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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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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한정 전경린 작가 친필 사인본

  • 저 : 전경린
  • 출판사 : 나무옆의자
  • 발행 : 2019년 10월 22일
  • 쪽수 : 20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615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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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사랑이 서로의 폐허를 덮어주고
    시원의 얼굴을 건져낼 수 있을까

    ‘정념情念’의 작가 전경린 신작소설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흘렀던 사랑 이야기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이다.

    파스칼은 말한다. 정념情念은 지나치지 않으면 아름답지 않다. 사람은 지나친 사랑을 하지 않을 때는 충분히 사랑하지 않은 것이다. ‘정념의 작가’, 혹은 '대한민국에서 연애소설을 가장 잘 쓰는 작가'로 불리는 소설가 전경린의 신작 『이중 연인』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섬세한 문장과 강렬한 묘사로 삶과 사랑의 양면성을 그려내는 작가 전경린의 이 번 신작 『이중 연인』은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문학동네) 이후 이 년 만이며, 장편소설로는 열세 번째 작품이자 고품격 로맨스소설을 표방하고 있는 나무옆의자 ‘ROMAN COLLECTION’ 시리즈의 열세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전경린의 장편소설 『이중 연인』은 사랑이 서로의 폐허를 덮어주고 시원의 얼굴을 건져낼 수 있는지를 묻는 소설이다. 작가는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흘렀던 어찌할 수 없는 지독한 사랑 이야기를 가을 하늘에 새떼처럼 풀어놓았다. 아울러 『이중 연인』은 어떤 여자에게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떤 여자에게는 예사로운 일인지도 모를 ‘이중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부주의하게 겹쳐버린 약속, 중복되는 사랑 이야기인 셈이다.

    출판사 서평

    부주의한 사랑, 사랑도 그네를 타는가

    “힘들거나 불편하고 슬프고 불안한 건 사랑이 아니야.
    사나워지는 것도 사랑이 아니야.
    힘들어지면 언제든 그만두도록 해.”

    아트 매거진 기자인 나(함수완)는 늘 기사마감에 시달리지만 유명인사의 생일 모임에서 미술 평론가이며 큐레이터인 이열을 만났다. 외국어를 쓸 것 같은 인상이었다. 뭔가 궁리하는 듯한 눈빛과 사탕을 물고 있는 듯 무표정한 입 주변이 이상하게 마음을 끌었다. 모임이 끝나고 치근거리는 보석 디자이너와 국회의원 비서를 따돌리고 두 사람은 함께 택시를 탄다. 아울러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웠을 때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열이 한 말들이 차례로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갑시다’에서부터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까지. 봄의 솜털같이 여린 눈과 뜻밖의 낮은 웃음소리도. 처음 본 남자의 마음이 그녀의 몸에 물컹 닿았던 것이다.

    설마 그럴까, 하는 사이에 한 여자가 울기 시작한다. 이열과 나의 세 번째 데이트 때 만난 여자였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굵은 줄기의 눈물, 마치 수돗물을 튼 듯 쏟아지는 눈물이었다. 말 그대로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일행과 술자리를 파하고 일어서던 여자가 이제 막 술집에 들어선 이열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모두에게 노출된 장소에서 펑펑 우는 여자. 그녀는 연극배우 심보라였다. 즉흥적으로 심보라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 세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게 된다.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던 중 5년 만에 만났다는 보라와 이열은 무반주로 왈츠를 춘다. 춤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두 마리 새가 노는 것 같았다. 혼몽한 잠결에 이열과 보라가 복도 끝 방으로 서로를 밀며 들어가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아니 본 것이 아니라 눈을 감은 채 귀로 들은 것 같았다. 복도의 벽에 부딪치고 스치는 두 몸, 문에 부딪치는 쿵 하는 소리와 웃음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 부스럭거리는 소리, 웃음소리……

    지방출장을 끝내고 나는 동료 장과 황경오의 대학 동기 모임에 어울린다. 세 명과 일 관계로 알게 된 장은 그들과 온도가 약간 달랐다. 모임에서 방송국 피디 출신이자 아마추어 등산가 황경오는 “아, 난 오늘 첫눈에 반했는데.”라는 말로 나를 도발한다. “나가서 둘이 한잔 더 할래요?”라는 말도. 그러나 방송국 일로 이 년 전에 만난 적이 있던 황경오는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모른 척하고 있었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에 대해 “그거 사실입니다. 오늘이 아니라 이 년 전에.”라는 또 다른 도발. 황경오는 감정을 극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눈을 떴을 때, 곁에 황경오가 잠들어 있었다. 나는 전날 아침에 집에서 나설 때만 해도, 이 년 전에 본 남자와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내 코트와 발목 스타킹과 옷가지들이, 그의 외투와 양말과 옷가지들이 방바닥에 던져져 있었다. 기적인지, 재난인지 판단할 수 없었을 정도.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였던 것. 오랫동안 아무도 없다가, 저 먼 천체에 별자리들이 이동하듯 남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식이이었던 것이다.

