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짚어 보니 그에게는 참으로 야속한 일이었다.

앨범을 보자마자 스친 솔직한 생각. ‘아..그웬 스테파니 남편 솔로 앨범 냈었구나!’

냈구나도 아닌 냈었구나 라니. 개빈 로스데일도 아닌 그웬 스테파니 남편이라니. 이건 정말. 격세지감이다.

2002년 해체한 부시(BUSH)는 90년대 영국 출신의 수퍼 밴드였다. 라디오 헤드, 오아시스 등이 수놓던 브릿팝 전성기 시절, 부시 역시 미국 내 누적 앨범 판매량 600만 장을 기록할 정도로 화려한 시기에 있었다. 밴드와 프론트맨들의 이름만으로도 록 마니아들을 열광시키던 시대였다. 해체 후 스크린에서 한 번 얼굴을 비추었던 부시의 보컬 개빈 로스데일. 그의 솔로 데뷔작 WANDERLUST가 2008년 첫 발매되었다.

앨범의 첫인상은.. 이러한 얼터너티브 기운의 록은 꽤 오랜만이다! 하고 느꼈다는 점이다. 그래도 노다웃의 음악은 꾸준히 추종하고 있는데 거의 그웬 스테파니의 카리스마를 보는 것에 큰 이유가 있었다. 그런 면에서 프론트맨의 마력이 밴드 색깔을 좌우하기도 하는 것인데.. 특유의 중저음의 허스키함에 내지르는 목소리는 그저 시원했고 세련되지는 못해도 투박한 음악에 잠시 정신을 빼앗기기도 했지만 강한 개성은 보지 못했던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음.. 여담으로. 세바퀴 프로그램에 등장하시는 백두산 전 멤버 유현상씨를 보는 느낌이 색다를 때가 종종 있다. 무언가 색이 안 맞는다 느끼면서도 초월한 듯 입지를 굳히시는 그 분을 보면 마구 웃음이 터지다가도 정이 간다. 그런데 이 앨범에서도 비슷한 감흥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래, 누군가는 뿌듯하게 가죽잠바를 지켜주셔야 좀 더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 아닐까.. 우린 여전히 리암이나 프린스. 데이비드 보위 등을 한없이 리플레이 시키며 지금 시대보다는 단순해도 열정 가득했던 그 시절을 밋밋해진 기분의 기폭제로 사용하곤 하니까..

팝 칼럼니스트 서동인씨의 말을 잠시 빌린다.

“지금 이 시대에 환영받은 음악인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한 때 얼터너티브 음악을 동경했고, 그런지에 열광했던 음악세대라면 당연하게도 개빈 로스데일의 컴백을 환영해주자 ”

물론이다. 부시를 추종했던 이들과 그 시대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괜찮은 선물일 것이다.

DISC01.Wanderlust

01. Can'T Stop The World

02. Frontline

03. Forever May You Run

04. The Skin I'M In

05. Drive

06. Future World

07. Love Remains The Same- 1St Single

08. If You'Re Not With Us You Are Against Us

09. This Is Happiness

10. Another Night In The Hills

11. The Trouble I'M In

12. Beauty In The Beast

13. You Can'T Run From What You Forget [Bonus] 

게빈로스데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