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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tamazight어 ？？？？？, 아랍어: ？？？？？？？)의 정식 명칭은 알제리 인민민주공화국이다. 북아프리카의 마그레브(Maghreb)국가 중 하나인 알제리 면적은 2,381,741 km²으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크며 한반도의 약 10배다. 북동쪽으로는 튀니지, 동쪽으로는 리비아, 남쪽으로는 니제르와 말리, 남서쪽으로는 모리타니와 서사하라 분쟁 지역, 서쪽으로는 모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지정학적인 요충지다. 수도는 알제(Alger)이며 오랑(Oran), 콩스탕틴(Constantine), 틀렘센 (Tlemcen), 세티프(Setif) 등 주요 도시들이 있으며 국토의 85%가 사막으로 인구의 70%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알제리는 로마제국, 이슬람 제국, 오스만 제국, 132년의 프랑스 식민 지배 등을 거쳐 1962년 11월 1일 8년간의 ‘알제리 전쟁’(Guerre d’Algerie)을 끝으로 프랑스로부터 독립했다. 독립과 함께 일당제 이슬람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다가 1990년 탈냉전과 함께 1992년 다원주의 정책으로 전환했다. 대외적으로 비동맹 정책을 고수하며 외교적 다원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국제기구 내에서 반제국주의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랍 및 아프리카 문제(이슬람 협력 기구의 개혁, 아프리카 개발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십NEPAD)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포괄적인 세계주제인 군축, 기후변화, 난민 등의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
알제리는 고대에서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기까지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가 교차하고 혼성하면서 정체성이 다양하게 형성된 국가다. 프랑스 식민 이전의 알제리에는 중앙집권적 정치체제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베르베르인, 아랍인, 카르타고인, 로마인, 유대인 등과 함께 다양한 왕국과 민족들이 공존했다. 하지만 프랑스의 알제리 침공과 132년간의 식민 지배는 오늘날 알제리 사회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알제리 문화와 정체성의 다양한 측면을 변화시켰다.
그럼에도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 역사와 비교해 이집트를 제외한 북아프리카 역사 또는 마그레브 특히 알제리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발간으로 아프리카 전체 역사의 퍼즐이 미흡하나마 완성될 수 있는 작은 희망을 품어본다. 역사는 역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가 연결된다. 사회과학자 압델말렉 사야드(Abdelmalek Sayad)는 역사의 흐름을 다시 연결하고 연속성을 복원하는 것에는 지적인 필요도 있지만, 윤리적 필요도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이러한 필요에 대한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제1장 마그레브의 인류 진화와 선사시대 사람들
1. 마그레브의 인류 기원
2. 알제리 사람들

제2장 외세의 침임과 베르베르 왕국
1. 카르타고의 멸망(-660~-146)
2. 베르베르 고대 왕국의 탄생(-250~-25)
3. 로마의 속주, 알제리(-25~430)
4. 반달제국의 침입(439~530)
5. 비잔틴 제국의 아프리카 정복(530~698)

제3장 이슬람 시대와 항쟁
1. 우마이야 왕조(661~750)
2. 파티마 왕조(908~972)
3. 베르베르 원주민의 왕국
1) 알모라비드 왕국(1040~1147)
2) 알모하드 왕국(1121~1235)
3) 지아니드 왕국(1235~1556)

제4장 오스만제국의 알제리 섭정
1. 해적으로 시작된 섭정시대(1533~1830)
2. 섭정의 한계
3. 인종·문화 교차의 중심
제5장 프랑스의 군사 정복과 식민 통치
1. 군사적 정복(1830~1870)
2. 알제리인이 없는 동화(1870~1962)

제6장 알제리 민족주의와 독립운동
1. 1세대 민족주의 운동(1839~1871)
1) 압부델카데르의 성전(1836~1847)
2) 세이크 엘 모크라니 반란(1871)
2. 2세대 민족주의 운동(1920~1962)
1) 개혁 민주주의 운동
2) 울레마 종교적 민족주의 운동
3) 혁명적 민족주의 운동
3. 알제리 전쟁(1954~1962)

제7장 사회주의 국가 건설과 군부 독재
1. 단명한 초기 공화국(1963~1965)
2. 아랍-이슬람 사회주의 국가 건설(1965~1978)

