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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대상: 문인, 대학생, 일반독자 외
*구성: 자서+목차+산문 작품 작품
*특징:
1. 저자의 곡절 많은 인생사를 담담하게 정리한 수필집이다.
2. 이 책에는 저자의 기쁨과 슬픔, 고통 등의 절절한 사정들이 서툴지만 절실하고 기도하듯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다양한 체험과 기록들을 자신의 거친 감수성을 드러내면서 일반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문창길(시인)
이 수필집은 그야말로 순진한 손글씨다. 어떤 기교나 심오한 상상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참으로 손으로 쓴 그녀의 필체는 한 여성고난사에 다름 아니다. 모든 글들이 쉽게 읽어내기는 어렵고, 문맥의 흐름 또한 이해하는데에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박정례라는 한 여성의 고난의 기록이고, 이 시대에 살고있는 우리의 동반자이고 가난한 한국의 여성사이기도 하다. 제목 ‘펜티’는 자칫 음험한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정반대의 내용이다. 주인공은 가난에 찌들려 속옷마처 쉽게 갈아입을 처지가 못되고, 한 장의 펜티로 몇날의 일상을 견뎌내는 참으로 민망한 자신의 핍진한 삶을 드러내고 있다.

자서 _ 5

제1부 여실(실제)

2018년 9월이 가기 전에 타이완 가는 비행기를 타고 …… _10
타이완(대만) _12
국민연금 _16
국세청 성동세무서장님 귀하 _20
친정 어머님! 그리고 외손자 외손녀 _21
익산 구시장 경희한의원 _25
나는 글을 내 마음대로 내 생각대로 쓸수가 없다 _30
황반변성 _33
익산시 익산 원광대학교 병원 응급실 _36
근조 _39
이상한 일 _41
진주 _42
서울 상암동 쓰레기 직장 _44
인연으로 맺은 언니 _50
아들은 아들이기 전에 친구입니다. _52
600kg의 대포알 _53
매춘 _56
다시 시작되는 선생님과 제자 _57
일인자의 욕심 _60
고속버스 기사님 _62
엄마의 이력서 _65
펜티 _66
서울대병원 류마티스과 _67
외할머니와 외손자 _71
소원 _73
매일 맞는 매 _74
자백 _77
그 많은 돈! _79
각혈이 모자란 사람에게 수혈은 누가 했을까 … _81
피를 흘리면서 따라다니는 그림자 _84
몹시 서운했던 3개의 학교 _87


제2부 期旅路

부두 _90
그 남자 _95
은희의 꿈 _105
파도와 죽음 _107
춤추는 무당(천도제) _109
이사 _120
전북 익산시 이일여고 _136
성악공부 _138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음대 성악시험 그 날 _139
익산 봉동 백제예술대학 _141
결혼 _142
수희 아버지(고종하) 상봉 _143
교통사고 _145
음대 교수님과 통화 _147
쓰레기 직장 _148
남양주 찜징방 사건 _151
빗속의 여인 _154
15년 - _155
기여로期旅路 _156
펜티 후기 _158

친정 어머님! 그리고 외손자 외손녀


부모는 자식이 80을 먹어도 물가에 앉혀놓은 기분이라고 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수시로 듣는 말이다.
어머니의 모성은 하늘보다 높다.
나의 친정어머님의 이름은 고순임이다.
이 못난 불효자는 어머님을 수십년 그러니까 거의 20년 독한 고생을 짊어지고 살게 했다.

