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트렌드를 이해하는 것은 여러 가지 유용성이 있다.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바, 헤겔이 말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정투쟁’가운데 놓여 있으므로, 한 가지라도 더 알고 일상에 적용할 수 있다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에서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김난도 교수가 글의 서문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초기 ‘트렌드 코리아’의 시리즈 기대 독자는 일반이 아니었다. 기업이나 정부, 지방자치단체와 같은 공적 조직을 주된 독자로 예상했으나 트렌드를 알고자 하는 욕구는 단체뿐만 아니라 개인에게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이유를 현대의 경제사회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좋게 말해서 물질적 풍요가운데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사회. 나쁘게 말해 물질 만능 사회가 바로 트렌드에 민감한 개인들을 만들어냈다. 트렌드를 안다는 것은 곧 개인적인 이익과 연결된다.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0.1초라도 빠르게 대응하고 행동하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법이자 생존전략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만 바라보았을 때 흥미롭고 신기한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처럼 각박한 시대의 현실을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언제 어느 시대에 모든 인간이 만족할만한 사회를 이루어냈던가?)

 

트렌드가 변한다는 사실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누군가 나서 ‘내가 트렌드를 변화 시키겠다’ 마음먹는다고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영향력 있는 사람이 트렌드를 만들어냈다고 하더라도 그 주변을 살펴보면 이미 하나의 트렌드가 형성되기 위한 조건들이 충분히 만들어진 후라는 것을 파악해 볼 수 있다. 그래서 ‘트렌드 코리아’시리즈를 읽다보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많지만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변화라는 것도 인식하게 된다. 간혹, 너무 끼워 맞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렇지만 ‘빅데이터’시대에 자료를 바탕으로 사회적 트렌드를 분석해 내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실제로 머릿속에 추상적으로, 그리고 불분명한 생각에 머무르던 감상들이 이런 책 한 권을 통해 명확한 문장으로 자리 잡게 되고, 바로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로 탈바꿈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렌드 코리아 2013>에서 예측한 2013년은 어떠했는가? 김난도 교수와 트렌드 코리아 집필진은 뱀의 해를 맞아 ‘COBRA TWIST'라는 10가지 키워드를 내세웠다. 그중에서 몇 가지가 기억속에 각인 되어있었는데, 날 선 사람들의 도시(City of Hysterie), 소유냐 향유냐(Redefined ownership), 미각의 제국(Taste your life out),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It`s detox time), 소진사회(Surviving burn-out society), 적절한 불편(Trouble is welcomed)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들 키워드 중에서도 이미 2012년부터 그 조짐이 보이던 트렌드들도 있었고 그보다 훨씬 전부터 유행이 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키워드들도 있었다. 그러나 2013년 한 해가 지난 후 돌아보았을 때 부인할 수 없이 대한민국 사회에 공고히 자리잡은 트렌드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앵그리 코리아, 먹방, 렌탈, 해독, 모두가 바쁜 사회, 불친절한 마케팅 등이 위 키워드들을 좀 더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게 만드는 단어들이다. 단어들을 통해서만 생각해도 단번에 여러 사건, 사고, 이벤트를 떠올릴 수 있다. 단어만으로 한 해를 집약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트렌드를 형성했다 생각해도 무리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면 다가오는 2014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DARK HORSES다.

다크호스는 경마 용어다. 과거 영국에서 경마를 할 때 다양한 색깔의 말이 출주했는데, 사람들은 주로 흰색과 황색 말에 배팅을 했으나 우승은 종종 검은색 말이 했다고 한다. 그것도 처음에는 앞장서지 못하지만 결승선에 가까워질수록 검은 말이 치고 나가며 두각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때부터인가 다크호스는 ‘경기나 선거에서 역량은 검증되지 않았지만, 뜻밖의 결과를 낼지도 모르는 팀이나 후보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 10p

 

경제 성장에 대한 불안과 기대. 소진사회를 치열하게 살아낸 뒤의 인생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 근거없는 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보장된 이익가운데서 기쁨을 누리려는 욕구, 점점 세분화 되어지는 시장 등 키워드 안에 2014년을 한눈에 만나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키워드 뒤에 숨어있는 암울한 인간의 삶과 현실의 상황을 인식하게 되기도 하지만, 어찌되었든 지금까지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되듯 미래를 예측하며 좀 더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하시겠는가? 나는 더 이상 책의 내용을 설명할 의지가 없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싶다면 <트렌드 코리아 2014>를 읽어보시길 - !

트렌드코리아2014, 김난도, 다크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