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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알렉산드로)대왕의 스승이자, 플라톤의 제자이기도 했던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 그는 기원전 384년, 마케도니아 근방의 스타게이라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던 아리스토텔레스는 18세 때에 자신의 학문의 길을 펴고자 아테네로 ‘유학’을 떠나게 된다. 그가 유학하기 위해 선택한 곳은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아’였다. 스승과 40년이상 나이차이가 나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카데미아’에서도 자신의 총명을 드러내지만, 플라톤이 죽고 난 뒤, 그곳을 떠나게 된다. 당시의 아카데미아에서는 그리스인만이 수장이 될 수 있었으므로, 스타게이아 출신의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그 기회가 주어질 수 없는 구조였다. 그렇게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않고 지중해 여러 도시국가에 머물 던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필리포스 2세의 요청(아리스토텔레스의 아버지는 의사로 필리포스 2세의 아버지 필리포스 1세를 치료한 인연)으로 알렉산드로 대왕의 스승으로 3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후에 그리스는 이 사실을 빌미로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아리스토텔레스를 처형하고자 하나, 그는 ‘그리스 인들이 철학자에게 두 번 실수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리스를 떠나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시 아테네로 돌아와 머물게 되지만, ‘아카데미아’가 아닌 ‘리케이온’을 세움으로써 제자들을 양성하고 플라톤과는 조금 다른 사상을 전개해 나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이런 세월을 거치며 그가 남긴 방대한 저작의 집합물이다. 정확하게 언제 쓰였고, 순서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하나 후대에 ‘베르너 예그’와 같은 문헌학자들에 의해 정돈되게 된다. 그렇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을 쓰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폴리스, 즉 그가 살고 있던 도시국가 아테네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통치와 질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오랜세월 경험을 통해 이상국가를 체계화 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한가지 염두해 둘 사실은 당시의 국가 개념이 오늘날과 같은 인구 5000만, 7000만의 수준이 아니라, 2만명 규모의 도시국가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같아서는 ‘구(區)’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그리고 당시의 정치체계와 시민에 대한 개념이 지금과는 달랐으므로 몇 가지 더 살펴보고 넘어가야 할 사항들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던 고대 그리스에서는 오늘날과 같이 모든 사람에게 ‘시민’의 권리를 부여하지 않았다. 노예, 상민, 농민, 기술자 등은 시민에 속할 수 없었고, 오직 유산계급의 일정한 나이의 남성에게만 시민권이 부여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와 시민은 엄연히 구분지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과 같은 시대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생각이지만, 당시의 시대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덮어놓고 비판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하여 행복한 국가, 더 완전한 국가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뒷받침하는 노예, 상민, 농민 들의 활동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국가가 개인의 집합으로 모인 집단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개인은 가정을 이루고 있으므로 가정과 국가의 관계를 아주 긴밀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국가가 있기 때문에 가정을 이룰 수 있지, 가정이 모여 국가를 이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여기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생각한 국가의 기초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렇게 국가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중용’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국가가 과도하게 팽창하고자 한다면 주변국의 평화를 해치므로 옳지 않고, 또 너무 소박한 상태로 머물고자 한다면 다른 민족의 침략으로 고통을 받게 될 수 있으므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중용’에는 정도가 없어, 명확하게 어느 정도의 군사를 유지해야 하는지, 얼만큼의 인구와 땅을 소유해야 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발생한다.

그는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체제에는 군주정, 귀족정, 민주정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중용을 지키지 못하고 이 세 개의 정치체제가 부패하게 된다면, 참주정, 과두정, 빈민정으로 전락한다고 이야기 했는데, 바로 여기서 ‘혁명’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결국 한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그 지배자 또는 소수의 시민(귀족)이 ‘덕’을 지닌 인물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덕은 인간본연의 타고난 모습에서는 발견하기가 어려우므로 ‘교육’을 통해서 참 군주, 참 시민으로 거듭나야 함을 주장했다. 그런데, 알렉산더는 그의 가르침이 못마땅했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다. 스승의 가르침을 뒤로 한 채, 성장한 후에 방대한 땅을 침략하고 약탈함으로써 (심지어 아테네까지 공격) 반대의 길을 걷게 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덕’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하지만 플라톤이 이데아의 세계, 곧 눈에 보이지 않는 가지적인 세계를 더 우선시했던 것과 반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땅위에 스승인 이루고자했던 완전한 나라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이들의 사상을 현실의 정치체제에 그대로 적용시킬 수는 없지만, 국가와 인간에 대한 통찰은 아직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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