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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장을 넘기는데 따뜻한 미소가 번진다. 옮긴이의 비유처럼 정말 뜨끈한 군고구마 같은 이야기다. 내가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가 이 작품에도 녹아있다. 참으로 좋다. 해학이 좋고 풍자가 좋고 재미도 좋고 등장인물의 인간미도 사랑스럽다. 한창 자극적인 인스턴트를 입에 물고 살다가 간만에 된장찌개를 한 입 떠넣은 듯한 건강함이 나의 머리를 정화시킨다.

흔히들 도시사람들보다 시골사람들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폐쇄적이고 텃새를 부리며 도시사람을 속된말로 후리려 든다는 것이다. 사정이 어떻든 그 반대의 경우도 많을텐데 얘기가 그렇게

전해지는 것을 보면 시골 사람들 특유의 투박함이 그들의 문화를 더 도드라지게 만들어서 나온 얘기가 아닌가 싶다. 그 투박함이 무코다 이발소의 야스히코의 말투에서 행동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는 참 정겹고 사람냄새가 난다. 훌륭한 중재자로 고뇌하는 젊은이의 아버지로, 조금은 가벼운 아내의 남편으로 그저 순박한 시골 할머니의 아들로 그럼에도 도시에 대한 동경과 자격지심을 가진 한 인간으로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있어야 할 것이 제 자리를 지키듯 모든 것들이 도지마와에 있다. 그것이 참 묘하면서도 그곳에 살고싶게 한다. 물론 나에게 당장 짐싸들고 그곳에 가서 살라고 하면 사양하겠지만, 한 줄 한 줄 읽어가며 머릿속으로 그려내는 영상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느때보다 어지러운 시국을 보내며, 육아에 지친 하루 하루를 보내며 하얀 눈 덮인 도지마와에 잠시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