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막론하여 영문학뿐 아니라 인문학을 통틀어 동시대에 가장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가 셰익스피어일 것이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가 수백 년 전에 창조해낸 주인공들의 이름을 ‘교양’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앎의 넓이는 항시 그 깊이와 일치하지 않는다. 제목을, 줄거리를, 주인공의 이름을 기억할 순 있지만 셰익스피어 작품의 참맛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필름 셰익스피어》는 이러한 난관을 돌파하기 위한 파열구로 기획되었다.  즉, 셰익스피어를 영화로 보여주거나 재해석했던 그동안의 감독들과 작품들을 통해 셰익스피어를 다시 들여다보기 위한 책이다.

 

 1990년대 이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대한 연구는 원전을 중시하던 흐름에서 다양한 문화현상과 셰익스피어 작품을 결합시키는 방향으로 연구의 폭을 넓혀왔다. 원전의 어의 및 판본을 연구하는 데 치중하던, 그리하여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의 박제된 산물로 드러났던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정치, 사회, 인종, 성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 와중에 다양한 셰익스피어의 재창조물들이 탄생했다. 선두적인 실험은 연극계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었다. 연극은 셰익스피어를 전통적으로 복원하는 데 몰두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후자의 흐름은 연극 분야에만 그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를 담는 그릇은 보다 다양해졌고 더욱 폭넓어졌다. 영화는 개중 가장 적극적으로 셰익스피어를 담아낸 장르이다. 생전에 연극계를 제패했던 셰익스피어는 사후 영화계로 진출하여 현재 가장 많은 영화 시나리오의 기초를 제공한 작가로 자신의 타이틀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 덕분에 바로 지금 우리는 수많은 셰익스피어 영화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이들 영화와 셰익스피어의 원작 사이에는 다양한 골이 패어 있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현대의 수많은 영화인들이 채워 넣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동시대의 해석이자 주석이다. 

이 책 "2부. 셰익스피어, 영화 vs 영화" 에서 이윤택감독은 ’동서양을 관통하는 셰익스피어 영화 <맥베스>’에서 구로사와 아키라의 <거미집의 성>과 로만 폴란스키의 <맥베스>를 비교하고 한창호씨는 ’전형적 형식 속 전복적 내용 vs 전위적 형식 속 관습적 내용’에서 프랑코 제피렐리의 <로미오와 줄리엣>과 바즈 루어만의 <로미오+줄리엣>를 비교한다. 듀나는 ’햄릿, 순결한 처녀성을 지켜내다’에서  

또 "3. 셰익스피어의 다섯 얼굴" 안에 홍성남씨가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과 케네스 브래너의 <햄릿>을 비교한다.혼돈의 미로, 그 아찔한 매혹’에서 오슨 웰스의 <오셀로>를 분석하고 박준용씨는 ’무능한 지도자 때문에 온 나라가 고생한다’에서 그리고리 코진체프의 <리어 왕>을 이야기한다. '디지털로 부활한 셰익스피어’에서 피터 그리너웨이의 <프로스페로의 서재>를, 최영주씨는 ’줄리 테이머가 전하는 화해의 메시지’에서 줄리 테이머의 <타이터스>를, 김지미씨는 ’진중권교수는 ’시대를 초월하는 역동적인 텍스트의 즐거움’에서 마이클 레드퍼드의 <베니스의 상인>에서 나타나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해석을 둘러본다.

왕좌를 찾아 나선 리처드, 리처드를 찾아 나선 알 파치노 - 알 파치노, <뉴욕 광시곡> 김철리씨, "차마 널 미워할 수 없는 이유 - 길 영거,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임옥희위원"을 통해 셰익스피어 문학을 각 시대에 맞게 해석하려는 감독들의 노력을 보여준다. 

 "4. 셰익스피어의 변종들"에서는 "할리우드의 셰익스피어 구하기 - 존 매든, <셰익스피어 인 러브> 김희진강사", "아스팔트 위에서 셰익스피어를 읽다 - 구스 반 산트, <아이다호> 이종도기자", " 난 사실 위에 열거된 셰익스피어 작품을 희곡이나 연극을 본 적이 없다. 영화로 본 기억은 <로미오와 줄리엣> 정도다. 내가 알고 있는 적지않은 지인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셰익스피어 작품이 전세계에서(서구세계가 아닌) ’가장 최고’라고 칭송되는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서구문학을 공부하거나 동경하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나머지는 자신 나름대로 ’그렇다’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의 집필에 참가한 저자들은 무려 13인이나 된다. 숭실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장원재, 국립극단 예술감독 이윤택, 영화평론가 한창호, 사이버 SF 작가 듀나, 영화평론가 홍성남, 틴하우스 기획이사 박준용,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진중권, 연극평론가 최영주, 영화평론가 김지미,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강사 김희진, [씨네이십일] 기자 이종도, 연극연출가 김철리, [여성이론] 편집위원 임옥희... 이 책을 읽다보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작가 혼자 모든 내용을 창작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많은 작품을 집대성한 측면이 크다고 했다. 4대 비극이니 4대 희극이니 하는 모든 작품들이... 따라서 작가의 작품은 중국의 삼국지나 서유기같은 것이리라...  따라서 ’세계 최고’니 ’동양 최고’니 하는 의미보다 다른 측면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의 역사를 관통하여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무엇이 있는 작품"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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