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 기시미 이치로 저, 유미진 옮김, 카시오페아(2015)

토요일 오후, 시어머니와 대화 중에 남편이 끼어들어 저를 '뻥쟁이'라고 비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의 주제는 바나나 농약에 관한 이야기였고 남편이 대놓고 저를 무시하자 시어머님은 아이들이 데리고 자리를 피해주시고 저와 남편은 한동안 언성을 높였습니다. 정확하게 알지 못 하는 문제는 말하지 말라는 남편의 지적에 제 이야기의 출처를 찾아서 이야기했고 남편은 그 이야기가 언제적 이야기인지 알아보라며 말했지만 '뻥쟁이에다 책에 나온다고 다 믿어버리는 무식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화가 났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필리핀에 가서 바나나 농약을 어떻게 치는지 눈으로 확인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분한 마음을 달래고자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풀어쓴 기시미 이치로의 책은 화가 났을 때,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읽으면 좋습니다. 화가 난 것이 화를 내기 위해 좀전의 사건을 끌어온 것인지, 좀전의 사건 때문에 화가 난 것인지를 살펴보다보면 금방 화가 누그러뜨려지기 때문입니다. 아마 좀전의 사건은 남편의 말투 때문에 화를 내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시어머님과 대화 중에 불쑥 끼어든 것도 화가 나지만, 불쑥 끼어들어서 상식을 운운하며 상식없는 사람으로 몰아가는 방식에 발끈한 거지요. 이제 다시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무얼 할 것인지 다음일에 대한 목적을 생각합니다. 무얼 선택할지는 제 마음입니다.

화가 너무 많이 났을 때, 머리 속이 지나치게 복잡할 때는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딱 내 이야기만 들어주고 나와 관련 있는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는 상담 사례를 중심으로 아들러 심리학을 풀어낸 책이라 읽고 싶은 사례들을 먼저 읽을 수 있어 좋습니다.

저는 <툭 하면 화내는 남편,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편을 유심히 읽습니다. 툭 하면 화내는 남편... 정말 툭 하면 화를 잘 내는 것 같은 남편인데 기시미 이치로는 항상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하루에 15분 정도 화를 내면 주변에서 이 사람은 '항상' 화를 낸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애들 아빠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으니 하루 종일 화를 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함께 있을 때, 어느 때 화가 폭발할지 모르니 조심스러울 뿐이지요.

토요일 시어머니와 대화 중에 남편은 갑자기 화를 내며 저를 비난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남편은 그냥 이야기를 꺼낸 것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갑자기 비난을 받는다고 생각한 제가 남편이 화를 낸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고요. 이럴 때, 기시미 이치로는 본인이 화를 내고 있음을 알아차리도록 일깨워주라고 합니다. 남편의 비난에 큰 소리로 대응하기보다 왜 그렇게 화가 났냐고 물어봐줬다면 사건이 커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남편에게 비난을 받았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또 다시 화가 나고 정말 내가 뻥쟁이에 무식쟁이인 건 아닌지 반복해서 저에게 묻게 되며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움츠러 듭니다. 마음의 앙금이 남아있는 것을 두고 기시미 이치로는 앙금을 남겨놓는 이유는 원만하게 관계를 풀어가지 않겠다는 결심이 애초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렇기에 이 결심을 먼저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화를 내기 위해 앙금을 남겨놓은 것인지, 앙금이 남아있기에 화가 나는 것인지 그 순서를 알 수 없습니다. 저는 그 때 그 일 때문에 화가 난다고 하지만 그 때 그 일을 잊으려고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왜 그 노력은 하지 않고 남편은 툭 하면 화를 낸다고만 생각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남편은 종종 화를 낼 수 있습니다. 하루 15분 정도 화를 낼 수도 있고 그보다 적게, 혹은 그보다 많이 화를 낼 수도 있습니다. 남편의 화가 제게 미치면 깜짝 놀라 화를 내거나 상처를 받지만, 잊어버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원래 가까운 사람에게 큰 상처를 받기 마련이고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케케묵은 것들은 기억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과거의 나쁜 기분을 앙금이라 표현한 것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일을 층층히 쌓아놓았다는 말입니다. 마음 속에 앙금을 쌓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주일 전 사건에만 감정이 동하도록 노력해보고 그것에 익숙해지면 어제일도 잊으려고 노력해봅니다. 화를 내기 위해 케케묵은 사건을 기억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다시 한번 아들러의 '목적을 생각한다'를 떠올려봅니다. 내 삶의 목적, 큰 방향에 지난 주말에 있었던 일은 빨리 지우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최근 기시미 이치로가 풀어주는 아들러 심리학은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특히나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상처 받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내 상처 말고는 다른 것을 돌아볼 힘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라면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를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 사례들 중에서 내 상처를 치유해줄 부분을 먼저 읽으시고 찬찬히 전체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아픈 상처가 나으려고 할 때, 어쩌면 우리는 그 상처가 덧나도록 문지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상처가 회복될 수 있게 우리가 상처를 문지르는 행동을 그만 할 때 우리는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겁니다. 올해 아들러를 만났습니다. 행복이 성큼 가까이 다가온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