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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논증 메시지의 논증 구조 분석에 치중하던 기존의 논리학적 관점의 논증 교육에서 탈피하여, 논증의 대화적 본질과 탐구적 본질을 다룬다. 논증 행위의 소통 특성으로서 상호 교섭성에 주목하여, 논증적 상호 교섭 능력을 신장하는 데 필요한 교육 내용 요소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논증 교육의 방법을 안내한다. 국어 수업에서 논증 교육을 실천하려는 국어 교사나 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논증에 대해 공부해 보고 싶은 국어 교사에게 유용한 책이다. 현직 국어 교사뿐만 아니라 논증 교육에 대한 지식을 갖추어야 하는 국어과 예비 교사나 초보 연구자에게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민주 시민의 주요 자질로서 사회적 담론 형성에 직접 참여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을 가르치는 데 관심이 있는 사회 교사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논증은 설득에 성공한 승자와 설득당한 패자를 가리는 싸움이 아니다. 논증 참여자들은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펼치고 이에 대한 상대의 이의 제기와 논박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관점을 더욱 뚜렷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이유와 근거를 마련할 수 있고, 상대의 주장에 녹아 있는 관점과 근거를 확인함으로써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비록 설득한 자와 설득당한 자가 나뉘더라도, 논증 행위는 서로의 차이점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고 논증하는 사안에 대해 통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나아가 발전적인 대안을 탐구하게 한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에게 건설적이고, 발전적이며, 생산적인 소통이다.
즉 논증은 참여자들이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상호 협력하여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으려고 할 때 가장 유용하고 이상적인 방법으로 선택되는 소통 양식이다. 논증을 통한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비판적 사고 능력은 민주주의 사회의 성숙한 시민으로서 사회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능력이자 기본 소양으로, 사회적 소통의 실천 주체로 성장해야 할 학습자가 습득해야 할 중요한 능력이다. 이에 논증은 학교 국어 교육에서 중요한 교육 내용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체계적으로 교육되어야 한다.
1장은 논증의 본래적 목적을 생각해 보고, 오늘날 사회에서 논증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소통하는 것의 교육적 가치를 짚어 본다.
2장과 3장에서는 논증 교육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비형식 논리학, 수사학, 대화ㆍ화용론적 담론에서 축적된 바를 바탕으로 논증에 대한 기초적인 이론 및 논증을 바탕으로 한 소통 방법과 원리 등에 대해서 다룬다. 논증에 대한 이론적 접근 관점은 전제와 결론의 관계나 추론 형식의 타당성에 관심을 갖는 형식 논리학, 수용 가능한 논리의 생산에 관심을 갖고 기호나 탈맥락화된 명제가 아닌 일상적 논증의 논리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비형식 논리학, 청중의 동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규준이나 청중들의 인식 및 가치 체계에 부응하는 논증 기법에 주목하는 수사학, 공동체 구성원 간 의견의 차이를 해결하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소통 과정이나 비판적 토의의 단계에서 지켜야 할 대화론적 규칙에 주목하는 대화론 등으로 다양하다. 실제적 소통 행위에 주목하는 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논증을 교육할 때 살펴야 하는 것은 비형식 논리학, 수사학, 대화론적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논증 이론을 새롭게 구축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주요 논증 이론을 바탕으로 정리한다.
2장에서는 비형식 논리학과 수사학적 관점에서 축적된 그간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논증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논증의 교육적 가치, 논증의 개념을 살피고, 전통적인 논증 이론에서 주목해 온 산출물로서의 논증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어 논증 메시지를 구성하는 요소, 논증 메시지 내의 하위 주장 간의 구조적 관계, 논증을 위한 추론 방식으로서 논증 도식, 논증의 합리성을 평가하기 위한 세부 기준에 대해 설명한다. 이는 논증의 다양한 속성 중에서도 설득적 소통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장에서는 대화론적 관점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호 교섭적 의사소통 모델의 관점에 따라 논증을 바탕으로 한 소통의 속성을 살펴본다. 논증적 소통 과정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논증 참여자, 논증 맥락, 논증의 상호 교섭 과정을 살피며 논증의 대화적 속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논증적 상호 교섭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소통 원리나 전략을 제시한다. 이는 논증을 설득 행위로 이해하는 것에서 벗어나 논증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상대방의 다양한 입장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변증법적으로 통합하는 탐구적 논증을 실천하는 원리가 될 것이다.
4장은 2장과 3장의 내용을 바탕으로 논증이라는 소통 양식에 대해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자 할 때 필요한 교수 요목을 제시한다. 논증 교육의 목적, 목표, 내용 체계, 교육 내용 요소 및 해설을 상세히 서술함으로써, 일련의 체계를 갖춘 논증 교육 계획안을 제공한다. 이는 논증 교육을 위한 교육과정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논증 교육의 목적은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언어 사용 능력과 종합적인 사고 능력을 함양하여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논증 교육의 목표는 논증 문식력 신장이다. 이를 위한 교육 내용 범주는 논증적 소통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 논증적 소통을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능, 논증적 소통의 목적 달성과 가치 실현을 위해 논증 참여자가 가져야 할 태도로 구성된다.
5장은 교육 현장에서의 논증 교육의 실제 현황을 확인하고 향후 과제를 생각해 보기 위해 구성하였다. 현재 학교에서 논증 교육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국어 교과서 속 논증 관련 단원 내용을 살피고 향후 논증 교육의 개선 과제를 생각해 본다. 또한 중등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논증 교육 연구 동향도 살펴봄으로써 학교 현장에서의 논증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논증 교육의 연구 과제를 고민해 본다.

