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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방, 어린이집, 유치원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교사들을 위한 아이들 나들이 체험서. 나들이 중요성과 함께 일상 나들이 준비, 자연과 더불어 노는 나들이, 긴 나들이 등 나들이 프로그램들을 수록했다.

[부꾸] 제55호, 2000.5.4
아이들 권리 찾아줄 공동육아 보고서

물질적 풍요 끝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편안한 게으름이요 개인주의의 만연이었다. 더불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과 공동체적 유익함까지 함께 잃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자연과 생명의 존엄성까지 함께 잃었다.
생태계는 질서를 잃고 무너지고 있으며 아이들은 방황하고 학대에 시달리며 인간이 인간의 소중함을 무시하고 끝없이 내닫고 있는 지경에 빠져들었다.
이런 극단적인 병폐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새롭게 떠오른 것이 바로 공동육아다. 핵가족의 틈바구니에서 정당한 권리를 상실한 아이들에게 인간다운 삶의 한 전형을 체험하게 해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공동육아는 긍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 동안 바람직한 공동육아의 방향을 모색하고 실천해온 공동육아연구원이 그 시리즈로 두 번째 책인 「코뿔소 나들이 가자」를 펴냈다. 아동인권을 선언하는 마음으로 엮인 이 책은 아이들이 삶의 주체로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적 체험들로 채워졌다.
<왜 나들이인가?>에서는 공동육아의 나들이 교육 철학을 담고 있고, <나들이를 가며 크는 아이들>에는 아이들과 함께 공동육아를 이끌고 있는 교사들이 쓴 관찰일지를 담았다.
<나들이와 함께 크는 어른들>에는 아이들과 함께 성숙해가는 어른들의 체험이 담겨 있으며, <함께 읽기 : 나들이 프로그램>에는 체험을 바탕으로 한 나들이 지침을 담았다.
공동체의 문화가 만능의 처방은 아닐지라도 분화되고 날카로워진 오늘의 병폐를 가리는 방패로서 훌륭하게 작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을 과거로 되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현실의 문제를 간과할 수도 없다. 대안은 노력하는 자만이 마련할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글: 이우일 기자 soraji@bookoo.co.kr

001. [왜 나들이인가?]
002. 자연과 공동육아/정병호....(13)
003. 공동육아의 생명 교육/김정희....(28)
004. 미래를 여는 교육적 체험인 나들이/이기범....(44)
005. 나들이의 교육 과정과 의미/이부미....(59)
006. [나들이를 가며 크는 아이들]
007. 모험과 도전/박미애, 신경선....(91)
008. 탐구하는 나들이/신정선....(100)
009. 무덤가 나들이/조봉호....(107)
010. 쓰레기로 텃밭 가꾸기/김미현....(121)
011. 우면산 탐험/신정선....(126)
012. 야간 산행/이말순....(131)
013. 겨울 바닷가/이정숙....(138)
014. 한겨울에 폐교에서/신정선....(146)
015. 우리 어린이집 바둑이/김용양.....(153)
016. 지역 아이들과 함께/고은주....(161)
017. [나들이와 함께 크는 어른들]
018. 엄마, 달이 그냥 서 있어! 기차 우에/김일명....(193)
019. 하언이의 나들이/손정은....(198)
020. 우리 아이는 산바람 들바람 맞고 자랐어요!/오유미....(202)
021. 들살이를 보내는 엄마의 마음/홍수야....(207)
022. 아이들은 해방감을 만끽하리라!/신현주....(210)
023. [함께 읽기:나들이 프로그램]
024.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나들이/차현진....(217)
025. 일상 나들이 준비/이말순, 박현숙....(230)
026. 자연과 더불어 노는 나들이/박현숙....(234)
027. 긴 나들이/박혜원....(244)
028. 들살이 길잡이/이말순....(259)
029. 산 어린이집 텃밭 일지/이말순, 신경선....(269)
030. 나들이 미술 교육 방법/신현경....(280)
031. 개울 가는 길에 핀 우리 들꽃/박소영....(301)

