갈아입은 멀리건보다 더 늦게 나왔다. 그러니 멀리건이 조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스티븐은 그 사이에 무엇을 했단 말인가?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단념한 듯 그는 ~ 호주머니에 넣었다(p.60, 513줄~518줄)."
스티븐이 슬픈 표정으로 밖으로 나온다. 그 표정은 마치 그리스도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슬퍼하는 베드로의 표정과 같았다. 그렇다면, 스티븐은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도 그의 어머니가 그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스티븐은 자신이 해야 할 것은 다 해 나간다. 물푸레나무 지팡이를 챙기고, 탑의 자물쇠를 채운다.

"사다리 발치에서 ~ 어찌 감히, 자네(p.60, 519줄~524줄)!"
멀리건이 뒤따라오는 스티븐에게 열쇠를 가지고 있느냐고 묻는다. 스티븐이 열쇠를 가지고 있다고 대답함으로써 멀리건은 확인한다. 멀리건은 뒤에서 풀을 때리는데, 스티븐(또는 헤인즈)이 그를 말린다. 아마 헤인즈의 제안으로 이야기를 넘기기 위한 환기일 것이다.

"헤인즈가 물었다 ~ "옴팔로스"야(p.60, 525줄~531줄)."
헤인즈가 이 탑의 세를 내냐고 묻는다. 멀리건이 12파운드를 낸다고 대답하고, 스티븐이 그것을 국방장관에서 낸다고 덧붙인다. 이것은 분명히 국립소유이다. 그런데 왜 국방장관인가? 헤인즈의 물음으로써 이 마텔로 탑의 역사가 드러난다. 마텔로 탑은 빌리 피트라는 영국 수상이 세운 것이고, 이 탑은 옴팔로스다. 마텔로 탑은 역사가 있고, 긍지가 있는 탑이다. 하지만 오늘, 네 명의 인간이 이 탑에서 조용한 전쟁을 치렀다.

"―햄릿에 관한 ~ 마실 때까지 기다려(p.60, 532줄~535줄)."
헤인즈가 스티븐(햄릿)에게 햄릿에 관한 생각을 묻는다. 자신이 자신에 대한 생각이라....... 햄릿으로서는 당연히 주저하고 망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벅 멀리건이 나선다. 자신이 술을 다 마실 때까지 기다리라고. 이 구절은 9장을 암시하는 동시에 멀리건과 스티븐간의 약속을 연상시킨다.

"그는 스티븐에게 ~ 그이 자신이라(p.60~61, 536줄~546줄)?"
멀리건이 스티븐에게 몸을 돌려 한 말, "자네 3파인트 이하로는 될 수 없지(You couldn’t man-age it under three pints)"는 뜬금없는 난해한 말이다. 물론 적은 돈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예술가의 특성을 드러내거나 낭비벽이 있는 스티븐을 조롱하는 말이 될 수도 있지만, 스티븐이 냉담하게 대답한 "그토록 오래 기다려 온 바에야 좀 더 기다릴 수 있지(It has waited so long it can wait longer)" 때문에 멀리건의 말이 더 난해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하지만 스티븐의 대답이 일종의 ’역설’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때, 멀리건이 한 말 역시 역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멀리건은 스티븐에게 자신의 놀랄 만한 이론으로 3파인트 이상의 돈을 벌어오라는 말을 하고 있으며, 스티븐은 그렇게 자신을 재촉하지 말라고 대답하고 있다. 헤인즈가 묻자, 멀리건은 참신한 스티븐의 이론을 대답해 준다. 영국인 헤인즈는 스티븐의 이론에 놀라워 한다.