    방으로 초대해달라는 나의 요구에 대해 황경오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방이 없는 사람처럼, 아내라도 있는 사람처럼. 황경오의 방에 다녀온 바로 다음 날 나는 이상한 전화를 받게 된다. 사무실에선 사적인 통화를 자제하는 오전 열 시였다. 전화기 속의 여자는 내게 대뜸 반말을 했다. 황경오의 전처였다. 자살시도도 했었다는 그녀. 그녀는 “그 방에 다신 가지 마.”라고 협박할 뿐만 아니라 “적어도 그 방에선 그이와 붙어먹지 말란 뜻이야.”라는 말을 남긴다.

    사랑도 그네를 타는가. 순수한 남자와 육감적인 남자의 사이의 거리는 얼마인가. 인생에서 사랑과 투자, 두 가지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엄마는 정작 두 가지를 다 했고 둘 다 실패했다. 나는 적지 않은 용돈을 엄마와 여동생을 위해 보내야 했다. 나는 엄마가 사는 모습을 보면서 역설적으로 인생에 안도했다. 결혼 생활 십일 년 만에 아버지가 죽은 뒤 몇 번이나 배가 뒤집히고 표류했지만 엄마는 매번 구조되어 새 배에 올라탔다. 동시성의 법칙 앞에서 당황하게 된 나는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운명처럼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는데…….

    사랑의 달콤함, 난폭함, 허망함에 관하여

    삶이란 강철과 시멘트와 유리로 지어진 냉혹한 인공물이었다.
    그에 비하면 사랑은 거품이고, 구름이고, 종이배이고,
    새의 깃털이고, 아이스크림이었다.

    『이중 연인』은 저자의 설명처럼 서로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삶에 대한 관심, 끊을 수 없는 그리움과 특별한 관대함이 테두리를 이어 가지만 중심은 비어있는 사랑의 이야기다. 사랑의 달콤함, 난폭함, 그리고 허망함에 관한 보고서다. 작가 전경린은 슬픔과 행복을 은밀하게 견디며 변화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내성적인 무늬가 이 세계의 아름다움인 것을 겨우 예감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이중 연인』이 있다.

    비스듬히 어긋난 연인 사이에 사랑을 담아 보았다. 서로에 대한 막연한 호감과 삶에 대한 관심, 끊을 수 없는 그리움과 특별한 관대함이 테두리를 이어 가지만 중심은 비어있는 사랑. 그 중심은 폐허일까, 시원일까. 이제 사랑을 배우며 서로의 폐허를 덮어 주고 시원의 맑은 얼굴을 건져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봄의 갯버들 같은 눈빛이 돌아오기를 간청하며 마지막 장을 썼다.
    ('작가의 말’ 중에서)

    목차

    연인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열이 솜털 같은 눈으로 나를 보았다. 처음 본 남자의 마음이 내 몸에 물컹 닿았다. 나도 그런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던 밤이었다.
    (/ p.17)

    나는 청혼을 받은 적이 있었다. 상대는 스물다섯 살부터 삼 년 동안 교제했던 서교였다. 어찌어찌 마지막 문턱까지 갔다가 결혼이 무산되었을 때 삶의 난폭함을 알게 되었다. 삶이란 강철과 시멘트와 유리로 지어진 냉혹한 인공물이었다. 그에 비하면 사랑은 거품이고, 구름이고, 종이배이고, 새의 깃털이고,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렇게도 연약하고 소용없고 흘러가는 것들이었다.
    (/ pp.29~30)

    설마 그럴까, 하는 사이에 여자가 울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넘쳐흐르는 눈물이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굵은 줄기의 눈물, 마치 수돗물을 튼 듯 쏟아지는 눈물이었다. 말 그대로 눈물샘이 터진 것이다. 이열과 나의 세 번째 데이트였다. 여자는 울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그치려고도 않고 닦으려고도 않고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 직전에 분명히 산호색 블라우스 소매 밖으로 나온 흰 손목을 휘저으며 웃고 있었던 여자였다.
    (/ p.36)

    “저 오늘 처음 본 거예요?”
    황경오가 고개를 저었다.
    “수완 씨가 나를 기억하지 못할 거 같아서, 얌전히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첫눈에 반했다고, 농담을 잘도 했네요.”
    황경오는 나의 말을 무시하고 카운터로 가서 주문을 하고, 전문 산악인 같은 주인과 몇 마디 나누고 돌아왔다. 그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마치 긴 이야기의 서두라도 꺼내 듯 말했다.
    “그거 사실입니다. 오늘이 아니라 이 년 전에.”
    황경오는 감정을 극적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와 함께 있으니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가파르게 오르내렸다. 나는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 p.70)