머리말

I 논증의 기초
1. 논증의 개념과 성격
2. 논증의 가치
3. 논증에 대한 접근 관점과 논증 이론의 발달

II 주장의 정당화와 설득을 위한 논증
1. 논증의 내용 구성과 구조
2. 논증 도식
3. 논증에 대한 평가

III 합리성 탐구를 위한 논증
1. 소통 행위로서 논증의 성격
2. 논증적 상호 교섭의 구성 요소
3. 논증적 상호 교섭의 단계 및 세부 과정
4. 논증적 상호 교섭을 위한 소통 원리
5. 논증적 상호 교섭을 통한 탐구적ㆍ성찰적 논증의 실천

IV 논증 교육의 설계
1. 논증 교육의 목적
2. 논증 교육의 목표
3. 논증 교육의 내용 체계
4. 논증 교육의 내용 요소 및 해설
5. 논증 교육 실행의 원리 및 유의점

V 논증 교육의 실제와 과제
1. 국어 교과서의 논증에 대한 관점과 교육 양상
2. 국어 교과서의 토론 담화에서 논증적 상호 교섭 양상
3. 국어 교과서의 논증 평가하기 준거에 대한 이해 양상
4. 논증 교육을 위한 연구 동향 및 향후 과제

찾아보기

● 한국 사회는 범사회적 문제에 대해 공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사회 문제에 대해 자기가 선호하는 관점이나 입장에서는 예리한 논리를 펼치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서는 공격적이고 조롱 섞인 말과 글을 뱉는다. 이해관계를 앞세워 정보를 조작하거나 왜곡하기도 한다. 자신의 신념이나 판단에 부합하거나 알고 싶은 정보에는 주목하지만,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확증 편향을 보이기도 한다. 공동체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통찰력과 합리적 사유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논증 능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1부 「논증의 기초」 12쪽)
● 결국 논증적 소통 행위는 국지적 차원의 논증들이 연속되며 서로 얽혀 가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설득하고자 하는 최후의 핵심적인 주장을 향해 나아가는 확장적 논증이다. 국지적 차원의 개별 논증에서 입증되는 하위 주장은 전체적 차원의 논증을 정당화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최종의 핵심적 주장을 증명하거나 정당화시키는 이유나 근거로 작용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별 단위 논증들은 사슬처럼 연쇄적으로 길게 이어지게 된다. (2부 「주장의 정당화와 설득을 위한 논증」 59쪽)
● 의사소통이란 화자와 청자 사이에 발생하는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상호작용이다. 만약 화자와 청자 사이에 양방향적 소통이 일어나지 않고, 어느 한편에서 다른 한편으로의 일방적 소통만이 존재한다면 이는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라 하기 어렵다. 그것은 일방적인 정보 전달 행위에 불과하다. 양방향적 소통 행위에서는 일방적 정보 전달 행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정보에 대한 동의, 부인, 질문, 반박 등의 절차가 개입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3부 「합리성 탐구를 위한 논증」 123쪽)
● 논증은 나와 다른 생각을 지닌 상대방에게 주장을 펼치고 상대방이 나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도록 하거나 더 나아가 동의하고 공감하도록 설득하는 것으로, 혼자서 수행하는 일방적 언어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을 전제로 한다. 그러므로 상대방의 입장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거나 상대방의 주장을 간과한 채 일방적으로 의사소통하는 것은 상호 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이며, 동시에 논증 행위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논증적 소통은 갈등을 위한 갈등, 대립을 위한 대립이 아닌 서로의 발전에 기여하는 생산적인 대화로서 합리적인 의사소통 능력의 발달을 촉진한다. (4부 「논증 교육의 설계」 181쪽)
● 논증을 국어 교육의 영역으로 들여올 때는 실제 삶의 맥락과 소통의 맥락에서 논증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 삶에서 논증은 행위의 문제라는 점에서 논증에 대한 접근 관점은 수사학적 관점으로의 이동을 요구한다. 논증의 궁극적인 목적이 논증하는 사안에 대한 깊은 통찰의 계기를 마련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 있음에 주목하면, 대화론적 관점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특히 토론을 논박을 통해 상대를 이기는 것으로 생각하는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 논제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확장하는 것임을 가르치는 데 대화론적 관점은 상당히 유용하다. (5부 「논증 교육의 실제와 과제」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