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교수의 자전적 에세이다. 자신의 생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솔직하게 이야기식으로 풀어놓은 책이다. 어떻게 지금의 그가 만들어졌는지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퍼즐 맞추듯이 그림이 그려진다. 고향 강릉을 마음의 뿌리로 삼고 자연과 벗삼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는 공부보다 한껏 놀기를 더 좋아했고, 문학책에 흠뻑 빠져 시인을 꿈꾸기도 하고, 화가와 조각가를 한때 자신의 미래로 생각했다. 삼수가 싫어 우연히 들어간 동물학과와 열심이었던 동아리 활동들을 지나 그는 결국 헌책방에서 자크 모노의<우연과 필연>을 만난다. 이 책을 통해 생물학 또한 철학을 논할 수 있고 자신의 다분한 인문학적 성향을 아우를 수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생물학에 드디어 올인하기로 결심한다.

 세계적 석학 에드먼즈 교수님을 수행하면서,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자연 속에서 뛰노는 행위조차 이 쪽 학문의 '일'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유학을 결심한다. 그곳에서 맘껏 공부하고, 연구하고, 토론한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것은 두 가지다: 1) 라이팅 교수님에게 글쓰기 개인교습을 받았다는 것 그리고 2) 미시간대학 Society of Fellows 지식공동체의 Junior Fellow, 명예교우회의연구원으로서 통섭적 지식 교류를 경험했다는 것! 수요일 낮 12시 - 6시 넘어서까지 10명의 석학들이 편하게 앉아 한 명씩 돌아가며 자신이 연구하거나 공부한 내용으로 토론을 한다는 것.. 심오한 내용 뿐 아니라 일반적 이야기 또한 학문의 벽을 뛰어넘어 열린 토론을 했다니.. 얼마나 좋았을까.. 

 미국 교육에서 가장 부러운게 고 두 개다. 글쓰기 훈련과 토론하기 훈련.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주장하고 다른 이들의 생각 또한 들어줄 줄 알고 의견을 나누고 서로 상생하는 발전적 분위기, 우리 나라 교육 현장에도 꽃 피웠으면 하는 일이다. 

 다음은 그의 고백: "나는 책 읽기를 통해서 나와 사람들, 나와 세상이 소통한다고 믿는다. 덕분에 사적인 교류는 적을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내 삶이 너무 빡빡하게 짜여 있고 무미건조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충분히 행복하고 즐겁다. 책 속에는 사람의 삶이 담겨 있고, 더 나아가 자연과 우주도 담겨 있다. 나는 책으로 들어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삶을 접하고, 자연과 우주를 넘나든다. 그리고 그로써 얻은 성찰을 세미나와 토론을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지식의 대통합", "학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더 크고 깊게 통합된 학문의 세계를 만들어간야한다는 사명감을 강하게 느끼는" 그분의 결단 앞에 나 또한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의 자연사랑 또한 내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뭐, 이건 사족일지 모르겠으나, 책표지가 살짝 촌스럽다. ㅠ 즉, 그에 비해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으니 이런 걸 반전이라고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