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에 대한 나의 모든 혐오감은 완전히 녹아 없어졌으며, 내 손을 꼭 쥐고 있는, 쫓기고 부상당하고 족쇄에 묶인 이 사람에게서 나는 오직, 내 은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 그리고 나에 대한 깊은 애정과 감사와 관대함의 감정을 기나긴 세월 동안 조금도 변함없이 간직해 온, 그런 사람의 모습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나는 오직, 조에게 배은망덕하게 행동했던 나 자신보다 훨씬 훌륭한 인간의 모습만을 발견했던 것이다.

- pp.355-356

 

디킨스는 이 책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물질과 겉모습에 치중한 ‘신사’라는 속물에 대해 비판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내제된 인품에 의한 정신적 가치에 의의를 둔 ‘진정한 인간상’을 제시하고 있다.

 

풍부한 상상력과 치밀한 구성,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나가게 하는 흡입력, 공감, 재미와 감동, 교훈 등등 모든 면에서 세상에 태어나서 읽어본 책 중에서 단연 최고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정말 극단적이고 독특한 면이 많아서 ‘왜 이렇게까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읽어가면서 공감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연성이 떨어지지도 않는다는 게 신기하다.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이 유산을 상속받으면서 점차 방탕의 길을 걷는 와중에도 친구와의 우정을 쌓아가고, 점차 성숙하고 반성하며 결국 물질보다 더 가치있는 정신적 유산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이 재밌고 감동적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준다.

 

시골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사는 것과 도시에서 문화의 혜택을 누리면서 사는 것 중 어떤 쪽이 더 행복할까? 어디에서 어떤 인생을 살든지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일 것이다.

 

-잡지 <1년 내내>에 1860년 12월부터 1861년6월까지 매주 36회에 걸쳐서 연재

-1861년 10월 단행본으로 채프먼.홀 출판사에서 출판

위대한유산, 찰스디킨스, 민음사, 이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