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처럼, 9개의 단편은 불편하다. 그의 첫 장편을 읽은 후로 내처 두 권의 단편을 더 구입했고, 서점에서 사무실로 책이 도착하자마자 이 소설집의 첫 작품 <저수지>를 읽었다. 그러나, 썩 내키지 않았다. 이런 디스토피아는 좀처럼 볼 수 없기 때문일까, 소외된 자들에게 희망조차 사치라는 그의 문장들은 우울하다 못해 고름을 쥐어짜는 듯한 소리를 냈다. 하드고어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이 작품집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십여 일을 가방에 넣고다닌 끝에 마지막 <시체들>을 읽었다.  

 

주제 사라마구나 폴 오스터, 위화나 백민석조차도 삶의 불가역성을 말했다. 살아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희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장은, 편혜영의 소설에서는 역전되고 만다. 단순히 죽은 자들의 시점에서 서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실마리는 주어졌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런 류의 소설의 경우 대부분은 결말에서 죽음을 수용하거나 이해하기 때문에, 서사는 인간의 그것으로 귀결되지만, <아오이가든>은 죽음을 판단하기 전에 멈춘다. 영화 <거미숲>이나 <도니 다코>가 그랬던 것처럼, 모든 서사는 죽음이 시작된 그 시점에서 멈춰버린 것이다.

 

가끔 <판의 미로>를 생각한다. 나는 환타지라 해도 적어도 인간의 이해에 기초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말해도, <아오이가든>의 저 도저한 부끄러움, 혹은 딱딱함은 내 혈관을 타고 흐를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