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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단상 속에서도 전 우주가 담겨 있다는 인간의 사유 현상과 작은 생각도 전 우주가 내 안으로 들어옴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유의 관계성과 총체성 및 주체의 문제를 동서양 사상가들을 통해 짚어보고 무아(無我)와 진아(眞我)의 상즉적(相卽的) 관계를 신학적이면서도 대중적인 언어로 정리했다. 신학, 서양철학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사실상 깊이의 차원에서는 불교적 세계관도 통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

쉬운 얘기도 어렵게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주 골치 아프고 복잡한 내용도 쉽고 산뜻하게 풀어내는 사람이 있다. 일반적으로 철학, 특히 현대 철학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난해한 전문적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종교는 고도의 기술문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이른바 "신자"(信者)들만의 폐쇄적 공간에 한정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철학도 종교도 점점 청중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이것은 철학과 종교의 핵심적인 내용을 쉬운 일상의 용어로 풀어내는 '이야기꾼'이 없기 때문 아닐까? 철학과 종교에서 말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거기에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그 세계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를 저 심오한 진리의 세계와 이어 줄 다리가 필요하다. 『생각나야 생각하지』는 멀게만 느껴졌던 그 세계와 우리를 이어 주는 하나의 다리가 되려고 한다.

이 책은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일상적인 접근, 그러나 일상을 한 차원 뛰어넘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책의 차례를 보면 우리가 평소에 이따금씩 생각했을 법한 것들이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학생들과의 대화, 유행가 가사, 일상적 깨달음이 철학 사상, 성경, 불경 등과 어우러지면서 서로를 보완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너무 피상적인 이해에 그치지 않고 깊은 성찰로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나'라는 고립된 주체에 대한 편견과 집착에서 벗어나, 나를 감싸고 있는 여러 가지 관계에 열린 마음을 가지게 될 때, 우리의 생각과 믿음은 질적인 새로움과 생명력을 맛보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과 타인에게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때, 우리는 성숙의 경지를 엿보게 된다.

우리는 그런 성숙을 통해 깊이 있는 사람, 만나면 만날수록 매력을 느끼게 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세계의 숨가쁜 변화와 발전에 적응하면서도 나의 유연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 책이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힘이 사람을, 그리고 사람은 세상을 변화시켜 좀더 살 맛나고 평화로운 공간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요즘 한국 종교의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는 종파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내재되어 있는 자기중심주의와 맥을 같이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한국의 종교들을 향해, 그리고 우리를 향해 "종파주의, 자기중심주의를 부수면서도, 그렇게 부술 수 있는 능력에 의해 자신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인정받게 되는 깊은 가르침과 그 실천"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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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007700"〉저자 소개〈/font〉
이찬수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거쳐 동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불교학과 신학으로 각각 석사학위를 받은 뒤, 같은 곳 신학 분야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비교하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감신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강남대 교양학부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는 『인간은 신의 암호』, 『종교신학의 이해』, 『한국종교문화연구 100년』(공저)이 있으며, 『화엄철학』,『하느님은 많은 이름을 가졌다』, 『불교와 그리스도교를 잇다』, 『지옥의 역사』등을 번역했다.

"타종교의 신학", "불자는 그리스도교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니시타니 케이지의 불교적 허무주의", "즉비의 논리, 회호적 관계, 선문답", "요한복음의 불교적 해석", "한국 그리스도교 연구, 얼마나 한국적인가"를 비롯하여, 종교신학,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대화 관련 논문들을 개인 홈페이지(http://my.netian.com/~chansuyi)에 올려놓았다.

☞들어가는 말 ...6

1. 생각냐야 생각하지! ...012
2. '나'란 놈은 어떤 놈? ...032
3. 온통 얽힌 세상 ...052
4. 믿어져야 믿지! ...074
5. 변화함으로써 살아간다 ...094
6. 없음이 있다 ...124
7. 동멜이.인간.신의 차이 ...150
8. 종교적 다양성은 축복이다 ...164
9. 죽어 살기 ...186
10. 세상이 암담한 이유 ...202
11. '문'으로 '화'하다 ...230
12.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한다 ...256

☞색인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