"벅 멀리건이 ~ 상당히 길어요(p.61, 547줄~551줄)."
멀리건은 성직자처럼 타월을 걸치고, 스티븐의 이론을 비꼰다. 젊은(young) 스티븐을 늙은(ol-d) 스티븐으로 여긴다. 게다가 멀리건은 스티븐의 이론의 모순을 발견한다. 스티븐 자신이 자기 자신의 부친이라는 이론인데, 만약 스티븐이 부친을 찾는다면, 그것은 곧 자기 자신을 찾는 꼴이 되지 않는가? 덧붙여, ’부성의 추구’는 조이스 문학을 지배하는 주제 중 하나이다.
스티븐은 헤인즈에게 아침엔 피곤하니 나중에 말하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을 들으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위에서 스티븐이 말한 "그토록 오래 기다려 온 바에야 좀 더 기다릴 수 있지"라는 말과 유사하다.

"벅 멀리건이 다시 ~ 그렇잖아(p.62, 552줄~556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의 설명마저 조롱하는 듯, 술을 하지 않아서 말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사실 그가 한 말은 "성스러운 한 잔만이 데덜러스의 혀를 풀 수 있어"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헤인즈는 그것이 궁금한게 아니다. 아일랜드의 마텔로 탑의 이 지형이 덴마크의 엘시노어를 상기시킨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아일랜드=덴마크인가?). 그렇다면, 마텔로 탑은 『햄릿』의 무대인 크론보르크성인가?

"벅 멀리건은 ~ 세우면서, 말했다(p.62, 557줄~560줄)."
화려한 옷을 입은 멀리건과 헤인즈 가운데 있는 스티븐은 갑자기 자기 자신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스티븐은 자신이 "상대방의 화려한 몸차림들 가운데 값싸고 먼지 묻은 상복"을 입고 있다는 것을 재인식한다. 다른 사람에 비해 초라한 옷차림을 가진 그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치 그 장면을 『햄릿』의 장면과 연결시키려는듯, 헤인즈가 "그건 정말 훌륭한 이야기야"라고 말한다.

"바람이 씻은 듯이 ~ 애쓰는 친자 말이야(p.62, 561줄~567줄)."
스티븐은 "바람이 씻은 듯이 지나간 바다처럼 창백"하고, "한층 창백하고 견실하고 신중한 눈"으로 바다를 쳐다본다. 더블린 만에는 머글린 군도 곁으로 침로를 바꾸는 한 척의 돛단배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자신의 어머니 바다를 지배하는 영국인. 그래서 아일랜드인은 그들이 더 밉다.
스티븐이 갑자기 말한다. 자신이 언젠가 『햄릿』에 대한 신학적인 해석을 읽었다고 말한다. 그는 친아비에게 속죄받으려고 애쓰는 친아들이라고 『햄릿』에 대해 해석을 내린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각각 하나님과 그리스도에 비유될 수 있다. 그런데 『햄릿』이 그것을 모방했다니, 오히려 그 정반대가 아닌가? 그러한 신학적 해석은 오히려 ’조롱’ 또는 ’익살’이 될 수도 있는데, 멀리건은 이것을 알아차린 듯이, 익살시를 읊으려고 한다.

"벅 멀리건은 ~ 읊조리기 시작했다(p.62, 568줄~572줄):"
벅 멀리건은 스티븐의 말에 동기를 받은 듯, 익살시를 읊을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그것을 서술하는 부분은 극적이고 경쾌하다. 미소를 바꾸고, 눈을 굴리고, 머리를 움직이며, 조용하고 바보 같은 목소리로 읊기 시작한다. 과연 익살꾼 멀리건답다.

"―나는 그대가 여태껏 ~ 다시 물이 되리라(p.62~63, 573줄~581줄)."
이 노래는 멀리건의 모델이 된 고가티가 실제로 창작한 「유쾌한 예수의 노래(The Song of the Cheerful Jesus)」의 일부를 각색한 것이다.
"I’m the queerest young fellow that ever you heard.
My mother’s a jew, my father’s a bird.
With Joseph the joiner I cannot agree,
So here’s to disciples and Calvary."
"나는 그대가 여태껏 들은 가장 괴상한 젊은이.
나의 어머니는 유태인, 나의 아버지는 새.
목수인 요셉과는 사이가 나빠요.
그러니 건배다 제자들과 캘버리를 위해."
"If anyone thinks that I amn’t divine
He’ll get no free drinks when I’m making the wine
But have to drink water and wish it were plain
That I make when the wine becomes water again."
"만일 누군가 나를 하나님으로 생각지 않는다면
내가 술을 빚더라도 공짜 술을 마시지 못하리
그러나 물을 마셔야만 할지니 그리고 바라건대
만든 술도 다시 물이 되리라."
이런 시들은 가톨릭에 대한 풍자의 농도를 점점 짙게 한다.