지난 20세기 후반기 우리 사회는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엄청난 문화 변화를 경험하였다. 어른들이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자 애쓰고 있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새로운 환경 속에서 자라나게 되었다. 어른들이 산업활동의 편의를 위해 아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가두어 두거나, 아이들을 영리적 이익 추구의 대상으로 삼는 현상이 일반화되어 갔다. 눈앞에 펼쳐진 물질적 풍요의 그늘 밑에서 근본적 아동 인권 유린의 현실이 퍼져가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된 한국 사회에서 어린아이들의 인권이 무참하게 유린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주는 상징적 사례는1990년대를 시작하며 발생한 혜영이와 용철이의 희생과 90년대를 마감하는 시점에 발생한 씨랜드 참사이다. 젊은 맞벌이 부부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맡겨둘 곳이 없어 단칸방에 가두어 두고 일 나간 사이에 방안에 갇힌 채 불에 타 죽은 혜영이와 용철이의 희생이 최소한의 아동 복지 제도를 마련하지 못한 비정한 산업화·도시화의 현실 속에서 빚어진 것이라면, 자연을 찾아 간다는 명목으로 수백 명 아이들을 컨테이너 박스 속에 줄지어 재우면서 그 머리 수를 돈으로 계산하는 데에만 급급했던 어른들이 빚어낸 씨랜드의 참사는 맹목적 상업주의와 비인간적인 교육 풍토 속에서 발생한 희생이었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을 더 이상 가두어 두어서는 안 된다는 아동 인권을 선언하는 마음으로 엮은 것이다. 우리의 삭막한 산업화 논리로부터 우리 아이들의 삶과 체험이 해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쓴 책이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어른들의 편의와 욕심 때문에 숫자로 취급되거나 대리 경쟁의 대상이 되도록 하여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우리 아이들을 가두어 두어서는 안 된다. 그 첫 시도로 공동육아 어린이들이 한 걸음 한 걸음 어린이집 밖으로 나들이 가는 작은 발자국들을 소개하기로 하였다.

공동육아 운동의 지난 6년간은 90년대에 제정된 영유아 보육법의 틀 속에서 급격하게 제도화된 집단적인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 나이 어린 아이들에게 보다 해방적인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한 실험적 노력의 과정이었다. 어린이집이나 놀이방이 취학 전 아동들에게 새롭게 강요되는 작은 학교가 아니라 생활의 공간이 되도록 노력하였다. 나이별로 칸이 막힌 교실이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방들을 만들고자 하였고, 시간표로 꽉 짜여진 수업이 아니라 자발적 호기심에서 참여하는 활동이 되고자 하였다. 아이들을 관리하고 훈육하는 교사가 아니라 별명을 부르며 함께 이야기하며 노는 친구가 되고자 애썼다.

어려운 도시 환경 속에서도 어린이집의 울타리를 넘어 매일 바깥 나들이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주변의 야산으로, 공원으로, 쪽밭으로 자연을 찾아나서고, 빵집, 생선가게, 은행, 소방서, 파출소 등 다양한 어른들의 일터를 구경하러 다녔고, 박물관, 미술관, 극장에서 전시회와 연극과 무용, 음악회를 보고 느꼈다. 개나리, 진달래꽃을 머리에 꽂고 동네 야산 꼭대기에서 조그맣게 밑에 있는 우리 집을 내려다보았다. 어린이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또 그림으로 그렸다. 개울가에 핀 봄꽃들, 거미들이 만들어 낸 그물들, 징그러운 애벌레와 아름다운 나비를 그렸다. 이상한 옷을 입은 아저씨와 열심히 물건을 파는 할머니를 그렸다. 어린이집에서 키우던 토끼와 오리의 나고, 자라고, 죽는 모습을 보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우리 아이들이 단순히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어른들이 사는 식대로 흉내내며 사는 사람들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아이들의 오감을 해방하여, 스스로 세상을 보고 느껴서 우리 어른들이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세상을 그리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나갈 문화 창조자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아이들의 생활과 경험을 어른들이 틀 지우기보다는 스스로 탐색하고 구성해 나가도록 하였다. 진정으로 해방된 몸짓으로 직접 모든 것을 손끝으로 더듬어 알고, 온 발바닥으로 진흙과 모래와 대지를 느껴 보도록 하였다. 활자와 숫자와 TV화면에 고정되기 쉬운 눈을 돌려 하늘과 구름과 사시사철 변하는 나무와 꽃들을 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다. 쵸코파이와 콜라에 길들여지기 쉬운 혀를 직접 만든 떡과 군고구마와 오곡의 다른 맛을 구별할 수 있게 하였다. 인공의 화장품, 비누 냄새만이 좋은 것이 아니라 들꽃의 향기와 소나기 뒤의 흙 냄새, 갓난아기의 기저귀 냄새의 푸근함도 함께 느끼고 표현해 보았다. 직접 피부로 추위와 더위를 느끼고 온몸으로 물, 바람, 햇볕 속에서 함께 사계절의 변화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