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497

 

하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단숨에 읽어야만하게끔 만들기 때문에 책을 잡을때마다 주저하게 된다.

이번엔 과감하게 '기린의 날개'와 '라플라스의 마녀'다.

이런저런 일들이 하나둘씩 마무리되기 시작하니 나름대로 여유도 생겼고,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 슬슬 지쳐가는 나를 위한 일종의 보상의 시간이라고

해야겠다.

두 권다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었고 물론 그랬다.

희한하게도 올해초 일본 여행에서 난생 처음으로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맡아야

했던 유황 온천의 강렬하고 잊을 수 없는 향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는 사건을 만났다.

온천지에서 벌어진 두 건의 사망 사건.

작은 동네인데다 거리도 떨어져 있어 자칫 우연히 벌어진 중독 사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지만 아오에 교수와 그 곳에서 만난 묘한 소녀 마도카 그리고 나카오카

형사가 우연히 그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일면식도 없었던 그들이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건현상에서 연이어 만나게 되면서

우리도 그들과 함께 사건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가게 된다.

'불행한 우연'으로 일어난 사건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이상하고 개운치 않았던 그

이면에 숨겨져 있었던 비정하고 끔찍한 진실 속으로.

이들의 집념으로 8년 전에 일어났던 일가족 황화수소 중독 사망 사건과 얽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사건의 전말들이 서서히 밝혀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마도카가 엄마와 외할머니 댁에 놀러가서 외할아버지를 모시러 가다가 갑자기

발생한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었고 아버지는 아주 중요한 수술이 있어서 함께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로 시작되고 있었기에 도대체 이 두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내내 품은채 읽어나가야 했다.

토네이도와 황화수소, 엄마를 잃은 소녀와 가족을 잃은 소년.

그리고 이들을 이어준 극비 프로젝트인 '라플라스 계획'

마도카와 같이 있으면 늘 일어나는 이상한 일 아니 신기한 일들은 또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해야 하는건지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은 물리학, 수리학에 지구 화학까지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탓이다.

그래도 치유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은 영혼을 이해하고 달래줄 수 있는 사람과 

사랑이 있어서  여전히 살맛이 나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라플라스의마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