친정 어머님! 그리고 외손자 외손녀.
이제 갓 태어난 1달도 못되는 어린아기를 품에 안고 그 위로 3살, 6살, 9살 세 딸을 데리고 여수를 떠나는 기차를 타고 익산을 지나 함열역에서 멈추고 서울행을 합니다. 함열역에서 내리신 어머님은 4명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 길은 가까웠으나… 어머님 발길은 그 얼마나 무거웠으리!
형편도 넉넉치 못 하고 불쌍해진 딸자식 때문에!
딸 한명 살려보려고…
딸자식을 한꺼번에 데려가신 어머님!
나는 그때 그 선에선 어머님의 고통! 무거운 짐! 감당하면서 사시는지를 생각해보질 못했으니…
어린 핏덩이 난(태어난) 그날!
내가 살고 있는 우리집은 여수시 교동이었고, 한쪽으로는 순천 대교에서 내려오는 영등펀이란 냇가 강물이 흐르고 그 바로 옆에 한없이 긴 신작로가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사람들이 웅성웅성 지나갔고, 살인사건이 일어났다고 소문이 돈다. 우리집에서 약 70m 떨어진 곳에 고물상이 있었고 고물상 앞쪽에 판자로 지은 조그만한 살림집이 있었다. 그 살림집 마당은 신작로였고 그 집 앞 신작로를 조금 걷다보면 여수시 수산시장이 있으니 시장보러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집 앞을 오가는 사람들은… 남자가 애기를 베서 배가 불룩한 부인을 칼로 찔러 죽였다… 입달린 사람들은 소문을 내고 있으니 나는 아기를 낳은지 채 두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우리 집은 이층집이었고 밑에 층은 상가건물이었고, 문만 열만 곧바로 신작로다.
내 귀에까지 들리는 살인사건 소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때부터 자궁으로 하열하기 시작했다. 어린애 낳고 삼칠 이십일이면 피가 멈춘다. 나는 20일이 지나도 하열병은 멈추지 않고 게다가 위에 쥐가 나고 하루에도 20분마다 통증이 시작되면 몸을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 통증의 고통!
땀으로 온몸을 적시고 15분에서 20분 그 시간은 온몸 전체가 마비되고 통증이 살며시 가라앉는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면 수건에서 물이 줄줄줄… 입었던 옷에서도 물이 줄줄줄… 이 고통은 20분이 지나면 또 시작된다. 자궁으로 쏟아지는 피는 범벅이 되고 애기들 아버지는 나를 병원으로 급히 데려가지만 큰 병원으로 가라고 진찰도 안해준다.
하루에도 밤이나 낮이나 징글징글하게 통증은 계속 찾아오고 이제는 통증 가라앉는 시간이 줄어들고 아예 10분에서 오분으로 줄어들더니 통증의 간격이 없어지고 계속 통증에 고통을 받으니… 그 통증! 그 통증!
내일 아침 전주 예수병원에 갈려고 애기들 아버지는 짐을 챙기고 택시 대절해서 갈테니… 통증이 심한 나를 데리고 전주 가다가 길에서 숨을 거둘 것 같다. 이때 친한 언니가 우리 집에 와서 여수시 교동에 있는 장한의원이 왕진해서 진맥을 해보라고 애기들 아버지께 말하였다.
애기들 아버지가 급히 장한의원에 가서 의원님을 모셔왔고 내 손목을 잡고 진단하고 우선 약2첩을 지어주셨다. 애기들 아버지가 약 넘기지 않으려고 2시간 동안 지켜보고 대린 약 1사발을 먹고 나는 위에서 부터 몸 전체 굳어오는 통증이 씻은 듯이 가라앉았다. 더 이상 탕약을 먹을 필요 없다.
여수시 교통 장한의원 원장님 고맙습니다.
위에서 부터 몸 전체가 마비되는 통증은 몸에서 떨어졌지만… 자궁의 피는(하열병) 계속 흐르고…
환자를 살려내신 수원 동수원병원 윤성일 교수님! 최선을 다하고 13번의 수술을 했어도 끝내는 죽어버리는 생명 때문에 속상하셨는지… 교수님 계신 곳에 문을 열고 들어가도 아무 기척이 없다.
의사님 저는 가야 합니다.
그 의사님… 많이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기쁨을 하늘 밑 한 아녀자의 가슴에 반을 놓아 주세요…
책상 위에 두 팔을 고이고 양손은 턱을 받치고 눈을 감고 있는 교수님께 절을 땅이 닿게 하고 문을 닫고 거리로 나왔다. 오늘 밤 자정을 넘기지 못하니 식구들 와서 마지막 보라고 말씀하신 의사 선생님! 참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