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고 한국전쟁중에 멈춘 것을 아쉽게 생각했었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이라고 해서 읽었었는데 중간에 멈춘 것이 아쉬웠었다. 사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읽기 전까지는 이어지는 소설인지 전혀 몰랐다. 아니 내가 너무 박완서 작가의 소설에 너무 무관심했었는지도 모른다.

 

2010년에 백권 읽기에 도전하고 지난 해에 50권 읽기에 도전하면서 전에 읽지 못했던 책들을 접하면서 한참 지난 소설도 목표 권수에 포함시키면서 책을 보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1부격인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작가가 태어난 고향에서의 어린시절에서 시작하여 엄마에 의해 서울로 옮겨와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입학하고 한국전쟁을 겪게되는 스물살까지의 이야기 였다. 박완서 작가가 태어난 1931년부터 1950년까지 우리 역사의 산 기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역사기록이 실록과 고려사 등과 같은 국가기록물로는 아니더라도 개인적인 자서전 및 성장소설 등으로도 귀중한 자료로 남을 수 있다는 걸 새삼 알게 되었다.

 

2부격인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의 첫 장을 펼쳐본 순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 이어서 쓴 소설이란 걸 금방 알 수 있었던 것은 그 책을 읽은지가 얼마되지 않아서이리라. 발표된지 15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박완서 작가가 타계한 이후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지만 박완서 작가의 혼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은 1.4후퇴 때 피난을 가지 못하고 서울에 남아 있던 작가의 가족이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그 당시 실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도망친 오빠가 다리에 총상을 입어 피난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작가의 어머니와 올케 그리고 어린 두 조카가 살아 남는 과정이 한 편의 기록영화를 보는 것처럼 눈앞에 촤르르 펼쳐진다.

 

한국전쟁 발발후 정부는 서울을 사수한다고 발표해 놓고 철수하면서 한강다리를 끊어 버려 수많은 서울시민이 9.28수복때까지 인공치하에서 숨어 살거나 부역을 하는 등 민주와 공산 진영의 이데올로기에 희생되었다.

때문에 1.4후퇴때에는 정부에서 서울시민들에게 모두 피난하라고 하였기 때문에 서울에 남아 있는 사람은 대부분 노인과 의용군으로 끌려간 자식을 기다리는 노부모 그리고 연약한 부녀자들이 대부분이였다.

 

그 와중에 작가의 가족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빈집을 뒤져 식량과 땔감을 조달하며 버티었고, 국군과 유엔군의 반격으로 인민군이 서울을 퇴각할 때 북으로 가는 척하면서 파주의 한 산골로 숨어들어 그 지역의 노마님의 도움을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고 돌아온 오빠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맞보고....집안의 가장이었던 오빠가 자아를 상실하고 폐인이 되어 숨지는 것에서는 작가의 상실감을 엿볼 수 있었다.

 

60~70년대의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은 전쟁의 전체적인 사실성에만 너무 치우쳐 참혹한 모습을 주로 보여 줬다면 작가의 소설은 인간 내면의 본 모습을 구체적이고 사실성있게 표현함으로써 전쟁이 끝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읽어보는 독자들에게 우리 민족의 과거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