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나 행복을 느끼기 위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늘 행복을 꿈꾸며 살고, 간절히 기적을 원하지만, 사실은 매순간 우리가 바라는 그것들이 바로 우리의 앞에 와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멀리에 있으므로 더 멀리 나아가고 더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선입견을 벗어던지라고 말한다. 우리의 일상 속에서 아주 작은 일들로 행복해질 수 있다. 그 사소한 일들이 어떤 것인지 이 책을 읽으며 잔잔하게 다가오는 감동 속에서 알 수 있다.

 책의 시작은 판매대의 계산원으로 일하는 줄리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분노를 억누르고 울분을 삭히면서 일하고 있는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50유로가 사라진 오늘의 재수없는 상황과 자신의 삶에 대한 비관뿐이다. 그런데 슈퍼에서 사과를 살 줄도 모르면서 느긋하게 말을 걸어오는 노인 때문에 잠시 그녀의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이 흐트러진다. 게다가 의심스럽게도 노인은 자신에게 점심을 같이 먹자는 제안까지 한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상적이지 않은 일에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줄리는 노인을 믿어보기로 한다.

  갑자기 아내가 떠나버린 폴은 혼란스로우면서도 홀가분하기까지 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아내가 자신이 아닌 자신의 돈과 사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유로운 새 생활을 자축하며 살기로 한다. 괴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또 한명의 등장인물 제롬이 등장한다. 자살한 아내를 잊지 못하는 그는 잠시 자신의 병원을 다른 의사에게 맡기고 휴가를 떠나기로 한다. 그렇게 해서 카롤린까지 스토리에 합세하게 된다.

  세상에 대해 적대적으로 살아온 줄리는 폴과 제롬의 브르타뉴여행에 동행하면서 지금까지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맛본다. 하지만 돌아오는 길에 사고로 아들 룰루를 잃고 만다. 세상의 호의에 겨우 눈뜬 줄리에게 닥친 시련은 다시 그녀를 절망에 빠뜨린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제 그녀를 따뜻하게 위안해줄 사람들이 있는 상태이다. 더구나 룰루를 진료하면서 만난 로맹에게서 아주 부드러운 위안을 받는다.

  책은 룰루의 사고를 중심에 두고 사람들이 서로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따뜻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폴과 마농, 제롬과 카롤린, 로맹과 줄리 이렇게 세쌍은 서로에게 지난 상처를 치유해주는 아름다운 사랑을 완성해낸다.

  마음 속에 상처를 드러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것을 드러내는 용기가 있어야 그 상처를 함께 치유할 동반자도 나타날 수 있다. 세상의 따뜻한 호의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자신도 타인에게 위안을 줄 힘을 비축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꾸게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사랑의 힘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삶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우여곡절들에 대해 섬세하게 그려내고, 그 우여곡절들 속에서 우리가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이치들을 꼭 집어낼 수 있는 명구들로 가득차 있다. 서로의 역사와 상처를 아주 조심스럽게 바라보면서 기적을 바라는 소망들을 이루어내는 아름답과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다시 세심한 눈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피어날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기적들을 잘 알아챌 수 있는 힘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