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지금껏 아이들을 키우며 당연시 했던 사실들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과 같이 어쭙잖은 상식으로 나름대로는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정당화했던 행동들이 사실은 잘못된 방식이었다고 하니 적잖이 당황스럽다. 물론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하나의 일률적인 정답이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 하나하나의 특성이 다르고 자라는 환경이 다른데 어찌 한 가지의 방식만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 책에 소개된 사실들은 전 세계 60개국 7천 명의 과학자들이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 충격적인 사실들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는 것도 의미가 크리라 생각된다.

우리들은 흔히 아이들의 동기를 부여해주는 최선의 방법이 ‘칭찬’이라고 믿어왔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제목이 칭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단골로 제시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비판이나 비난보다 칭찬으로 아이들을 대하려고 하고 아이들은 그런 칭찬 받는 것에 익숙해져 온 것이 사실인데 이 책에서 저자들은 칭찬의 역효과에 대해서 강도 높은 주장을 펼친다. 지난 10년 동안 캐롤 드웩 교수의 콜롬비아대학교 연구팀이 초등학교 5학년 4백 명을 대상으로 퍼즐로 되어 있는 비언어식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이 퍼즐은 누구나 쉽게 풀 수 있는 쉬운 문제였다. 아이들이 검사를 마치면 연구자들은 각 학생들에게 점수를 알려 주면서 한마디의 칭찬을 하는데 이때 무작위로 집단을 나눈 뒤 한쪽 집단은 똑똑하다는 칭찬을, 또 다른 집단에는 열심히 했다는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해주었다. 그리고는 학생들에게 두 번째 시험을 선택하게 했다. 한 가지는 첫 번째 시험보다 어렵지만 퍼즐을 풀어 봤으니 전보다 실력이 나아졌을 것이라고 말해 주고, 또 한 가지는 첫 번째 시험과 거의 같은 수준의 쉬운 문제라고 일러 주었다. 노력에 대해 칭찬을 받은 아이들 중 90%가 더 어려운 문제를 선택한 반면 지능에 대해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대부분 쉬운 쪽 문제를 선택했다. 똑똑한 아이들이 오히려 회피를 선택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아이들에게 지능을 칭찬해 주면 실수를 할 수 있는 모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저자는 칭찬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구체성과 진정성이 있는 칭찬이 보다 더 중요함을 역설한다. 또한 ‘칭찬중독’이 되면 아이들의 두뇌를 지속적인 보상으로 화학물질의 분비를 요구하는 중독 상태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한다.

두 번째로 이 책에서 중점을 둔 분야가 ‘수면부족’에 대한 것이다. 미국수면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청소년들이 낮 시간에 지독한 졸음으로 수업 중에 꾸벅꾸벅 존다고 한다. 청소년의 절반정도가 평일 수면시간이 일곱 시간이 되지 않는다고 하며 이는 30년 전의 경우와 비교해서 평균수면시간이 한 시간이나 부족하다고 한다. 수면은 학업수행과 정서적 안정뿐만 아니라 비만, ADHD(주의력 결핍증 과잉행동 장애)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텔아비브대학교의 아비 사데흐 박사 연구팀이 4학년과 6학년 학생 77명에게 3일 동안 두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 첫 번째 집단은 평소보다 30분 더 자게하고 두 번째 집단은 평소보다 30분 덜 자게 한 후 학생들의 신경생물학적 기능을 시험해본 결과 한 시간 수면의 차이가 만들어낸 수행정도의 차이는 전체 4학년 평균과 6학년 평균의 차이보다 크게 나왔다. 다시 말하면, 약간 졸린 6학년 학생은 수업시간에 4학년 정도의 수행능력밖에 보이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했고 결과적으로 한 시간의 수면부족은 인지적인 성숙과 발달 면에서 자그마치 2년 치의 손실에 맞먹는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사춘기이전의 아이들이나 어른들은 밖이 어두워지면 두뇌에서 멜라토닌이 생성되면서 자연스럽게 졸리게 되는데 청소년의 두뇌는 90분 동안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아 밤 10시에 잠자리에 들어도 곧바로 잠이 들지 않아 천장만 말똥말똥 쳐다보게 되고 반대로 아침에 일어나도 청소년의 두뇌는 여전히 멜라토닌을 분비하고 있어 등교 후 1교시가 되어도 아이들은 여전히 자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일부 학교에서는 등교시간을 1시간 뒤로 늦추었는데 놀랍게도 학생들의 성취욕구가 높아졌고 우울증 정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청소년 자동차 사고율이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25%나 감소했다고 한다. 물론 단순히 수면요소 하나로 인해 성적이 향상되고 자동차 사고율이 감소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솔직히 의문이 있지만 그래도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하지만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 수면부족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적용되기에는 해결해야할 난관이 많을 것 같아 일률적으로 시행하기 보다는 개개인의 가정에서 적용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거짓말의 유형과 거짓말과 지능과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많은 사례와 분석을 해 놓았고 요즘 우리나라에도 유행하고 있는 영재선발 방식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와 현재의 방식에 대한 한계에 대해서 밀도 있는 분석을 담고 있어 관심 있는 분들이 꼭 읽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어느 한쪽의 문화로 치우치는 경향을 방지하기 위해 동서양의 여러 나라에서 그 분야의 권위자의 참여하에 실험과 연구를 시행하여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경주하였고, 장기간의 추적관찰에 의해 결과를 도출하여 신뢰성을 확보하였다고 보여 진다. 워낙 방대한 자료가 수록되어 있어 한번 보는 것으로는 그 이해도가 부족할 것으로 보여 지는바 아이들을 기르고 가르치는 가정과 학교에서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읽어 나가면서 아이들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