"그는 작별로서 ~ 자, 안녕히(p.63, 582줄~588줄)!"
멀리건은 이제 바다로 향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마지막까지 가톨릭에 대한 풍자로 이어진다. 시의 구절을 다시 한 번 읊조리는 것이다.
"Goodbye, now, goodbye. Write down all I said
And tell Tom, Dick and Harry I rose from the dead.
What’s bred in the bome cannot fail me to fly
And Olivet’s breezy… Goodbye, now, goodbye."
"안녕히, 이제, 안녕히! 내가 말한 모든 걸 적어서,
이놈 저놈 모두에게 알려요. 내가 부활했다는 것을.
내가 공중으로 날 수 있는 것은 천성이라네
감란산의 산들바람―안녕히, 자, 안녕히!"

"그는, 날개 같은 ~ 날뛰며 내려갔다(p.63, 589줄~591줄)."
멀리건은 그러한 노래를 부르면서 남자 수영장으로 뛰어간다. 달려가는 몸집 역시 풍자적이다. 날개 같은 양손을 퍼덕이며, 민첩하게 껑충껑충 뛰는 행위는 부활을 풍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멀리건이 머큐리의 모자(파나마모)를 쓰며 수영장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 헤인즈는 웃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경계하듯 ~ 스티븐이 말했다(p.63~64, 592줄~601줄)."
헤인즈는 멀리건의 속요에 대해 웃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믿는 영국인답게 그런 신학 풍자적인 노래에 지나치게 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한편으로 헤인즈는 멀리건의 유쾌함에 계속 웃는다. 멀리건의 생활은 이러한 풍자로 이루어진다. 스티븐은 헤인즈에게 멀리건이 식사 후마다, 하루에 세 번씩 저 노래를 부른다고 말한다. 헤인즈는 스티븐이 웃는다고 여기고 신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스티븐 데덜러스는 과연 천지창조와 그리스도의 기적과 그리스도의 인격화를 믿고 있을까? 그것에 스티븐은 ’한 가지 뜻만 있는다’라는 모호한 대답을 남긴다. 스티븐의 믿음이 진실된 것인지, 거짓된 것인지는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여기서 함부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그가 정말로 믿고 있고 있는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이 작품만큼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헤인즈가 발걸음을 멈추고 ~  지독한 본보기를(p.64~65, 602줄~613줄)."
영국인 헤인즈가 스티븐에게 담배를 건넨다. 담배를 건네는 행위는, 7장에서도 나오겠지만, 평화나 화합을 상징하는 행위이며, 여기서는 미묘한 분위기를 달래기 위해 사용한 행위이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면서(제임스 조이스가 실제로 담배를 피웠는지에 대한 여부는 의심스럽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방금 전에 못 이룬 신학적 문제에 대해 논한다. 여기서 헤인즈는 ’그리스도의 인격화’를 부정하며, 스티븐에게도 동의하느냐를 묻지만, 이번에도 스티븐 데덜러스는 "자네는 내게서 느낄 걸세, 자유사상의 지독한 본보기를"이라는 모호한 말을 던진다. 그가 모호한 말을 던지는 것은 "침울한 불쾌감"을 가졌다는 것이며, 그것은 더 이상 종교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예술가는 자신이 믿는 종교에 대해 많은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법이니까.