제8장 민주주의 실험과 이슬람 원리주의 부상
1. 벤제디드의 정치적 다원주의(1979~1992)
2. 군부가 지지한 최장기 집권 정부(1999~2019)
1) 국민적 화해와 사회적 통합
2) 장기집권의 공고화
3) 대중 봉기 ‘히라크’(Hirak)

제9장 민선 정부와 세계화
1. 알제리의 늦은 봄(2019~2020)
2. 글로벌 펜데믹과 테분의 후기 정부(2021~현재)

알제리 연보

참고문헌

제1장

마그레브(Maghreb) 인류의 진화와
선사시대 사람들

1. 마그레브의 인류 기원

북아프리카 일부인 마그레브에서의 인류화석은 아프리카 남부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아프리카 동부의 에티오피아와는 달리 많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알제리 세티프(Setif)의 월리야(wilaya, 행정 구역으로 도道에 해당)에 있는 아인 부세리(Ain Boucherit)에서 240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올도완(Oldowan) 석기 도구가 발견되어 알제리가 마그레브에서 가장 오래된 구석기 시대 유적지로 알려졌다. 그리고 마그레브에서는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약 7만 전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의 인간 화석과 아슐리안(Acheulian) 석기가 티겐니프(Tighennif)에서 발견됐다. 구석기 시대의 인간은 불을 사용했는데 돌, 뼈, 나무로 된 도구와 무기를 발명하고 점차 환경에 익숙한 피난처를 짓기 시작했다. 특히 구석기 말기에 마그레브가 열대 기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석기 도구가 발달하는 ‘문화적 진화’가 활발하게 일어났다.
이웃 국가인 모로코, 튀니지, 리비아와 비교해 알제리에 많은 인류 유적지가 있다는 것은 알제리가 마그레브 인류 발달의 중심지였을 것이다. 가장 오래된 중기 구석기 시대 유물은 유럽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 14만 5천 년 전의 아테리안(Aterien) 문명의 자취다. 아테리안 문명은 마그레브 서부 해안에서 퍼져 모로코까지 확산했고, 이후 사하라 사막 전역으로 퍼졌다.
아테리안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 ‘슬기로운 사람의 뜻’)로 추정한다. 테베사(Tebessa) 지방에서 87㎞ 떨어진 비르 엘아테르(Bir el-Ater)는 아테리안 문명의 중심지로 이곳에서 발견된 2만 2천 년 전 메츠타 엘아르비 혹은 메츠타 아팔루(Mechta el-Arbi or Mechta-Afalou)는 아테리안의 후손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신석기 퇴적물인 뼈로 만든 다양한 유형의 도구가 다량 발견됐다. 사하라와 알제리 남부는 대략 기원전 17,000~12,000년 전까지만 해도 작물생산이 가능했던 초원지대였다.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 1,307㎞ 떨어진 타실리(Tassili) 벽화에 그려진 15,000여 개의 그림은 당시 가축을 키웠음을 알려준다. 이는 현재 알제리 전 국토의 85%가 사막이지만 구석기를 거쳐 신석기 시대에는 농·경작이 가능했다.

2. 알제리 사람들

마그레브는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다양한 인종의 이주 및 정착지 역할을 해왔다. 신석기 시대로 넘어오면서(기원전 5,500년) 가축과 농업이 중심인 정착 사회가 형성되어 마그레브 해안에서는 도자 문화가 발달한다. 아테리안 이후, 알제리에서 고고학적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원주민은 후기 구석기 시대의 이베로마우루시안인(Iberomaurusian)과 캡시안(Capsion, 라틴어 Cabes)이다.


2만 5천 년 전 마그레브에 출현하여 사라진 이베로마우루시안인은 튀니지에서 모리타니에 이르는 마그레브 지중해 긴 연안에 광범위하게 퍼졌으며 모로코와 함께 알제리 북부 지역에 가장 많이 분포됐디. 이베로마우루시안은 캡시안의 등장으로 기원전 15,000년에 현재 지역에서 사라지거나 산악지역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베로마우루시안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캡시안은 매우 발달하고 섬세한 도구 제작 기술을 이용해 사냥 및 식량을 생산하는 농업 공동체 생활을 했다. 이들은 알제리 동부 울레드 제랄(Ouled Djella) 지역과 튀니지 남서부에 주로 거주했으며 알제리 조상과 밀접하게 연관 있다.

