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건강하기를"
이 한 마디에.
마치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며 특유의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아 울컥했다.
그는 그런 힘이 있다. 차분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가슴을 정확히 겨냥하며 말을 한다. 그래서 그것이 오래도록 남는다.
처음 채사장 책을 마주했을 때, 같은 또래인 나로서는 자괴감이 들었다. 평소에 책 좀 읽는다고 생각했고, 일기도 나름 써 왔고, 생각이란 것도 간간히 하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도대체 이 사람은 뭔가? 뭐가 이렇게 깊은가? 뭐가 이렇게 넓은가 말이다. 그의 머리와 내 머리를 바꾸고 싶은 충동조차 느꼈었다. 그리고 그 신선한 충격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저자가 열 한 계단을 오를 동안 나는 한 계단이나 올랐을까? 내 한계를 깨 부수고 새로운 세상으로 내딛는 한 걸음이 과연 내게 존재하기나 했을까?
그는 불편한 책을 읽으라 말한다. 자신의 신념을 정면으로 반박해 오는 책.
헌데 난 그런 독서를 한 적이 없다. 그저 이 책, 저 책 읽으며 저자가 이끌어 주는대로 끌려가기만 했지 내가 주도권을 쥔 적이 없다. 그것이 문제였을까... 종교든 철학이든 과학이든 무엇 하나 무게를 지니지 않고 그저 내 머릿속을 부유하기만 하는 것이.
너무너무 좋았다는 말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나를 붙잡고 책 한권만 추천해 달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말하고 싶은 책.
저자의 삶이 녹아들어 친숙하고 내 삶과 닮은 부분이 있어 친밀하고 그리고 그것이 어떠한 매커니즘을 통해 자신을 깨 부수는 과정으로 나아가는가를 친절히 말해주는 책.
그는 너무도 친절하다. 그래서 너무도 알겠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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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하며 올라간 열한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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