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아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라. 진실로부터 도망치지 마라. 자신이 믿는 대로 하라. 라고.

눈물이 넘쳐 흘렀다.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졌다. -396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라면 눈길도 먼저 가지만 일부러 외면하려고도 한다.

책을 펼쳐드는 순간부터 몰입되어 끝까지 읽어버려야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잡고야 말았다.

기린의 날개...

뭔가 묵직하고 신화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상상을 해보자.

날개를 달고 승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기린상을.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칼에 찔린 채 그 조각상을 향해 걸어가는 한 남자를.

왜 그곳이었는지, 왜 도움조차 청하지 않았는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건이었지만 그의 지갑을 지닌 젊은이가 경찰을 피해 달아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전환점을 맞은 듯했다.

어이없을만큼 살인사건이 쉽게 풀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용의자마저도 아무런 정황을 밝히지 못한채 죽고 말았다.

연결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보이던 그들에게서 그동안 꽁꽁 감춰져왔던 일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정말로 끝을 향해가는 듯했다.

그럼에도 왜라는 의문을 품고 끈질지게 추적해나가는 가가형사.

그리고 마침내 밝혀진 사건의 진실과 전말.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가장의 죽음으로 가족들이 겪어야했던 슬픔. 사람들의 호기심어린 시선.

늘 그랬듯이 범인은 반전의 반전이라고 해야할만큼 내가 정말 1도 의심하지 않았던 인물들이었기에 나름대로 주의 깊게 살펴보며 읽어나갔지만 역시나 전혀 예상치못했던 범인이 밝혀지는 순간 당혹스럽고 놀라웠다.

아버지와 아들.

가족.

사랑하는 사람.

보이지 않게 연결된 듯한 운명의 끈을 상상하며 읽어나가던 나는 결국 강한 펀치 한 방을 맞은 채 저자가 이끄는대로 읽어나가야했다고할 것이다.

무뚝뚝하고 일만 하는 아버지들의 모습은 한결같은 듯했다.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그 깊은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것은 사실상 나와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인가 요즘은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중이다. 알아주겠지, 알겠지 하는 나의 바램은 그야말로 바램이지 정말로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을 알아버렸으니까.

 

 

"용케 그런 사실을 깨달았구나.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저지르지. 중요한 건 그 실수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야. 도망치거나 외면한다면 똑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게 되는 법이란다."

-397

 

 

 

기린의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