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때의 닐은 소년가장이나 다름없었다.
아버지는 생사초자 알 수 없었고, 엄마는 늘 마약에 취한채 버는 것 이상을 써버리는 사람이었다.
깡마르고 지저분한 빈털터리 소년 닐의 선택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까.
존 그레이엄이 닐을 처음 만났던 그날 소년은 그레이엄의 주머니를 털고 있던 어린 소매치기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되었는데...

먼 거리에서 누군가를 미행하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는 척하며 누군가를 주시하는 일처럼 쉬운 기술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닐은 터득해갔다.
닐을 가르치면서 그레이엄은 자신이 그동안 보았던 아이들 중에 닐이 가장 재능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빠른 몸가짐, 영리함, 그리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외모가 완벽한 조합을 이룬 타고난 행운의
아이가 바로 닐이었던 것이다.

소설 <지하에 부는 바람>은 돈 윈슬로의 첫번째 작품으로 1992년 에드거상과 셰이머스상에 동시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는데, 대학 졸업 후 사립 탐정으로서 가출 청소년이나 실종된 회사원 등을 찾아
주었던 그 경험들이 소설속에 보다 사실적으로 반영되었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리하여 2000년에는 마침내 셰이머스 상을 수상했다고.

23살의 청년 닐 캐리는 신문 중독자에 양키스 팬인 대학원생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누구보다 뛰어난 사립 탐정이 되었다는 것.
시험을 하루 앞두고 있던 어느날 걸려온 한 통의 전화는 또 다시 많은 것을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는데,
여덟달 만에 연락을 해와서는 내일 당장 지방에 다녀와야 한다며 전화를 걸어온 것은 바로 닐이 '아빠'라
부르는 존 그레이엄이었다.
그리고 그는 결코 거역할 수 없었다.

그들은 '가문의 친구들' 에이전시 소속으로서 의뢰인의 사건을 맡는다.
이번 임무는 부통령을 꿈꾸는 미국 상원의원 존 체이스의 딸인 앨리를 전당대회 전까지 데려오는 일이다.
응석받이로 자라 빗나간 십대로 이미 가망없는 아이가 돼 버린, 집안에서도 골칫덩어리일 뿐인 앨리가
아버지의 앞길을 막아서는 안되는 거였다.

단서는 오직 하나, 3주 전 런던에서 앨리가 목격됐다는 제보만을 가지고 런런으로 떠나게 된 닐.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보다도 마약을 더 사랑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엄마가 해야만 했던 일들 때문에 미워할 수 밖에 없었던 엄마에 대한 상처를 간직한 닐 캐리에게는
역시나 미워할 수 밖에 없을 것만 같아 보이는 앨리, 그는 전당대회 전까지 그녀를 무사히 데려올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린 닐의 탐정수업이었다.
생생한 실전 경험이 책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 보여주는 듯한 미행이나 수색 방법
등 그 세세한 수업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인 나 조차도 어쩌면 탐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착각에 빠져들기도 했고, 긴박했던 자동차 도주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소매치기 소년이 아닌 사립탑정 닐 캐리의 활약상을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진실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