캡시안은 인류화석의 치아 특성으로 베르베르 선조일 가능성이 있으며, 타조알로 장식한 켑시안 복식이 고대 베르베르 복식에서도 나타난다. 그뿐만 아니라 캡시안의 장식은 베르베르 도기의 장식과 매우 유사하다. 정착지를 넓혀간 캡시안은 베르베르 원주민 리비아인(Libyan, 현재 리비아인이 아님), 무어인(Moor), 유목민 게툴(라틴어, Gaetul), 누미디아인(Numidia), 가라만테스인(Garamantes)의 조상이거나 사촌으로 추정한다.
캡시안의 몰락은 사하라 초원이 사막으로 변해가는 기원전 2,600년 경부터이다. 캡시안 이후, 마그레브에서 인간 진화 과정에 또 다른 영향을 미친 인종은 사하라 원주민 베르베르인과 지금의 레바논에서 현재 튀니지로 이주한 페니키아인(Phoenicia)이다.
사하라가 사막화되자 덜 건조한 지금의 마그레브 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사하라 사막에 거주한 베르베르인은 기원전 2,000년 말 마그레브 대부분 지역에 분포되어 현재 아프리카 12개국에 퍼져있는 사하라와 마그레브 지역의 대표적인 인종이다. 알제리와 튀니지에서 발견된 고인돌과 지하 분묘는 고대 베르베르 문명을 그대로 보여준다.
베르베르인 다음으로 마그레브 인구 구성에 영향을 미친 것은 정복자 외국인 페니키아인이다. 레바논에서 이주한 페니키아인은 기원전 814년에 현재 튀니지에 ‘신도시’라는 뜻의 카르타고(Carthage: 라틴어 Carthago)를 건설하여 마그레브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는 강력한 해양 세력으로 마그레브를 지배했다. 카르타고를 건설한 페니키아인은 마그레브에 철기 제작 기술을 도입하여 마그레브 농경 발달에 영향을 미쳤으며, 약 800년 동안 지속한 카르타고 문명은 마그레브 문명의 일부이기도 하다. 카르타고는 세력 확장을 위해 용병으로 리비아인을, 기마병으로 알제리와 모로코의 베르베르인을 활용했다. 카르타고인은 내륙 대부분의 베르베르 추장과 연대하거나 동맹관계를 유지했다. 일부 카르타고 귀족은 베르베르 족장 딸과 정략 결혼하여 유대관계를 강화했다. 수 세기 걸친 교류로 베르베르 누미디아인과 카르타고인 간 민족 및 문화 혼합이-비록 일부 지역에 한정되었다 하더라도-있었다. 이곳에서는 페니키안인이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새와 무용수가 채색된 다양한 도자기들이 발견됐다.
누미디아 왕국 일상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베르베르어가 아닌 포에니어(Punic, 페니키아어)였다. 시르타(Cirta), 티디스(Tiddis), 히폰(Hippone) 등의 도시는 당시에 세워진 도시들이며, 시트라(현재 콩스탕틴)는 베르베르의 왕국 누미디아의 수도였다.
하지만 카르타고인은 로마와의 전쟁에서 패하면서 마그레브에서 쫓겨났다. 로마는 기원전 149~146년 3차 포에니 전쟁에서 카르타고의 유형 문화를 거의 파괴했다. 하지만 기원전 264년~241년 1차 포에니 전쟁(또는 로마-카르타고 전쟁) 이후, 로마는 카르타고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지금의 마그레브 지역을 완전히 점령은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베르베르인들은 로마가 직접 통치하기 전까지는 카르타고 사회관습과 유산을 그대로 물려받았고, 한동안 유지됐다. 많은 역사가는 페니키아가 마그레브를 지중해 세계 역사에 편입시킨 장본인이라고 한다. 프랑스 역사학자 제롬 카르코피노(Jerome Carcopino)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식민지들이 점차 해안에서 대륙으로 확산하여 마그레브 전역을 지배하는 혼합 문명의 중심지를 형성했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