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짧은 소설은 보봐르의 개인적 상황과 밀접하게 닮아 있다

아마 보봐르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소설로 형상화한 듯 하다

지적인 일에 종사하는 남편과 역시 부르조아로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교사 출신의 아내

아내가 다른 남자와 낳은 아들 그리고 남편이 다른 여자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이렇게 구성된 가족들은 가끔은 부부가 아내의 아들과 같이 지내거나 아니면 남편의 딸과 같이 지낸다

 

그런 그들 부부는 이미 장성할대로 장성한 자녀가 있는 나이가 든 노부부들이다

아직 완전히 빛이 사라진 나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이미 60이라는 숫자를 지난 나이들이다

그런 부부가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남편의 딸을 만나기 위해 가고 그 곳 모스크바에서 한 달 남짓 지내는 이야기이다

뭐라 특정하게 평가할만한 점이 있는 소설도 아니다

관념이 드러나는 부분은 사회주의를 정치적 이상으로 삼는 남편 - 즉 사르트르 - 이 딸인 마샤와 하는 토론과 논쟁에서 등장한다

정치,역사,사회주의,인류의 이상,그리고 인류의 미래

이런 것들을 위해 자신의 의견들을 말하는 부녀는 러시아남자와 결혼해서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 딸의 입장과 실패한 사회주의의 그림자들을 망연히 들여다 보고 있는 파리에 거주하고 있는 아버지의 입장처럼 그렇게 차이가 나는 의견들을 나눈다

이미 이 소설이 나오고 나서 수없이 많은 세월이 흘렀고 역사가 이들 부녀의 토론 혹은 논쟁을 심판할 것이다

즉 사회주의는 적어도 공산주의 만큼은 붕괴되었다는

 

그런 골치아프고 어려운 전문적인 정치적 명제와 다른 또 하나의 사실로서의 문제가 이 제목 그대로인 모스크바에서 있었던 오해이다

노부부는 어째서 갈등을 빚고 그렇게 불화를 하게 되었는가 하는

 

한평생 백년해로하는 부부가 분명 없지는 않으나 그것은 드물다고 할만큼 피 튀기는 에고와 에고의 결투의 장소가 가정이라는 부부 사이의 공간이다

부부 사이의 싸움은 칼로 물베기라는 말을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나 현재 21세기에는 더 이상 이 말은 가정법원으로 향하는 부부의 차가운 구두굽에 으스러진 지 오래다

이들 사르트르와 보봐르 혹은 앙드레와 니콜 부부는 젊었을 적에는 화려한 이성편력으로 유명했다

두 부부가 한 여대생을 놓고 각각 이성애와 동성애로 얽혀 아주 현란한 연애를 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그들 둘은 다시금 고향으로 회귀하듯 서로에게로 돌아갔고 끝까지 함께 했더랬다

 

니콜의 관점으로 보아야할 시점 기술은 3인칭 주인공 전지적 시점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니콜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즉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 아니라 니콜이 주인공이어서 작가가 니콜을 3인칭으로 기술하고 있지만 니콜이 곧 작가인 보봐르 이므로 모든 것은 니콜이 알고 있는 대로만 그런 것에만 의해 소설이 씌어지고 있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그런 두 부부의 젊었을 적 사랑 편력은 말하고 있지 않으나 ......

 

아무튼 그렇게 요란하고 시끄럽게 연애의 터널을 지나 노후에도 변함없이 다시 함께 지내고 있던 두 부부가 이제는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서로 고함을 지르고 말을 안하며 눈물을 흘리는지 그 '오해'에 관하여 사실적이며 간결한 묘사가 이 소설의 핵심 사항이다

프랑스 소설들은 참 별 것 아닌 것도 소재로 하며 정말 지리멸렬할 정도로 드라마틱하지 않은 것도 소설로 만든다고 느낄 때가 많은데 이 소설도 역시 그러하다

솔직히 사르트르와 보봐르라는 두 거성의 이름값이 없었다면 아무런 흥미도 못 받았을 책이다

소련이 붕괴하고 공산주의 혹은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면 아예 그런 전문적인 책을 구해 읽는 것이 좋았을 정도로 그런 소련 체제에 대한 심각한 회의와 정교한 관찰도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스케치만이 있을 뿐이다

 

보봐르 여사가 작정하고 소설을 집필했으면 좋았으련만 그저 노부부의 황혼 초입에 들어선 심리 묘사만이 니콜의 심정의 이름으로 앙드레의 마음까지 다 알고 있다는 식으로 일방적으로 기술된다

이래 저래 보봐르 소설이 거의 구하기도 힘들지만 그리 추천하고 싶은 책은 결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