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대 (Victoria Age 1830-1901)는 산업혁명과 과학의 발전으로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고,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개척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모든 면에서 가장 막강했던 대영제국의 절정기였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던 혼란의 시기였다.

 

부의 축적으로 새롭게 급부상한 중산층이 대두되었고 이들은 기존의 귀족계급에 맞서 ‘신사’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하였다. 원래 ‘신사’는 봉건시대의 지주계급이지만 작위는 받지 못한 성인 남자를 지칭하던 용어였는데 이 단어가 빅토리아 시대에 와서 일정 자산이 있고 적당한 교육을 받아 교양과 예의범절, 도덕성을 갖춘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이 시기에는 사실주의 소설이 유행했었고 찰스 디킨스는 영국의 사실주의 계열의 주요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책 [위대한 유산]에서 우연한 행운으로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고 신사가 되어가는 한 청년의 심리를 리얼하게 묘사하고 있다.

 

어릴 적 부모를 잃고 억센 누나의 손에 자라게 된 핍은 누나를 무서워 하지만, 매형인 조와는 사이가 좋다. 조는 건장하고 우직한 대장장이인데 어린 시절 엄마를 학대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엄마의 고통을 너무 뼈저리게 보았기 때문에 여자에게 부당하게 괴로움을 주는 것보다 자신이 좀 불편한 게 낫다며 억센 부인의 횡포를 그냥 참고 산다. 핍은 그런 매형을 존경하며 잘 따른다.

 

매형을 따라 대장장이가 되는 게 꿈이었던 핍은 어느 날 해비셤이라는 부유한 부인댁에 가서 말동무가 되어 주게 되는데 그 곳에서 아름답지만 거만하고 냉랭한 에스텔러라는 소녀를 보게 된다. 에스텔러에게 반하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초라함을 자각하게 되고 이후부터는 대장장이가 되는 것도 싫고 자신의 모든 것이 불만족스럽고 가족도 집도 부끄럽게 여기게 된다.

 

부잣집에 갔다 온 핍에게 그 집에 대한 궁금증으로 안달이 난 누나가 이것저것 물어보지만 핍은 그곳에서 느낀 당혹스러움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조에게 털어놓는데 조는 핍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 중략...... 진정한 친군 이렇게 말하고 싶다. 네가 만약 똑바로 길을 가는 걸로 비범하게 될 수 없다면, 비뚤어진 길을 가는 걸로는 더더욱 그렇게 될 수 없을 거다. 그러므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거라, 핍. 그리고 잘살다가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거라”

-p.134

 

예정대로 조의 대장간에서 도제가 된 핍은 이미 대장장이가 되는 것이 못마땅해졌지만, 충실하게 대해주는 조의 근면성과 순박하고 만족하며 사는 것에 감화되어 참고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누군가로부터 재산상속을 받고 신분상승의 기회를 잡은 핍은 런던으로 가 신사교육을 받으며 순수함을 잃고 점점 속물이 되어 가는데, 그토록 따랐던 조를 부끄러워하면서 동시에 죄책감도 느낀다.

 

“핍은 영광과 행복을 찾아 얼마든지 자유롭게 일을 그만두고 떠날 수 있습니다. 이건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진심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를, 조그만 꼬마 때 대장간에 와서, 늘 나의 제일 친한 친구가 되어줬던, 그를 잃는 것을 돈으로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  아, 사랑하는 선량한 조, 나는 배은망덕하게도 그토록 기꺼이 당신을 떠나고 싶어 했건만!

- p.262

 

조가 나오는 장면마다 뭉클하고 잔잔한 감동이 밀려왔다.

민음사, 세계문학, 찰스디킨스, 위대한유산, 이인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