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으로 태어나 부처님 정법(正法)을 만나기 어렵다는데 경전의 왕이라는 『법화경』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금 주어짐에 그 법열(法悅)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열반에 드시기 전까지 설하신 경전을 시기별로 화엄경 21일, 아함경 12년, 방등경 8년, 반야경 21년, 법화경 8년의 다섯으로 분류를 하는데 그 중『법화경』은 공덕이 가장 수승하다고 하여 널리 읽히고 있는 경전이다.  이번에 조계종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된 『다시 읽는 법화경』은 기존의 책들이 개략적으로 내용을 소개하는데 그친 반면 각 품마다 법화사상가들과 저자의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되는 것 같다. 

   법화경은 전반 14품과 후반 14품으로 나누어 총 28품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반 14품의 핵심은 「방편품」을, 후반 14품은 「여래수량품」을 그 중심에 두고 있다.  방편이란 ‘수단’을 의미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에는 무수한 방편이 들어있다. 그만큼 중생들의 근기가 다종다양하여 중생들을 깨달음의 저 언덕으로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기 위한 수단으로서 뗏목이 필요했을 것이라 짐작해본다. 이렇듯 중생들을 깨달음의 세계로 인도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처님께서는 『법화경』에서 7가지의 핵심적인 비유〔法華七喩〕를 활용하셨는데 비유품의 ‘불난 집의 비유(火宅喩)’와 신해품에 나오는 ‘장자궁자(長者窮子)의 비유’, 약초유품의 ‘세 가지 풀과 두 가지 나무(三草二木)의 비유’, 화성유품에 나오는 ‘화성유(化城喩)’,오백제자수기품의 ‘의리계주(衣裏繫珠)의 비유’, 안락행품에 나오는 ‘정주(頂珠) 혹은 명주(明珠)의 비유’, 여래수량품의 ‘훌륭한 의사의 비유’ 가 그것들인데 이런 연유로 법화경을 ‘비유의 경전’이라 일컫기도 한다.

   『법화경』을 통하여 부처님께서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인연’이라는 의미의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 때문에 세상에 나오셨다고 선언하시고,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지견(知見)을 열어서(開) 보여주고(示) 깨닫게 하고(悟) 들어가게 하는 것(入)이 그 목적이라는 희망의 말씀을 던져 주신다.  그리고 다른 경전에서와는 달리 성불의 방식이 너무나도 간소하고 쉬워 누구나 다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정도이다.  장난으로 모래를 쌓아 불탑을 만든다거나 초목이나 붓, 손톱으로 불상을 그린다거나 불상에 예배 혹은 합장을 하거나 한 손을 들거나 머리를 약간 숙이거나 탑묘에 들어가 ‘나무불’하고 단 한번만이라도 외우면 성불한다는 것인데 성불과정이 너무나 어려운 전통적인 사상에 비해 실로 파격적이다. 이는 기존 교단과의 차별화를 통한 대중성 확보 측면에서의 주도권 경쟁의 영향인 것으로 보여 지는 대목이다. 그와 더불어 법화경의 곳곳에는 부처님께서 수기(授記)를 주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비유품에서는 지혜제일 사리불에게 수기를 주는데 뒤이은 오백제자수기품에서는 오백 명의 대표적인 아라한들에게 집단으로 수기를 주고 나머지 칠백 명의 아라한들에게 역시 수기를 주게 된다. 심지어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음해하고 교단을 분열시킨 악인 제바달다에게도 수기를 주게 되는데 이는 악인도 구원해야 한다는 종교의 본질적인 목적 외에도 별도의 교단을 만들었던 제바달다와 제자들을 불교교단 안에 포섭하여 포용과 융합의 불교를 지향하고자 하는 의도와 ‘죄란 자성이 없는 것이며 다만 사람들의 마음에 따라 생길뿐’이라는 『천수경』의 가르침대로 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표현한 것이라고 본다.  이런 것들이 법화경이 ‘수기의 경전’이라고도 불리는 이유이기도 한데 이것은 누구나 성불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5백 생을 수행하지 않으면 성불할 수 없다고 하는 부파불교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법화경의 종지(宗旨)는 ‘회삼귀일(會三歸一)’로서, 소승의 수행방편으로 삼았던 성문승, 연각승, 보살승의 삼승(三乘)을 성불(成佛)이라는 일불승(一佛乘)으로 귀결시키는 것이다. 이는 곧, ‘사람이 부처이다’라는 ‘인불사상(人佛思想)’의 구현인 것이다.

   『법화경』은 결코 쉽게 읽을 수 있는 경전이 아니다. 그리고 한 번 읽고 그 내용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경전은 더더욱 아니다. 연꽃이 진흙 속에서 싹을 틔우고 청정한 꽃을 피우듯이 속세간에 살면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진실한 믿음으로 지혜와 사랑을 실천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부처님을 대하듯 한다면 우리 사는 이 세계가 불국토가 될 것이고 ‘사람이 곧 부처이다’라고 선언하신 부처님과 법화행자들이 추구했던 대승보살사상을 전법(傳法)하는 길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