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텍쥐페리에 대한 추억>의 저자이기도 한 레옹 베르트에게 바치는 책이기도 했던 <어린 왕자>,
한때는 어린이였을 어른들을 위한, 따뜻한 위로를 주면서도 때론 아픈 반성과 깨달음의 시간을 갖게 하는
불멸의 스테디셀러를 이번 더클래식에서는 한글판과 영문판을 함께 세트로 출간하면서 특히 '국제
코믹아트 페스타'에서 우수상을, '이야소프트 게임 개선 공모전'에서 대자인파트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Bon이 새롭게 일러스트로 참여하여 보다 동화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일조했다.
 
여섯살때 그렸던 보아뱀 그림 제1호와 제2호의 실패에 크게 실망하여 멋진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포기
하고 비행기 조종사가 된 화자는 여섯해 전 사하라 사막에서 비행기가 고장나면서 우연히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이 책을 통해 어린 왕자를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불을 뿜는 두 개의 활화산과 불꺼진 하나의 휴화산을 가지고 있는, 겨우 집 한 채 만한 크기의 작은 별에
살고 있던 어린 왕자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서 그는 다시 그림물감과 연필을 샀던 것이다.

주변 소행성으로 여행을 떠난 어린왕자에게 '어른들은 참 이상하구나'라고 느끼게 만들었던 왕,
허영심 많은 사람, 술꾼, 장사꾼, 가로등 켜는 사람, 책쓰는 노인 지리학자에 이어, 지리학자의 조언으로
찾게 된 곳이 바로 지구별이다.
그리고 지구별에서 또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되는 어린왕자는 뱀을 만나고, 꽃도 만나고, 산도 만나며
드디어 그 '여우'를 만나게 된다.
'길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 여우를 그리고 비행기 조종사도.

그러나 어린 왕자는 그가 그려 준 양과 함께 떠났고, 조종사는 못내 어린 왕자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어린왕자의 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양이 꽃을 먹어 버리지는 않았을까?'를 궁금해 하다가
조종사 역시 비행기를 타고 어린왕자의 별로 떠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지금 어린왕자, 조종사, 꽃 한송이, 양 한마리가 다소 비좁지만 함께 노을을 즐기고 있을지도.

짧은 만남은 그렇게 슬프고도 깊은 여운을 남기나보다.
어린왕자도, 조종사도.

사람들이 이 책을 가볍게 읽고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랐던 그 마음은 하늘에 닿아 누구도 <어린 왕자>를
가볍게 읽지는 않을 것이다.
양 한마리를 그려달라고 조르던 어린 왕자의 추억을 꺼낼 때마다 깊은 슬픔을 느꼈던 조종사의 그 마음
처럼 조종사를 기억하는 우리들의 마음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어린 왕자와 함께 생 텍쥐페리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