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김지영. 이 흔한 이름이 실제로 1982년에 태어난 여성들의 이름 중 가장 많은 이름이란다.

지영씨의 어머니는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안일과 농사일을 돕다 열다섯 살이 되던 해에 서울로 올라왔다. 10대였던 어머니와 이모가 먹지도, 자지도 못하면서 번 돈으로 큰 외삼촌은 의사, 작은 외삼촌은 경찰, 막내 외삼촌은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어머니와 이모를 지원해 주는 가족은 없었다. 많은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탄생과 함께 시작된, 아니 탄생 이전부터 시작된 이 땅의 남녀차별. 다른 말로는 여성에 대한 비하. 근거 없는 남성 우월사상. 기득권이 되어 버린 남성.

 

가정에서, 초등학교에서, 반장 선거에서, 출석부 번호에서, 중고등학교의 복장 규정에서, 학원에서, 버스 안에서, 대학의 학과와 진로 선택에서, 대학 동아리에서, 취업 과정, 면접에서, 직장 내의 허드렛일, 회식 자리에서, 부서 배치에서, 임금에서, 결혼 후 집안 일에서, 자녀 임신에서, 지하철 안에서, 출산 후 직장 문제에서, 양육의 과정에서, 우리 생활의 모든 공간에서,,,

 

성에 기반한 “젠더는 사랑, 결혼, 가족 구성, 출산, 양육, 노령화를 포함한 사적인 영역부터 경제, 종교, 정치, 미디어, 학교 등 모든 공적 영역에 작동하는 강력한 체제이다.”

 

소설인데도 자꾸 다큐멘터리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 글의 내용이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성인 내가 미루어 짐작하고 있던 모든 것들의 날 것들을 본 느낌이다.

 

김지영은 어처구니없고 부당한 상황에서 거의 대부분 입을 닫아 버린다. 그때마다 하고 싶은 말들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그러다 산후 우울증이나 육아 우울증과는 다른 정신질환을 앓게 된다.

 

세상 모든 어지러운 부분을 손봐야 하는 시대이다.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이다. 응급실에서의 처치 순서는 선착순이 아닌 위급 순이다. 이 땅의 여성들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위급하다.

p.s. 나의 어머니, 아내 그리고 사랑하는 딸들 모두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