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직전에 읽은 '확신의 함정'에서 소개된 제목이었던 터라 내용까지는 기억이 안났지만 서가에서 제목을 보고 바로 뽑아든 책. 모르고 읽었는데 읽다 보니 작가가 작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다.

어디 시골의 기숙학교에서 자라는 청소년의 성장과 사랑인가 싶었는데, 중간에 복제와 기증이라는 말이 나오곤 해서 헷갈렸다. 특히 주인공 아이들이 스스로 기증, 근원자라는 말을 하지만, 기증을 위한 복제인간으로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확신할 수가 없었다. 아마 그런 단어를 사용한다 치더라도 아이들은 진행되는 상황을 정확히 몰랐던 것이고, 어른들이 그렇게 교육한 것이겠지? 평범한 듯한 삶을 살며 성장하는 아이들인데 처음부터 기증을 위해 복제되었고, 어느 정도는 정보의 은폐 속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운명을 수용하면서 지내게 의도된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제일 안타까웠던 점은 먼저 간병인으로 활동하면서 선배 기증자를 돌보다가 스스로가 지쳐서 기증자로 자원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잔인하다. 자신의 운명을 계속해서 직시하게 하여 결국은 스스로 기증을 원하게 만들다니, 강요된 자발이 복제된 사람들에게 끝까지 폭력이 되고 있었다. 주인공 서술자 캐시가 곧 간병인을 그만둔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데, 간병인을 그만둔다는 것이 곧 기증자가 되는 것이라는 클론의 정해진 삶을 따르는 것을 이해하고 정말 씁쓸했다. 소설의 결말에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더라도 클론에게 기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은 처음부터 없었음을 확인해 주었다. 사랑하는 토미가 기증 끝에 죽고, 스스로 기증자가 되기를 선택한 결말이 너무 우울했다.

마지막에 '사육'이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는 주인공들의 입장을 너무나 확실하게 확인시켜주고 있어서 책장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이 단어를 아이들이 좋아한, 그래서 책 내내 신비롭지만 긍정적으로 제시된 인물인 교장의 입에서 확인했을 때에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그 학교를 세운 이유가 다른 사육되는 아이들보다 좋은 환경에서 기르는, 좋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을 듣는데 개의 사육 환경을 위해 싸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싶었다.  개의 사육 환경을 위해 싸우는 일도 좋아보이지만, 인간을 겨우 개와 동일하게 취급했던 것인가라는 반발심이 들었다. 그들에게는 근본적으로 클론은 인간이 아니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그 좋은 '사육'환경을 제공한 교장선생님과 집단도 결국은 다른 사람들과 같은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던 것이라는 생각에 배신감이 들었다.

먼 미래에 복제인간이 생길까? 그 복제 인간을 나는 어떻게 대할까?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나는 자신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윤리적으로 옳은 입장을 세우고 이를 상기하며 살아야 나중에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으로, 다수의 흐름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윤리에 동조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니 지금부터 의식하고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