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공간을 사랑하게 되고 정이 들어 자꾸만 그 공간을 방문하고 싶어지는 건 바로 공간의 요정
이 내뿜는 기분 때문이란 걸 깨닫게 되는 일은 참으로 신비롭고 감동스럽기까지 했는데 공간의 요정의
탄생의 비밀이라든가 그 모든 순환과정이 궁금하다면 송이 아버지의 '요정학 입문'을 참고하시라.
 
자신만의 장소를 박탈당한 존재들에 대해 말할 때 동물원의 동물들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약 10년 전 과천의 서울대공원에서 만난 한 마리의 콘돌, 광활한 안데스 계곡을 활강했을 과거가 무색
하도록 비좁은 우리에 갇힌 그 존재는 저자에게 있어 공간 박탈의 상징으로 다가왔고 그 새를 셀 수 없이
자주 찾아갔었다고 했다.
어쩌면 이 모든 이야기가 그의 친구 '꼽추 콘돌'에게 바치는 헌사일지도 모르겠다고, 그렇게 동물원에
갈 때마다 그는 '우고'일 수밖에 없었노라는.

어느날 도시성형계획에 따른 철거공사 때문에 집을 잃고 겨우 목숨만 건진 한 무더기의 요정들을
집으로 데리고 온 우고.
그리고 그 요정들을 살리기 위해 각각의 집과 최대한 비슷하게 집을 만들어(그려) 준 송이.
가게를 닫고 야생요정 치유 및 재활 센터를 연 아버지.
이들의 노력으로 멸종 위기의 요정들을 되살릴 수 있을까.

이 도시에 시가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생태계는 어떤 것일까.

시가 태어나고 머물 법한 장소들이 급격히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 못내 마음 아팠던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 <공간의 요정>은 만화와 소설의 중간쯤의 경계에서 기발하면서도 신선한
발상으로 맘껏 귀여움을 발산하면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그래서 마지막에는 뭉클함을 남기는
속 깊은 그림책을 한 권 본 듯한 느낌으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아도 참 좋을 책이 아닌가 싶다.
있는 듯 없는 듯 한껏 작아진 공간의 요정들과 함께 사이좋게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함께...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공간이 있다.
      하지만 어두운 면이 없는 공간은 없다.
      어두움은 그 사랑을 시험한다.
      사랑하는 공간은 한순간 어두운 터널이 되고 그 터널을 통과하면 사랑은 깊어지지만
      통과하지 못하면 사랑은 길을 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