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지 않다. "카모메 식당" 영화감독이 영화 찍기를 시작하기 전에, 잘 알려진 작가 무레 요코에게 책으로 써달라고 부탁했단다. 감독이 시나리오를 미리 만들어 놓은걸 보여준 것인지, 아니면 아이디어만 주고 무레 요코가 쓴 건지 명확하게 서론에 써 있진 않다. 그러나, 워낙 유명한 영화라고 보라는 사람들이 많아, 영화는 못 봐도 책이라도 읽자 싶어 펴게 되었다. 

주인공은 무술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무공을 연마한 30대 아가씨다. 그녀는 음식 솜씨가 꽤 괜찮다. (그녀가 핀란드 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날 핀란드에 가서 식당을 열 생각을 하게 된다. 막상 연다고 장사가 잘 되는 건 아니였다. 그러나 그녀는 낙심하지 않는다. 꾸준히 식당을 청소하고, 만날 와서 공짜로 커피만 마시고 수다만 떨고 가는 일본 마니아 청년의 말벗이 되어주는 등,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한다. 그러던 중 인간 관계가 하나 둘 늘어가는데.. 

너무 자세히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멈춘다. 플롯은 전체적으로 단순한 듯 하나, 그 안에 소소한 일상 가운데 묻어나는 향기와 문화와 문화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따사함,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정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멋지고 통쾌한 감동도 빼놓을 수 없겠다. 책 읽는 내내 이 거 다 읽고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의 삼각김밥을 다시 한 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