"그는, 이어질 이야기를 ~ 적혀 있던 걸(p,65, 614줄~620줄)."
스티븐은 헤인즈의 말을 기대하면서, 다시 한 번 의식이 흐르게 된다. 헤인즈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열쇠를 가지려는 의도를 그의 눈 속에서 확인한 스티븐은, "그것은 내 꺼야. 내가 탑세를 물었어"라는 일종의 이기심을 발동한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철저히 보상을 받으려는 그의 태도는 열쇠를 계속 가지려는 행위에 비유하는데, 그것은 그의 계속되는 고난의 서막이다. 열쇠를 가진 자는 방랑하는 법이다.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곧 소금빵을 먹게 될 것이다. 열쇠를 가진 스티븐은 밤에 마텔로 탑에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블룸과의 만남도 계속할 수가 없게 된다(17장에 그가 떠난 이유는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자기유래적인 강제의 슬픔’은 단테의 그것과 유사하다.

"―결국, 헤인즈가 ~ 카톨릭 사도 교회지(p.64~65, 621줄~633줄)."
헤인즈는 원망의 시선 없이 스티븐에게 다시 말을 건넨다. 헤인즈는 "자네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네"라는 말을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열쇠를 요구한다(열쇠로부터 속박되어 있는 그의 심리를 알아챈 것이다). 하지만 스티븐은 그러한 헤인즈의 의도를 깨달은 듯, 계속 냉소적으로 대답한다.
이 부분은 그에 대해 모든 해답이 풀리는 곳이다. 그는 대영제국과 가톨릭 교회에 얽매여 있는, 이른바 "두 주인의 종놈"인데, 그래서 그는 ’영국인’ 메리 앤 여왕과 ’이태리인’인 로마 교황에 대해 적대감을 느끼고 있다. 이태리인은 스티븐을 얽매고 있는 가톨릭 교회를 암시하는데, 결국, 이렇게 해서 스티븐이 종교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드러난다. 물론 스티븐은 그리스도의 인격화 등을 거부하지만, 그가 적대하는 "그 따위" "참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가톨릭 교회이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조국 아일랜드를 지배하며, 자신을 얽매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자유를 추구하는 예술가이다. 그래서 그는 자유를 억압하는 것에 의식적으로 적대감을 느낀다.
그러나 스티븐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영국인의 여왕’들인데, 그들에 의해 아일랜드가 탄압받고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은 정의로운 예술가이다. 영국 국민들까지 적대하진 않는다. 다만 아일랜드를 탄압하는 이들에게만 적대감을 느낀다. 그래서 스티븐은 아일랜드를 탄압하는 나라의 선봉에 있는 영국 여왕을 가장 싫어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정신은 아일랜드가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정말로 제임스 조이스의 생각이라면, 그는 정말로 자유분방한 예술가인 셈이다.
한편, 그가 섬기는 또 하나의 주인이 있는데, 그 사람은 "나에게 엉뚱한 짓을 요구하는 자"이다. 그 사람은 헤인즈일 수도 있고, 그의 친구들일 수도 있고, 멀리건일 수도 있다. 또는 그의 아버지 사이먼 데덜러스이거나, 리오폴드 블룸일 수도 있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더 깊이 이 작품 속으로 파고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벅 멀리건이나 헤인즈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스티븐의 의식, 즉 조이스의 의식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헤인즈는 말하기에 ~ 역사인 것 같아(p.66, 634줄~637줄)."
영국인 헤인즈는 스티븐의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그의 말을 인정하기로 한다. 아일랜드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한다. 헤인즈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는 비록 영국인이지만, 아일랜드의 탑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역사"라고 하는데, ’역사’는 일종의 ’악몽’이다. ’꿈’을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제임스 조이스는 영국이 아일랜드의 불만을 이해해주었으면 바라고 있나 보다.

"당당하고 세력을 ~ 교회를 수호한다(p.66~67, 638줄~653줄)."
스티븐 데덜러스는 로마 가톨릭 교회에 비판의 칼날을 건넨다. 로마 정교회의 힘과 권위를 인정하지만, 이단자들을 끌어들임으로써 간접적으로 그것들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티븐은 교황에 대해 아주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데, 그것은 교회를 타락하게 만드는 데에 가장 큰 원인이 교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그는 이교들의 무리에, 교회를 조롱하는 멀리건을 끼워넣는데, 그렇게 되면 본질적으로 스티븐 역시 이교도들의 무리에 끼이게 됨에도 불구하고, 스티븐은 엄격한 칼날로 맞선다. 이 긴 의식의 흐름은 주로 삼위일체설과 부자동질론에 대한 이단적인 견해를 명상하고 있다. 삼위일체설과 부자동질론은 방금 전에 헤인즈가 믿기를 거부한다고 말한 것들이다.

