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기를 보면 한국에서의 일상이 자신을 너무 마모시키고 자신을 사회의 부품 하나로 전락시키는 것 같아 과감하게 직장을 접고 세계일주여행이나 유럽 여행등을 떠났다는 사연을 자주 보게 된다

너무 흔하다 보니 진부할 정도로 그런 동기가 여행의 출발 이유가 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동기가 크게 작용한다

언젠가 보았던 노르웨이의 피요르가 자신의 로망이 되어 직장에 사퇴서를 내고 3주 동안 준비를 하여 강원도 동해항에서 러시아 블라스톡으로 가 유라시아 대륙을 오토바이로 횡단했던 것이다

직장이 얼마나 재미없고 현재 한국의 신자유주의가 얼마나 꿈을 착취하는 돈 버는 시스템에 불과한 것인지 실감은 안 나도 대개는 추측이 간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국에서만 여행의 동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야흐로 로망과 두근거림이 사라지는 시스템의 노예로 지구인들이 살아가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것도 곧 세계적인 불황이 장기간 굳어지는 저성장 혹은 제로성장의 시대가 온다고 하니 더 큰 문제이다

몇 십 년 후에는 기계나 로봇에 밀려 사라지는 직업들 리스트가 벌써 나왔다

드론이 대체할 배달과 택배 업종의 사람을 위시하여 ...

그런 익숙한 이유가 서장을 장식하는 여행기는 지적인 대신 별로 유머가 넘치는 재미있는 내용들은 아니었다

고민을 진지하고 깊이하는 성격인지 사색이 빛나는 구절과 의미심장한 책 속의 인용구가 자주 등장하고 그만큼 꾸준하고 성실한 기록자로서의 모습이 엿보였다

길 위에서 나를 스치고 지나간 모습들이 나를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그 점에 강조를 두고 천천히 그리고 솔직하게 써 내려가는 모습이 진중하면서도 세상사에 관심을 간직한 채 공동체의 선(善)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착한 청년이라는 인상을 받게끔 했다

그렇게 변하고 변해서 결국 자신으로 돌아왔다는 , 언젠가 김연수의 산문집에서 읽은 구절과 유사한 마지막의 결론은 그의 말대로 유라시아를 동쪽 끝에서 서쪽끝까지 횡단했지만 그 모든 여정이 자신의 내면 속을 달릴 뿐이었으며 성찰과 자각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는 그의 덧붙이는 고백에 의해 간증이 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마음에 묻고 - 그러기까지 생활과 미래의 공포가 있었지만 - 과감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전환점을 돌아 방향을 꺾은 그를 보니 진정으로 용기있다는 것은 큰 고함을 잘 지르고 싸움을 잘 하는 것이 아닌 그런 것과는 무관한 또 다른 것이라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여행기는 6개월에 걸쳐서 쓰여졌는데 그러나 나라면 오토바이를 하루에 500 km 씩 달리는 모터사이클횡단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500 km 씩 달리다 보면 종내에는 보고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달리고 묵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여행이 점과 점을 잇는 단순한 선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나는 점을 찬찬히 경험하고 그 점과 점을 이어 선이 아니라 면이 되는 그런 여행을 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작은 지방을 여행하든가 아니면 러시아를 전체 둘러 보더라도 1 ~ 2 년 걸려 천천히 보고 싶지 유라시아 대륙을 단지 몇 달에 걸쳐 그렇게 지나치고는 싶지 않다

다 자신의 선택이고 가치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