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살밖에 안 돼 보이는 열세 살 소년 조니는 안타깝게도 그 모든 것을 너무 일찍 깨우쳤다.
세상에 안전한 곳이란 없으며, 자신을 보호해줄 사람도 없다고.

1년 전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 앨리사를 잃었고, 아빠를 잃었으며, 엄마 역시 잃었다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
방치되어 버린 조니는 이제 모든 것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
교회, 경찰, 엄마, 누구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고, 그렇게 할 힘도 없다는 것을, 조니에게는 자신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으며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워버린 조니는 냉적하고 침착한 아이가 되었으며 그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강하고 대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앨리사의 유괴사건 이후 슬픔과 죄책감을 감당하지 못했던 아빠는 결국 여동생이
유괴된 지 2주 후에 집을 떠나 버렸고, 건축업자였던 아빠의 동업자 켄은 친절한 모습으로 도움을 주는 듯
싶더니 점점 본색을 드러내며 약탈자로 돌변하여 아름답던 서른세살의 엄마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했다.

술이 아니면 약에 취해 있는 엄마를 바라보며 조니는 생각했다.
엄마의 아름다움이, 여동생의 아름다움이 불러온 참사라고, 그래서 아름다움을 증오한다고.
또한, 도덕적 가치관이 확고했으며 아들에게 진정한 사나이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를 가르쳤던 그래서
늘 자랑스러웠던 아빠가 떠난 것은 앨리사가 유괴된 것을 아빠탓으로 돌렸던 엄마탓이라고 조니는
생각했다.

 

쌍둥이였기 때문에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실감이었을까.
가족이 집으로 돌아오고, 엄마가 약을 끊고, 켄이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길 기도했던 조니는 결국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판단하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마을 지도를 들고 혼자서 납치범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조니와 엄마는 긴 고통의 터널을 빠져나와 깊은 아픔을 내려 놓을 수 있을 것인가.

변호사로 3년 남짓 일했던 저자 존 하트는 자신의 죄는 인정하면서도 어린 딸 때문에 석방을 희망했던
아동 성추행범의 변론을 포기하면서 변호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그때의 경험이 소아성애자가 등장하는
소설 <라스트 차일드>의 주요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는데, '그 무엇을 상상하든지 분명 빗나갈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이 소설은 결국 '가족'에 대한, 그 뼈저린 애증에 대한 묘사들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