"들어라, 들어라 ~ 농 드 디외(p.67, 654줄)."
스티븐은 자신의 의식을 조롱하기 위해 파리에서의 경험을 되살린다. 자신의 비판이 직접적이지 않고, 우회적인 것을 조롱하는 동시에, 그 이론을 반박하려는 것에 대한 우유부단한 시도를 조롱하고 있다. 이렇게, 제임스 조이스의 작품의 주인공들은 모두 스스로의 의식에게 질타를 받는다.

"―물론 나는 ~ 바로 지금(p.67, 655~657줄)."
스티븐의 의식의 흐름에 의해 끊어져버린 헤인즈의 말이 이어진다(독자들이 조이스의 작품을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야기 도중마다 주인공의 긴 의식이 이어져서 상황을 이해하는데에 방해를 받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식을 제외하고 읽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그러나 중간 중간에 생생하게 의식의 흐름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조이스 작품의 특징이며, 에피파니를 증명하는 것이다). 영국인 헤인즈는 자신의 조국도 독일계(또는 프랑스계) 유대인들이 빼앗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그러한 헤인즈의 염려는 지난 세기말의 혁명, 자본주의, 국제적 갈등, 긴장을 불러일으켜, 혼란 상태에 빠뜨리는 동안 나라를 지배하려는 유태인들의 음모를 암시하고 있다.

"두 사나이가 ~ 오늘로서 아흐레째지(p.67, 658줄~662줄)."
두 사나이(스티븐과 헤인즈)가 낭떠러지 가장자리에 서서 상인과 뱃사공을 보고 있다. 그들이 불룩 항으로 가고 있는 배에 대해 말하자, 뱃사공이 그들 쪽(북쪽으로 추정됨)을 향해 경멸 조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말을 의식한 것인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는지 판단할 수 없지만, 경멸조로 끄덕인 것을 보아 전자쪽이 더 확실한 것 같다. 사실 뱃사공과 두 사나이간의 거리는 서로 대화할 수 있을만큼 가깝지만 말이다. 뱃사공이 오늘 익사체를 안양한다는 말을 전하고 계속 나아간다.

"익사한 사나이 ~ 여기 나 있어(p.67~68, 663~665줄)."
이제부터 익사한 사나이가 스티븐의 의식을 적시는 또 하나의 모티프로 형성된다. 이는 후에 블룸도 마찬가지인데, 그 역시 패디 디그넘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한다. 이렇게 주인공들에겐 ’죽은 사람들’이 의식을 지배하여, 결국 그들도 작품 말머리에 가서는 거의 ’죽은 사람들’처럼 되어 간다. 마침 익사체를 안양한 배도 "여기 나 있어"라고 말하는 듯이 지나가고 있었다. 에피파니가 의식에 각인된 셈이다.

"그들은 꼬불꼬불한 ~ 단기 노출이군(p.68, 666줄~674줄)."
스티븐과 헤인즈는 마침내 먼저 달려나간 멀리건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대화를 다시 전개한다. 멀리건 그룹의 일원이자 웨스트미드에서 블룸의 딸 밀리와 만나는 밴넌으로부터 받은 스냅사진을 받았다는 것이다.

