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시청률에도 불구, 시간이 겹쳐 잘 보지 못했다. 오래전에 책으로 읽은 적이 있는데 분명 픽션임을 감안한다고 해도 실제 그 역사의 현장에 있는 느낌을 주었던, 생동감 가득한 스토리였음을 기억한다. 드라마 제작 일정이 공개된 이후 유명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열연으로 매번 화자가 되었기에 시청률도 보장되었다. 따라서 음악으로나마 한 번 드라마를 느껴보고 싶었다는 것이 호기심 강했던 나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고즈넉한 밤, 귀를 기울이다 보니 어느새 모든 트랙을 발밤발밤 걷고 돌아왔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부터 애절한 보컬의 음색이 덧칠해진 곡까지, 다양하게 변주된 음악들이 드라마의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것을 느낀 것은 어느 음악을 들어도 시각적으로 영상화가 되는 기분에서였다. 나같이 다소 드라마를 관조하는 입장이었던 이라도 분명 이 살가운 음악들에 마음을 열게 될 것이다. 밤하늘은 치열한 전장이 되어있다가도 금새 애틋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비밀의 장소로 변한다. 덕만과 미실의 밀고 당기는 심리적 격전지가 되기도 하고 시대를 풍미했던 여인들의 야망을 슬쩍 훔쳐보게도 한다.

서양악기로 연주된 음악이면서도 기본 박자는 동양의 것을 놓치지 않았고 왈츠 박자에는 동양의 선율이 묻어난다. 동양악기로 연주된 음악은 진부하지 않아 더 몰입하게 된다. 음악 자체의 웅장함에 취해있다가도 대중성도 놓치지 않은 배려 덕분에 듣는 이의 귀는 긴장되지 않아 행복하다.

한 마디로 ‘선덕여왕’ 드라마를 위한 많은 뮤지션들의 심혈이 깃든 앨범이었다. 자칫 OST 앨범이라 하여 가질 수 있는 가볍다는 느낌을 가뿐히 날려 보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유의 ‘바람꽃’처럼 살랑살랑 불어오는 음색도 좋았고 이소정님이 부른 Come, People of God처럼 넓고 깊게 파고드는 노래도 좋았다. 이시우님 작곡의 비재처럼 긴장감 강한 테마도 정말 좋았고 엄기엽님의 덕만 테마, 하눌 나리 등의 풍부한 선율이 김희진님의 Dreams가 지닌 희망 가득한 테마로 넘어가는 부분도 반복해 들었다. 마지막, 송재경님 작곡의 The Rising Empire로 마감되는 앨범은 한 편의 한국 뮤지컬을 감상한 듯 했다.

드라마를 잘 챙겨보지 못했더라도 신라시대에 대한 환상 내지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이라면 분명 그 색을 불러내 현실에 칠해보곤 하는 것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 드라마의 등장인물과 동고동락하던 선덕여왕 마니아들이었다면.

물론, 말 할 필요도 없을 것. :)

*덧붙임 : 앨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우리말 ㅋㅋ

발밤발밤 [부사]가는 곳을 정하지 아니하고 발길이 가는 대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 
예문 : 답답한 마음을 풀 길이 없어 부질없이 발밤발밤 걸었더니 어느새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DISC01. 선덕여왕 - MBC 창사 48주년 특별기획 O.S.T

01. Main Title

02. 유리잔

03. 미실 테마

04. 달을 가리운 해 (노래 : 이소정)

05. 발밤발밤 (노래 : 홍광호)

06. 바람꽃(E.S) (노래 : 예송)

07. 아라로 (노래 : 아이유)

08. 도리안(到離岸)

09. 비재(比才)

10. Passo Dopo Passo (노래 : Paul Potts)

11. 바람꽃(E.S) (노래 : 아이유)  

12. Come, People of God (노래 : 이소정)

13. 사라(紗羅)

14. 가질 수 없는.. 안을 수 없는..

15. Destruction of the Kingdom

16. 덕만 테마

17. 하눌나리

18. 낭장결의

19. Dreams

20. The Rising Empire 

선덕여왕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