    그의 입술 안쪽의 부드러운 점막 피부가 나의 마른 입술을 눌렀다. 그리고 혀가 나의 앞니를 열고 들어왔다. 긴 키스였다. 한 사람만 양치질하면 된다는 밑도 끝도 없는 논리를 이해할 것 같았다. 나는 맑아지고 있었다.
    (/ p.95)

    내 인생에 유리 조각처럼 박힌 이중 약속, 그런 일은 어떤 여자에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떤 여자에겐 예사로운 일인지 모른다. 내겐 단 한 번 일어난 사건이었다. 교활한 의도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부주의했던 게 이유였다. 마음을 열고 한 사람을 받아들이면 다른 사람이 동시에 다가온다. 동시성의 법칙은 연애 월드에서 꽤 알려진 징크스이다. 오랫동안 아무도 없다가, 저 먼 천체에 별자리들이 이동하듯 남자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식이다.
    (/ p.98)

    사람에게 이름이 있다는 것이 새삼 심오하게 느껴졌다. 이름은 일종의 트렁크니까. 사람들은 자기 이름 속에 경험과 기억과 꿈과 소망, 능력과 한계와 비참과 고통을 수납한다. 불행과 행복을 담고, 걸어 다니고, 밥을 먹고, 어둠 속에서 누워 잠을 자고 깨고, 그리고 마침내는 운명을 걸어 닫고 이름 속에 영면하는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기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 pp.119~120)

    주말을 이용해 2박 3일 동안 도쿄에 다녀온 뒤부터 황경오에게 방에 초대해 달라고 졸랐다. 하지만 그가 거절했다. 어찌나 단호하게 거절하던지, 방이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혹은, 버젓이 아내와 사는 사람일 수도 있었다.
    “대체 방이 왜 궁금하다는 거야?”
    방은 네 존재의 증거니까, 라는 말 대신 핑계를 댔다.
    “당신은 내 방에 셀 수 없이 많이 왔으니까.”
    (/ p.121)

    “수완, 그 남자의 곁에서 네가 어떤 모습인지 알아야 해. 사랑을 위해 사랑하지는 마. 그런 사랑은 너를 해쳐. 너를 위해 사랑하도록 해. 희망 없이 사랑하는 건 차라리 괜찮아. 하지만 힘들거나 불편하고 슬프고 불안한 건 사랑이 아니야. 사나워지는 것도 사랑이 아니야. 힘들어지면 언제든 그만두도록 해.”
    (/ p.144)

    나는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워 이불 속에서 옷을 하나씩 벗어 방바닥에 내던졌다. 옷을 다 벗었을 때 그가 욕실에서 나와 침대로 들어왔다. 그는 내가 알몸인 것을 알아채고 웃음을 터뜨렸다. 깜찍하네. 황경오도 서둘러 옷을 벗어 내던졌다. 나는 그의 단단하고 부드러운 두 팔 안으로 파고들었다. 내일 사고가 나도 하는 수 없지. 이게 우리의 마지막이라 해도, 아도니스, 상자 속의 남자. 그의 품속에 짙은 불 냄새와 향내가 고여 있었다.
    (/ p.150)

    이열은 나의 손을 잡고 작별 인사를 한 뒤 머뭇거렸다. 입을 맞출 것만 같았다. 입술이 아니어도 뺨이나 이마나 손에. 그러나 이열은 내 손을 얌전히 내려놓고 어색한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떠났다. 이열과는 스킨십이 전혀 없었다. 미처 알기도 전에 어긋난 탓도 있었지만, 서로를 알아 온 시간과 친밀도에 비하면 차가운 간격을 유지해 온 셈이었다.
    (/ p.175)

    문제의 그 해변 건물을 보러 갔을 때, 나는 첫눈에 알아보았다. 그 폐건물이 엄마를 닮았다는 것을. 그래서 엄마는 폐건물에 끌렸던 것이다. 불행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행복한 사람이 행복에 끌리듯, 불행한 사람은 불행에 끌리기 때문이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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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2.11.26~
    출생지 경남 함안
    출간도서 39종
    판매수 28,138권

    199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사막의 달]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천사는 여기 머문다], [염소를 모는 여자], [바닷가 마지막 집], [물의 정거장], 장편소설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열정의 습관],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 [황진이], [엄마의 집], [풀밭 위의 식사], [최소한의 사랑], 어른을 위한 동화 [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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