"벅 멀리건이 ~ 흘러 나왔다(p.68, 675줄~678줄)."
멀리건이 수영 준비를 하는데, 어느 신부가 수영을 마치고 바다에서 올라온다. 그가 올라오자 제임스 조이스는 그 장면을 익살적으로 그리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늙은 신부의 흰 머리에서부터 물이 흘러나와 가슴과 올챙이 배(뚱뚱한 배. 신부들의 탐욕을 상징하기도 한다)를 흘러 팬티에서 분사식으로 흘러나온다....... 우리가 물에 빠지고 다시 나왔을 때 흔히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익사체를 연상시켰던 이 신부는 일종의 전신세례를 받은 셈으로, 그가 정화되어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벅 멀리건은 ~ 성호를 그었다(p.68, 679줄~680줄)."
멀리건은 조롱의 의미로 기어가는 신부에게 길을 내어주고는, 두 사나이를 쳐다보면서 엄지손톱으로 경건하게 이마와 입술과 가슴뼈에 성호를 긋는다. 그가 하는 신학적 행위는 모두 신학적 조롱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이번에 우리는 멀리건이 물에 빠진 생쥐 꼴로 수영장에서 나오는 신부의 모습을 전신세례한 것처럼 성호를 긋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그의 그러한 행위가 모두 일종의 조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시머가 도회에서 ~ 산양처럼 으스대는군(p.68, 681줄~692줄)."
시머는 멀리건의 친구로, 아까 전에 한 번 언급된 바가 있다(p.44, 13번째 줄 참고). 의학도 멀리건으로서는 그가 의학을 그만두고 그 정반대의 공간인 군대(의학은 치료하는 곳이지만, 전쟁은 부상당하는 곳이므로)로 가려는 말이 참으로 우스울 뿐이다. 그래서 멀리건은 그를 조롱하는 의미로 "하나님에게나 가라지!"라고 말한다. 그의 조롱은 모두 신학적인 조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는 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또한, 그는 시머가 처녀 릴리와 부두에서 연애하는 것을 듣고 "경칠"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친구로서는 굉장히 분노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멀리건은 시머뿐만이 아니라 그와 교제를 하고 있는 릴리를 "산양"에 비유하며 조롱한다.

"그는 자신의 ~ 초인간이다(p.68~69, 693줄~694줄)."
벅 멀리건은 익살로서, 니체의 사상을 빌려 다시 한 번 신학적인 조롱을 시도한다. 니체의 대표적인 저서들 중 하나인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등장하는 중요한 개념 ’위버멘쉬’, 즉 ’초인간’이라는 개념을 빌려 온 것이다. 초인간의 사명은 모든 허위와 병적인 요소 그리고 생명의 적대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고 멀리건은 스스로를 열두 번째 갈빗대가 없는 아담으로 만들면서, 최초의 인간, 즉 초인간으로 만든다. ’이빨 없는 킨치’, 그러니까 조롱받고 있는 스티븐 역시 초인간이다. 멀리건의 이 익살은 초인간, 즉 예술가의 사명은 초인간의 사명과 똑같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의 익살은 때로는 진지하고, 또한 무시해서는 안될 중요할 것들이 담겨 있다.

"그는 셔츠를 애써 ~ 먹은 뒤엔 안 돼(p.69, 695줄~701줄)."
멀리건은 옷을 다 벗고 수영을 시작한다. ’찬탈자’는 즐겁게 수영을 하며, 헤인즈와 스티븐에게 수영을 해 보라고 권하지만, 둘 모두 거부한다. 헤인즈는 ’소화를 위해서’라는 핑계로 그 권유를 거부하고, 스티븐 데덜러스는 먼저 가 버린다.

"스티븐은 몸을 ~ 거기 던져(p.69, 702줄~707줄)."
스티븐 데덜러스는 먼저 떠나기로 한다. 그는 그것을 멀리건에게 말하는데, 역시 멀리건은 그에게 열쇠와 돈(2페니)를 요구한다. 스티븐은 옷을 고정하기 위해 열쇠를 주라는 멀리건의 말에 순응하여 순순이 그것을 넘겨주고, 술을 마시기 위해 돈을 던져주라는 멀리건의 말에 그대로 따른다. 어찌 보면 그는 나약한 예술가 같지만, 분명히 스티븐은 강인한 예술가임에 틀림없다.

