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짓을 하면 재미나고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인간의 성향에서 비롯된 세상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용적이고 효율적이지 않은 일을 '재미'에 이끌려 하게 되고, 재산과 시간을 투자하기까지 하는 이야기 들이다. 그 '재미'에서 출발한 것들이 곧 '쓸모있는 것'의 결말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다.

 

  '흥미로운 일을 하는 것, 몰입에 대한 순수한 열정, 그 재미를 탐하는 우리의 유전자는 우리 종의 앞날에 "창의(creativity)라는 선물을 남겼습니다. (p.11)

 

  저자는 이야기들을 소재별로 묶어서 6개의 장을 구성했다.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 이다.

  퍼플색을 만들 수 있는 달팽이의 분비물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항해를 떠난다. 달팽이를 잡으러 떠난다고 생각하면 우습지만 돈이 되는 아이템을 위해서 모험을 감수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욕망이다. 이 때문에 위험을 무릅쓴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옥양목이 백화점같은 쇼핑몰을 만들게 했다면 이또한 너무 엉뚱한 연결이다 싶겠지만, 옥양목처럼 입소문을 통해서만 광고가 되던 상품이 점차 여성들이 오래 머물수 있게 꾸며진 상점들을 통해서 팔리게 되고, 결국은 백화점 같은 형태의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는 쇼핑몰의 탄생을 불러온 것이다.

  컴퓨터의 시작이 음악이라는 것또한 엉뚱할 것이다. 음악소리를 만들어내는 도구의 원리를 이용해 방직기를 만들게 되었고, 그 방직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배비지는 펀치카드를 생각해냈다. 컴퓨터키보드도 건반악기에서 시작된 것도 이러저러한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이다.

  후추 등의 향신료 때문에 대항해가 시작되고, 이어 식민지 쟁탈이 시작된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일 것이다. 이쯤되면 이제 환등기를 이용한 오락놀이가 무엇으로 발전될지 짐작할 만할 것이다. 그렇다. 영화산업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아직도 우리는 놀이에 지나치게 열광하는 것 같아  보인다. 놀이공원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영화와 게임에 열광한다. 이러한 '놀이공간'과 놀이들이 생산적이라고 말하면 납득이 힘들겠지만, 저자는 인간의 두뇌에 '놀라움 추구 욕구'가  내재해있다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으며, 목표가 규정되지 않은 이 욕구가 인간을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이끌며 문화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놀이하는 시간, 휴식하는 시간을 낭비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생각이 바뀔 것이다. 진지한 연구가 인간의 삶을 바꿀 수도 있지만, 아주 재미있는 놀이가 마침내 인간의 삶을 바꿀 놀라운 발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