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은 주말이거나 황금연휴를 맞이하게 되면 일단은 서울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산과 들 혹은 강과 바다로,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서 말이다.
그러나 내가 한국을 떠나 있었던 4~5년 사이에 서울은 이미 많이 달라져 있었고, 지금도 조금씩 변화해가고 있는 중인 듯 하다.
<오후의 서울산책>에 소개되어 있는 40여개의 명소들을 통해 서울의 긍정적인 변화들을 비로소 깨닫게
되지 않을까.

책의 전반부는 서울에 관한 에세이로써 그야말로 산책하듯 편하게 읽어내려가면 된다.
서울의 전통과 문화, 역사 그리고 산과 강 등의 자연을 담은 에세이로서 서울토박이인 오세훈 시장의
이야기들이 녹아 있으며, 후반부에는 지도와 함께 가이드북으로써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다.

 

가본 적도 없으면서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서울에도 저런 공원이 하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그런 아쉬움들이.
그러나 작가는 자신있게 말하고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도심 하복판에 남산과 같은 숲을 가진 도시는 없을 거라고.
경관은 물론이거니와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 또한
남산만이 가진 매력이라고 말이다.

 

한강진역에서 연결되는 산책로, 경사형 엘리베이터인 '남산 오르미', 일명 땅콩버스로 불리는 남산순환
전기버스도 마련됐다고 하니 부담없이 일단 한번 남산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세훈 시장이 추천하는 북측 산책로, 그리고 남산야외식물원이나 남산야생화공원은 참 예쁠 것
같고 남산에서 내려다 보는 서울야경 또한 얼마나 멋질 것인가.

그리고 만리장성 부럽지 않을 우리의 서울 성곽길.
태조 이성계가 세운 성곽을 복원하면서 내사산 성곽길을 만든 것은 역사를 회복한다는 중요한 의미
외에도 걷기 좋은 길을 만든다는 목적도 있어서, 2014년까지 서울을 둘러싼 외사산이 모두 연결되고
내사산 성곽길과 외사산 둘레길이 연결되면 서울은 명실상부 걷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북악산 성곽길, 인왕산 성곽길, 남산 성곽길, 낙산 성곽길 등등 한번 가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둘러보지
못했는데 그야말로 오후의 산책길로 성곽길보다 좋을 수 있을까 싶다.

 

정말 멀지 않은 주변에 마음의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푸른 공간들이 많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굳이 짬을 내지 않고도 아무때고 편하게 산책나갈 수 있는 서울의 그곳들을 이제 하나씩
찾아보고 싶다.
조선시대의 사대부 집권세력들이 모여 살던 북촌과는 달리 중인들이 마을을 이뤄 살던 곳으로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서촌한옥마을을, 호젓한 낭만이 흐르는 그 골목길들을, 사라져가는 맹꽁이들의
천국 강서습지생태공원이나 붓꽃의 향연을 만끽하는 서울 창포원 그리고 한강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달빛무지개분수, 세빛둥둥섬까지.

저자는 말했다.
서울은 갈 데가 없는 곳이 아니라, 그동안 너무 야박하게 평가돼 왔으며, 이 책이 서울살이를 한 뼘 더
행복하게 하는 길잡이가 되길, 가벼운 주머니 사정 걱정하지 않고 부담없이 찾아가서 쉬고 놀고 즐길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이제 서울도 새롭게 깨어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