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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감정 묘사와 수려한 문장으로 표현한 첫사랑
봄의 그늘에서, 지나간 시절의 너에게

2023년 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한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설(웹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봄그늘》이 종이책으로 출간된다.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김차차 작가의 로맨스 소설로 웹소설 연재 시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가상의 도시 청라를 배경으로 헤어져야만 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만나게 되는 애절한 첫사랑과의 재회를 담고 있다.

윤차희에게 고향 청라는 피하고 싶은 곳이었다. 하지만 아픈 엄마의 부탁까지 외면하기는 힘들었다. 아빠에게 부탁받은 서류를 떼고 나오던 중 실패한 첫사랑 박우경과 만난다. 4년 전 자기가 버린 박우경. 그와의 재회가 불편한 윤차희는 박우경을 피하지만 박우경은 차희를 집까지 바래다준다. 차희와 우경이 함께 있는 것을 본 차희의 엄마, 말희는 예전처럼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기를 더 나아가서는 결혼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윤차희가 밀어낼수록 다가오는 박우경. 차희는 이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하지만 말희의 입원으로 상황은 급변한다. 엄마의 병간호를 위해 아빠가 집을 비운 사이 박우경은 윤차희에게 다가가고, 차희는 그의 다정함에 또 한 번 흔들리게 되는데…….

1. 생동감 넘치는 배경 묘사
인물들이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던 낡은 시골 슈퍼마켓과 커다란 느티나무, 계절마다 다른 야생화가 핀 시골 국도, 그리고 두 주인공이 차를 타고 폐교된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는 장면 속 풍경. 작가 유년의 추억 속에서 꺼내 온 조용하면서도 생동감이 넘치는 청라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정겨운 시골의 풍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를 가지는 경북-경남의 사투리, 젊은 세대와 어른 세대가 사용하는 사투리를 비교하는 것 역시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2. 매력 넘치는 인물들 간의 티키타카
아픈 엄마, 갈수록 어려워지는 집안 사정 등 여자 주인공이 처한 상황은 마냥 녹록지만은 않다. 하지만 작가는 유머를 통해 작품의 분위기가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도록 한다. ‘윤엘사’, ‘악성 베토벤’ 등 작중 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을 한 번에 보여 주는 작가만의 표현은 극의 유쾌함을 더해 준다. 작가의 재치 있는 입담은 특히나 캐릭터들 간의 대화에서 빛을 발한다.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들은 진지하다가도 엉뚱한 순간에 진심을 토해 내고, 이들이 보여 주는 티카타카는 작품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3. 한국식 전원 힐링 로맨스
청라의 주민들은 단순한 조연으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들은 이웃사촌을 넘어 서로의 사정을 잘 아는 피붙이에 가깝다. 작가는 이들을 통해 시골의 다양한 모습과 관계를 보여 준다. 가지치기, 적화, 품앗이, 자연재해로 인한 흉작 등 실제 과수원의 일상과 고충을 표현하기도 하고 마을의 지주 격인 집안과 그 집안의 힘을 빌려야만 하는 집의 암묵적인 계급 차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울고 웃으며 이들의 삶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게 된다.

주요 인물

윤차희
청라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는 윤 씨네 딸. 예쁜 외모, 야무진 성격의 소유자. 집안에서 공주라 불리지만 실상은 부모님의 빚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다. 아픈 엄마를 돕기 위해 돌아온 고향에서 실패한 첫사랑 박우경과 재회한다.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제집을 드나드는 박우경이 불편하다. 그를 좋아했기 때문에 초라했던 과거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하지만 박우경을 다시 본 순간, 자신의 마음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박우경
청라에서 가장 부유한 집안의 막내아들. 무심하고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 좋아하는 것은 피아노, 하지만 그것도 윤차희보다 소중하지는 않다. 6살, 윤차희가 자신을 구해 준 그날부터 그녀 곁에 머물고 싶었다. 함께하자는 약속이 무색하게 윤차희에게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버림받는다. 공군 복무를 마치고 청라에 머물던 중, 윤차희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윤태희
차희의 오빠. 차희와 달리 공부에 뜻이 없다. 학창 시절 사고를 치고 다니며 부모의 속을 썩이기도 했지만 집안 사정을 생각해 운동을 포기할 정도로 속이 깊다. 일찍이 대학을 그만둔 뒤, 대구에서 일을 하고 있다. 빚을 내면서까지 과수원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답답해하지만 누구보다 제 가족을 아낀다.

박해경
우경의 둘째 형. 태희의 친구이자 차희의 아는 동네 오빠. 대학에 진학한 후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차희를 보러 찾아갈 정도로 그녀를 아낀다. 차희와 함께 있을 때마다 우경에게 사진과 메시지를 보내는 악취미를 가지고 있다.

37장. 열아홉, 35만 원짜리 약점
38장. 네가 돌아올 수 있는 집
39장. 당신은 동에서, 나는 서에서
40장. 기억의 유적
41장. 사진은 그래도 내 거잖아
42장. 모르고 해도 죄가 되는 것
43장. 깽값
44장. 제가 틀렸어요
45장. 연기

사랑은 낭비였다. 그럼에도 그렇게 그저 반짝거리기만 하는 사치품 같은 것이 갖고 싶을 때가 있었다. 내게는 그런 게 사랑이었다. 다 망해 가는 부모에게 차마 사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던, 아주 비싼 물건이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결국은 철없이 그런 사랑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4권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