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제목만 보아도 내 상처를 말끔히 치유해 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땐 미대생들이나 들고다닐 법한 드로잉북 크기, 뭔가 읽기 보다는 그림을 그릴 스케치북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을 선택한 건 오로지 캘리그라피 때문이다.

제작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6개월 동안 토요일 아침 시간을 채워준 캘리그라피 수업.

ㄱ부터 ㅎ까지, 먹물에 서진, 그리고 붓으로 화선지에 그리는 글씨는 캘리그라피라기보단 서예수업같았다.

하지만 무언갈 하고픈 마음은 왜 그리 길게 가지를 못하는지...

이 망할놈의 끈기(?) 때문에 때려치운 캘리그라피를 요즘 다시 시작했다.

'관심사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오기도 하는구나...'신기하면서도 웃기면서도...

시와 캘리그라피는 정말 잘 어울린다.

정해져 있는 글씨체가 아닌, 본인 만의 글씨체를 예쁘게 표현하면 그게 캘리그라피다.

상대적으로 길이가 짧고, 우리에게 울림을 주는 시를

캘리그라피로 표현하면 울림의 깊이가 더해진다고나 할까?

이 책에는 우리가 그동안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시들이 많다.

그 시들은 총 4가지 part로 분류했다.

믄 제목에 꼭 들어맞는 시들이 가득하다.

part 1.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part 2. 언제쯤이나 사는 일이 서툴지 않을까

part 3.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든 밤

part 4. 잠겨죽어도 좋을 만큼

그리고 책의 왼편에는 작가가 쓴 캘리그라피 문구를,

오른쪽에는 독자가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오른쪽 아래에는 왜 이런 캘리그라피로 쓰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을 때 주의할점 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팅북 가이드가 있는데

이 가이드가 없었다면 나는 이 책을 그저, 단순히 캘리그라피 연습북이라고만 생각했을 거다.

우선 시를 느끼고, 쓰고, 즐기는 과정을 겪으면 정말 이 시가 더 와닿는 느낌이었다.

또 같은 시에도 문구에 따라 다른 글씨체로 써내려간 작가의 캘리그라피를 보고 있노라면

단순히 글씨를 잘 썼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내가 느낀 감정과 들어 맞으면 '신기하다..' 그리고 또 다르면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하며 감탄이 나왔다.

라이팅북 가이드를 꼼꼼히 읽었지만

평소 캘리그라피 연습하던 버릇은 어디 못가나보다.

잘 쓰고 싶고, 또 잘 따라 그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쓰기보다 그리다보니 시를 온전히 느끼지 못한 점은 아쉽다.

하지만 분명 그동안 내가 잘 알고 있었던 시도 캘리그라피로 써보니 다르게 와닿았다.

문구 자체에만 집중하기보다 내가 써내려간 글씨들과 함께 보고 있자니

글자 하나하나가 가진 소중함, 그리고 그들이 어우러져 풍기는 분위기까지 함께 느껴진다.

비록 짧은 시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시 하나를 쓰기까지

쓰고, 지우고 반복하는 시인의 마음이었다고나 할까?

이 책은 내 침대맡에 두고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려고 한다.

이 시를 필사할 때 내 감정에 따라 또 다른 분위기를 내는 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에..

공부할 때 머릿속에 잘 눌러 담으려면 손으로 꾹꾹 눌러 써야 잘 들어간다.(물론 개인차는 있지만)

글을 잘 쓰고 싶으면 필사를 하라고 했다.

이제 시를 읽을 때 제대로 느끼려면 붓펜을 하나 들고 써가면서 읽어야겠다.

도구는 중요치 않다.

글씨를 잘 쓰는지도 중요치 않다.

그냥 그 시를 느끼고 그 느낌을 다시 내 손으로 표현해보는 거다.

훌륭한 작품이 탄생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