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예전에 사둔 책을 이제야 읽었다. 모르겠다. 두 번째 읽은 것인지도.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아서 결말에 과연 타임머신은 성공했던가를 두근두근 궁금해하며 읽었으니 처음 읽은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소설 내용으로 보면 매우 단순했다. 영재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퇴학당하고 따로 모여서 타임머신을 만들어가고, 부모님과 어른들의 관심으로 기계가 완성되어 발사실험을 하는 내용. 읽으면서 문장이나 갈등, 해소 등 구조가 너무 단조롭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왜 학교에서 장난을 치는지, 특히 다니엘이라는 한 친구를 괴롭히는지 나오지도 않았다. 우연히 괴롭힌 장난의 결과가 기숙사 화재로 연결되어 퇴학당했을 뿐이다. 특히 이 부분을 읽을 때, 그냥 생략되면서 미화되었지만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이라는 생각이 들어 분노가 치밀었다. 공동의 방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도 잘못이면서, 이를 조용히 해 달라는 방 친구를 잘 때 발가락 사이에 불붙은 휴지를 끼우는 것은 명백히 집단 괴롭힘이다. 무슨 생각으로 다니엘이 자신이 오히려 너무했다고 같이 퇴학을 결정하는지 아무 과정도 제시되지 않아서 당황스럽다. 그냥 이 선택으로 화해하고, 함께 성장해가는 계기가 되었지만 결론이 좋다고 해도 처음의 장난은 나쁜 것이다.

인물들이 모두 과학 소년들이고 내용도 타임머신 개발에 관한 것이라 자세히 이해하려고 하기엔 어려웠다. 그림이라도 있으면 좋았을텐데 싶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될 것이야라고 말하면서 환호하는 장면에서 그 이렇게가 노트나 메모 형식으로 들어가 있었으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이 책에서 오히려 마음에 든 점은 부모들이 도와주면서 아이들에 대한 믿음으로, 직접 함께 하는 장면이었다. 몇 장면 나오지 않지만 부모들끼리의 대화에서 현재 자신의 일을 미뤄뒀지만 괜찮고, 아이들을 알아가는 시간이라며 적극성을 보이고 있었다. 반대하거나 믿지 않았던 부모들조차 아이들과 함께 몰입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어른이기만 한 부모들이 자신이 청소년기에 꿈꿨던 가능성의 문을 향해 돌아간 듯해서 이야말로 타임머신이 발동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성장소설로서 가치를 갖는다면 아마도 이 구절 때문이리라

: 과거로 돌아가 자신들이 습득한 지식을 총동원하고 현재라는 시간 속에서 온갖 노력을 다해 자신들의 손으로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냈습니다. 소년들 한 사람 한사람이 타임머신이 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