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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제도 개혁은 도입준비기에 있는 제도이다. 도입이전 단계에서는 제도설계의 선행적, 후행적 요인에 대한 논리적 연계성을 확보하고, 시기별 영향요인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개혁요소의 시차적 변화과정에 따라 성공적 제도화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1. 이론편

제1장 행정과 정책연구를 위한 시차적 접근방법 / 정정길
제2장 정책과제도의 변화과정과 인과법칙의 동태적 성격 / 정정길
제3장 급속한 사회변화와 정책과정의 민주성과 합리성의 후퇴 / 정정길
제4장 정책과 제도변화의 시차적 요소 / 정정길ㆍ정준금
제5장 시차적 관점에서 본 정책의 일관성 연구 / 이달곤
제6장 시차이론과 행정개혁 / 최종원
제7장 행정조직과 시간 / 임도빈
제8장 코멘트
“시간”개념의 유용성에 대한 검토 / 김준한
시차적 접근방법과 신제도이론 / 하연섭
시차적 접근, 역사적 맥락과 정태균형론 / 정정길

2. 사례편

제9장 지방차원의 정책혁신 확산과 시간: 지방행정정보공개조례의 사례연구 / 이승종
제10장 시차적 접근을 통한 정책과정의 동태적 이해: 환경정책을 중심으로 / 정준금
제11장 시차이론과 제도변화: 개방형직위 임용제도를 중심으로 / 정준금
제12장 시차이론에 의한 5급 승진제도 사례분석 / 이시원
제13장 시차이론에 의한 직무분석 도입 사례분석 / 신종렬
제14장 고시제도개혁의 시차적 접근 / 권해수

개인의 인생이나 사회진화 과정에서 시간의 흐름은 대단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사회과학자의 눈에 별로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근대화이론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발전의 시간과 정부사업의 순서 문제가 다루어지기도 하였고, 행정절차나 예산과정 등에서는 운영기법의 하나로서 시간적 관리가 거론되는 경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행정문제에서 시간은 행정학도에게는 ‘잊혀진 시간’이었습니다.

행정의 연구에서 시간이 적절한 자리매김을 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그 다양한 자리를 찾아 나섰습니다. 시간 길이의 문제, 순서의 문제, 조건의 문제, 더 나아가 인과관계의 문제를 엄밀하게 행정현상이나 정부개혁과 연결시키려는 이 책은 분명히 의미 있는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라는 중심축 위에 행정과 정책 그리고 제도의 진화과정을 배치시키면서 행정학의 시간적 동태성을 탐구해 보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의도입니다. 행정과 정부개혁의 과정에서 중요한 인식 차원이 시간의 차이라는 것을 여러 필자가 인식하고 이를 각기 다른 입장에서 절충적으로 접근한 논문들을 작성하여 순서를 정하여 모아 보았습니다.

이 새로운 개념과 이론적 얼개는 울산대학교의 정정길 총장께서 처음으로 창안하시고 체계화를 시도하였습니다. 젊은 시절에 겪었던 행정관료의 경험에 더하여 오랜 동안 교수생활에서 쌓아온 이론적 연찬이 이러한 창의적인 발상으로 연결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장으로 계실 때 처음으로 이러한 발상을 제안하셨고 세 편의 논문을 연작으로 발표하셨습니다. 이를 접한 관심 있는 후학들이 선생님의 이론적 논문을 탐독하고 이를 각자의 관심분야에서 검토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일부는 행정대학원의 교수 세미나에서, 일부는 한국행정학회의 학술모임에서, 일부는 총장님의 연구실에서 초고가 발표되고 토론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 연구자가 다시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도록 내용을 숙성시키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도 총장님께서 밝히는 바와 같이, 이론 및 사례개발의 절실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아마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 가는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일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 책의 출판은 기존 연구서의 출판과는 좀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 처음에는 출판의 동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저 그간의 연구를 기반으로 새롭게 착상한 개념을 본인이 이론 측면에서 구도를 만들어 나가셨고, 후학들은 이를 검증하고 구체적으로 적용해 보는 데 힘을 조금씩 보태는 수동적인 느림보 행렬이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책의 출판이 임박한 2005년 연초 총장님과의 대화 중에 총장님이 ‘회갑’이라는 기점으로 시차연구에 매진하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갑이라는 시점을 기념하는 선생님의 의식의 흐름을 알지도 못한 저로서는 면구스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인생사의 중요한 일들을 시간의 축 위에서 계획하시고 그러한 일들의 하나로서 소위 ‘시차이론’을 착수하신 것이 분명한 동기였다고 사료됩니다. 시간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감회가 남다른 시기에 도달한 총장님께서 얼마나 시간의 흐름과 일의 순서, 그리고 삶의 인과론적 귀결에 대해서 고뇌하고 있었던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가 평소 행정과 정책문제의 다양한 방면에 천착해 보셨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러한 시차적 발상을 가능하게 한 것 또한 이질적인 분야와 시간의 선후를 총체적으로 꿰어 내는 구심점을 발견하고자 하는 그간의 고민과 예지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의 이러한 발상과 고뇌를 작업이 끝날 순간까지 눈치채지 못한 천학비재함을 자괴하고 또 좀더 체계적이고 빠른 시간 안에 출판이 가능하도록 돕지 못한 성의부족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총장님의 ‘시간’을 기념하고 동시에 후학들이 새로운 장의 연구를 여는 의미의 출판물이 되었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