"스티븐은 두 페니를 ~ 이렇게 말했도다(p.69, 708줄~711줄)."
신부가 옷을 입는 것을 본 스티븐은 그것을 본 동시에, 두 페니를 옷을 벗은 멀리건에게 던져준다. 그러자 멀리건이 조롱의 의미로 신약성경의 한 구절을 니체의 문체를 빌려서 그것을 풍자한다. 멀리건은 1장 처음부터 끝까지 조롱으로 가득 찬 말투를 품고 있는, 그야말로 ’찬탈자’이다.

"그의 통통한 몸이 ~ 따라 걸었다(p.69~70, 712줄~718줄)."
멀리건이 수영장에서 몸을 물에 적시는 동안, 헤인즈와 스티븐도 서로 헤어지기로 한다. 스티븐은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하는 좁은 길을 걸으면서, 헤인즈와의 약속을 한다. 하지만 예술가는 색슨인의 미소를 보고 황소의 뿔도, 말의 발굽도, 헤인즈의 미소와 약속도 거짓말이라는 챔피언의 『종족의 격언집(Racial Proverbs)』의 구절을 떠올린다. 스티븐은 굴곡진 길을 걸으며 여전히 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릴리아따 ~ 비르기눔(p.70, 719~723줄)."
스티븐은 라틴어로 된 기도문을 듣고 있다. 그런데 이 기도문은 4장 끝부분에서 블룸이 들은, 조지 성당에서 울리는 세 번의 종소리와 일치한다. 이것 역시 스티븐과 블룸의 간접적인 만남으로서, 아까 전의 구름이 시각적인 간접적인 만남이라고 한다면, 이 종소리는 청각적인 간접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오폴드 블룸이 단지 ’헤이호’만 들었다고 한다면, 스티븐 데덜러스는 라틴어로 된 기도문을 듣게 된다는 점이 둘의 차이이다.
"(라틴어)Liliata rutilantium.
Turma circumdet.
Inbilantium te virginum."
"백합처럼 환한
반짝이는 무리들이 둘러싸게 하소서.
처녀들의 합창대가."
조이스가 『율리시스』에서 라틴어와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지 않은 이유는 중역을 피하고, 모두 원전의 참맛을 누리라는 일종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벽감 속에 신중하게 ~ 바다 위에, 동그랗게(p.70, 724줄~728줄)."
스티븐 데덜러스는 이 장을 마무리하는 의식으로써, 우선 신부를 생각한다. 옷을 입고 떠난 신부. 그리고 열쇠를 멀리건에게 넘겨줌으로써 일어난 안도가 그 다음 의식을 적신다. 하지만 집에도 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곧 그에게 덮쳐온다. 시시각각 변하는 스티븐의 의식은 이제 어머니의 목소리, 즉 바다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바다 위에 있는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에 스티븐은 손을 흔든다.

"찬탈자(p.70, 729줄)."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제 1부 제 1장은 이 구절로 막을 내린다. Usurper. 찬탈자(纂奪者). 이는 벅 멀리건을 암시한다. 찬탈자란, 왕위를 무력 또는 폭력으로 빼앗으려는 사람을 일컫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가 찬탈자인지 알아보아야 한다. 『율리시스』의 1장은 스티븐만큼이나 멀리건의 밀도가 높은 부분인데, 그래서 제임스 조이스는 이 부분에서 그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려고 했다. 작가는 스티븐과 멀리건 그리고 헤인즈의 의식과 언동과 서술을 통해 멀리건의 성격 현현이 하나의 초점적 계시라는 것을 귀착하려고 했다. 이 장에서 멀리건은 다양한 인물을 상징했다. 구혼자를 암시하고, 영국인을 암시하고, 사제를 암시하고, 제사장을 암시하기도 했고, 또한 찬탈자를 암시하기도 했다. 그가 모든 것에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과 스티븐의 주장에 부분적으로 찬성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멀리건이 영국 여왕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스티븐에 대해 원망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단순히 벅 멀리건은 ’구혼자’이기 때문에, 오디세우스의 왕위를 빼앗으려고 했기 때문에 ’찬탈자’라고 불렸을지도 모른다. 그의 작품의 특징은 각 장 그리고 각 작품이 끝날 때마다 뜻 깊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1장과 18장에서는 그 면모가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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