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1969년에 스위스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런던에 살면서 런던 대학교에서 대학원생 철학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낭만적 운동 The Romantic Movement>[1994], <입맞추고 말하기 Kiss & Tell>[1995], <프루스트가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How Proust Can Change Your Life>[1997], <드 보통의 삶의 철학산책 The Consolations of Philosophy>[2002]의 저자이다. 그의 작품은 20여개 언어로 번역이 되었고 지난 11년간 세계 각국에서 수십만 부씩 팔리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현재는 런던에 살면서 건축에 관한 책을 집칠하고 있다.

 사람이, 특히 자신이 왜 사랑에 빠지는 지에 대하여 고민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가끔식 주변을 돌아보면 "이사람이 아니면 안되"는 그런 사랑이 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된 한 남자가 끝임없이 사랑의 현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파헤치고 이해하는 일련의 상황을 철학적인 논조로 이 책에서 설파하고 있다. 작가가 런던에서 대학원생에게 철학에 관한 프로그램을 진행중에 있으며 이 책을 썼을 때는 25살의 나이였었다는 점은 이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주인공 ´나´는 어느날 비행기에서 우연히 ´클로이´를 만난다.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생기는 갖가지 고민과 의구심을 ´나´는 하나씩 맞딱드리게된다. 그녀와 처음 잠자리를 갖고 우쭐해하던 ´나´는 곧 자신을 ´사랑의 마르크스주의자´(Crucho Marx, 1890~1977)라 평한다. 자신을 받아준 클로이에게 오히려 함부로 굴던 자신을 돌아본다. 뭐 이런 현상은 굳이 주인공에게만 있는 모습은 아닐 것이다.  이책을 읽으면서 재밌게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나라와 문화가 달라도, 성(性)이 달라도 ´사랑´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은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먼저 사랑을 고백한 이들이 먼저 상대를 차는 것도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주인공 ´나´는 다행이도 사랑의 첫 단계를 무사히 빠져나와 클로이와의 사랑의 단계를 무사히 밟아 나간다. 

 주인공 ´나´가 분석한 클로이의 매력은 이 책의 성격을 잘 이야기하고 있는 부분이다. 클로이의 벌어진 앞니에 대해 ´나´는 이를 플라톤적 관점과 칸트적 관점에서 비교하고 있는데, 아름다움과 탁월함을 구성하는 것은 언제나 치수와 비례라는 특질들이라 정의하고 있는 플라톤의 관점에서는 클로이의 벌어진 앞니는 ´아름다움´은 아니다. 하지만 "미학적 판단은 결정 근거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칸트의 견해에 동조해 '나'는 클로이의 벌어진 앞니를 아름답다 여기는 구절이다. 이런 현상은 남자보다 여자들에게 더욱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남자들은 여자를 볼 때 전체적인 조화를 보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의 부분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자친구의 예쁜 손에 반해서, 혹은 귀여운 코에 반해서, 혹은 목뒤에 난 깜찍한 사마귀에 반했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주인공은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는 다른 사람(클로이)에게서 나를 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클로이)은 '나'를 바꾸어 버린다. 그래도 '나'는 다. "혼자서는 절대로 성격이 형성되지 않는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저자가 사랑에 실패한 사람들이 보이는 모습을 "테러리스트"라고 정의하는 것도 그럴싸하다. 주인공은 일반적 테러리스트와 낭만적 테러리스트의를 구분한다. 일반적 테러리스트의 요구(그것들이 아무리 터무니없다고 해도)에는 모든 요구 가운데 가장 터무니없는 요구, 즉 나를 사랑해달라는 요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클로이의 변심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나를 사랑해 달라고 요구하는 ´나´의 처절한 심정을 테러리스트와 비교한 표현은 이 책이 사실을 근거해서 썼다는 심증을 굳히게 해줬다. 정말 이건 겪어보지 않고서는 모르는 마음일테니.(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도)

결국 클로이는 ´나´를 떠난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클로이가 떠나다니. 나는 생각한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클로이가 진정 내 삶의 모든 것이었다면, 그녀 없이는 삶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삶을 끝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오직 나의 죽음을 통해서만이 내 사랑의 중요함과 불멸을 주장할 수 있다고. 물론 나는 죽지 않았다. 그러나 클로이를 사랑한 나는 죽었다. 아니 클로이에 대한 나의 사랑은 죽은 것이다. 하지만 사랑은 계속된다. 그리고 이렇게 기쁘고 힘들고 어렵고 행복한 과정을 다시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암시도 빼놓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하는 것은 "사랑의 이유는 일반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랑은 사람마다 다른 이유로 시작된다. 대신, 갖가지 이유로 사랑에 빠지지만 사랑이 주는 고통은 대체로 일반화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런 사랑에 고통에 대한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충분한 생각과 치료법만 있다면, 사랑이 덜 고통스러운, 오히려 건강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이 낭만적 실증주의자들의 입을 빌은 작가의 결론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나온 나의 사랑의 터널들을 더듬어 보았다. 사랑에 빠지게된 순간과 사소한 말다툼부터 화해의 과정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그 이별 후 나 자신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결국 매 순간마다 상황의 차이가 있었으나 ´사랑은´ 비슷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에 여러가지 느낌이 든다. 쓸때없는 안도감이랄까 아니면 우울한 자괴감이랄까...

 영국이나 프랑스...  서구의 젊은이들이나 일반 서구인들이 사랑하는 방법과 과정을 동양적인 사고방식이 남아있는 우리들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클로이가 헤어지는 모습은 이해하기 약간 어려웠다. 물론, 남자 주인공의 시각에서 소설을 전개했으니 여자 주인공의 관점에서 과정을 바라보았다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

 아무튼, 주인공이 이야기하는 "사랑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마음대로 살게 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남는다.  결국 나는 아직도 사랑에 대해 아무것도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것 같다.

알랭드보통, 낭만테러리스트, 플라톤, 칸트, 클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