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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돈키호테>의 작가 세르반테스가 남겼다고 알려지는 이 말을 우리는 거의 명언수준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이 문장을 다른 의미로 해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1>을 읽고 난 후에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은 로마'가 지니고 있는 충분한 뜻과 의미, 그리고 역사적 사실을 외면한 채, 단순히 '거대제국도 시간이 걸려서 완성되었으니, 어떤 일이든 차근차근 해나가라'의 의미정도로만 공유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다. 그렇게만 생각하기에는 로마가 이루어지기까지 발생한 제도적, 정치적, 외교적 상황들이 외면되기 쉽다. 명언이 지니고 있는 뜻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 역사속으로 들어가 그 상황을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나라의 건국신화가 있듯, 로마에도 신화가 있다. 그리스의 아가멤논에게 공격을 받아 트로이에서 도망쳐 나온 아이네아스(아프로디테 여신과 인간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가 지금의 로마지역에 정착하고 그의 후손인 로물루스와 레무스(이들도 왕녀와 군신 마르스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들)가 태어나게 되는데, 왕의 자리를 두고 두 형제가 분쟁을 일으켜 로물루스가 레무스를 죽이고 왕위에 오르게 된다. '로마'는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지은 이름이다.

기원전 753년에 건국된 로마는 왕정 체제로 근 250년의 시간동안 일곱명의 왕이 통치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왕'의 개념과 로마에서의 '왕'의 개념은 조금 다른데 흔히 전제정치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 공동체의 뜻을 받아 수행하는 의미로서의 개념이 더 강했다.

로마의 왕은 신의 뜻을 나타내는 존재가 아니다. 공동체의 뜻을 구현하고 그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존재다. 죽을 때까지 왕위에 앉기는 하지만, 왕위를 세습하지도 않는다. 또한 선거를 통해 뽑힌다. 로물루스에게도 아들이 있었지만, 그 아들이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당시 로마에서는 생각조차 못한 일이었다. 로마의 왕은 군주라기보다는 오히려 종신 대통령에 가까웠다.

민족적 기질이었을까? 로마인들은 왕 개인보다는 시민과 공동체의 존속에 더 큰 가치를 두었고 후에 다른 민족과의 전쟁 후 식민지가 아닌 같은 로마 시민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다시한번 로마인들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로마의 왕정이 공화정으로 바뀌는 시기가 다가오는데 제 7대이자 마지막 왕인 타르퀴니우스는 로마귀족과 시민들에 의해 쫓겨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유는 지금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의 별명은 '거만한 타르퀴니우스'였고 선대왕인 세르비우스의 장례를 금지했을뿐만 아니라 선왕파로 알려진 원로원 의원을 모두 죽이기도 했다. 결국 공동체를 중시하는 로마인들에게 독재자가 나타나면서 견딜 수 없게 되자, 왕을 추방하기에 이르른 것이다.

로마에 공화정을 도입한 인물인 브루투스의 개혁을 통해 로마는 새로운 정치체제로 이행되었고 '어떤 왕도 세우지 않는다'라는 공포와 함께 왕 대시 두 명의 집정관이 다스리는 형태의 공화정을 정착시킨다. 그 후로 로마의 공화정은 500년 간 지속된다. 공화정이 되었다고해서 모든 문제가 말끔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귀족과 평민의 이권을 사이에 둔 갈등이 로마를 심각한 위협까지 몰고 갔는데, 그리하여 로마는 그리스에 사찰단을 파견해 법을 개정하기 위한 준비를 마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리스 시찰단이 돌아와 새로 개정된 '12표법'에는 평민이 요구했던 법 개정이 조금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평민과 귀족의 갈등은 더욱 깊어져 갔다.

평민은 로마와 함께 제2의 수도를 북쪽에 위치한 '베이'에 건설하기를 원했고 귀족은 이를 강력히 반대했는데, 평민과 귀족이 갈라서 대립하는 사이 기원전 390년 켈트족이 로마를 침략하고 로마는 켈트족의 점령아래 들어가게 된다. 건국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로마는 그 이후로 다시 패권국가로 도약하기까지 70년이라는 세월이 걸리게 되는데, 삼니움족과의 전쟁에서(기원전 326년 ~ 284년)다시 한 번 큰 타격을 입게된다.

이렇게 끊임없는 전쟁을 치르면서 기원전 290년 경에 이르러 패권국가로 부상하게 되면서 그리스의 식민 도시와 직접 마주하게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 식민도시 타렌툼은 에페이로스의 왕 피로스를 용병으로 고용하게 되는데, 두 번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입은 피로스가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타렌툼이 로마의 공격에 힘없이 무너지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게 된다.

로마인 이야기1 에서는 건국초기부터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기 까지의 역사적 사실들을 기술하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로마의 영향력이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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