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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말리는 덕후』는 저자 김영분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오경자((수필가 문학평론가))
수필가 김영분은 담담한 필치로 아주 평범한 속에서 진주를 캐내 보이는 재주를 지니고 있다. 가족 사랑을 노래하되 어느 글에서나 유난스럽게 깊이 빠져들어 눈물 콧물 나게 하는 그런 필치가 아니라 담담하고 당당하다. 그 바탕은 긍정과 순리이다.
김영분의 도전은 생활 전체 속에 면면히 퍼져 있다. 항상 자신에게 처한 환경을 순리로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새길을 찾는다. 그의 수필에는 항상 순리와 도전이 있고 그 결과는 승리로 이어진다. 수필이 곧 삶 자체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수필가 김영분은 교사로, 아내로 어머니로 승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삶을 살았다. 그는 이런 체험을 수필로 독자와 함께 나누며 수필 쓰기에 정진하는 노년을 아름답게 수놓아 가고 있는 중이다.
김영분의 수필은 그의 생활철학이나 살아온 생애처럼 맑고 투명하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나 학생들을 가르칠 때의 마음가짐이나 가족에 대한 배려와 사랑 등이 모두 하나 같이 아주 자연스럽게 조용히 흘러간다. 지나치게 주장을 내세우거나 교훈적인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김영분의 수필을 읽으면서 작가의 해맑은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독자의 행운이다.

1. 젊은 날의 자화상
귀농의 희로애락 16
젊은 날의 자화상 21
꿈속의 길 28
학교 교실의 현장 31
꽃비가 눈물과 함께 흐른다 36
내가 좋아하는 낱말 39
메리골드 차를 마시며 42
기쁨을 준 노래방 44
아픈 손가락과 이별 47
결혼의 추억은 기쁨인가, 아픔인가 50
공고-공모(公募)에 당첨된 자 후사함 54
여동생의 소파 선물 58
기쁨의 포장도로 61
딸네와 동거 64
행운의 네잎클로버 67
브런치 작가란 70
2. 사랑의 털장갑
추억의 앵두 74
봉선화 물들이기 76
벌침 맞은 날 79
게으른 자의 꽃밭 가꾸기 81
코로나 시대의 죽음 83
꾸지뽕나무 열매 86
겨울이 벌써 오나 89
쓸쓸한 가을, 이름을 남기는 삶 92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94
산 자와의 이별 97
청춘을 고집하는 남편 101
내 삶의 길 104
이승에 없을 뻔한 입학식 107
돋보기 110
사랑의 털장갑 112
겉과 속이 다른 유도화 115
3.고라니를 이긴 남편
앗! 내 손가락 120
추억의 동네 오빠 124
문화가 다른 삶 127
동토에도 봄은 온다 130
고라니를 이긴 남편 132
들고양이의 죽음 135
동대표로 보는 식목일 138
못 말리는 덕후 141
꽃향기 속에 봄나물 캐기 144
청보리가 출렁이는 가파도 147
수탈의 현장에 가다 151
뼈다귀 작품 여행 154
진작 나만의 파랑새를 찾을걸 157
밤 줍는 남편 160
이야기가 많은 해운대 동백섬 163
미쳐야 행복하다 166
4. 조선 왕릉에서의 동창회
농작물 버리고, 나 찾기 170
새해 새 아침의 소망 173
1년 12달이 생긴 유래 176
모자이크 속의 내 모습 179
함께 살아가는 삶 182
겨울 무장을 푼 봄 185
고라니 농장 188
자연의 무서움 191
금화규 꽃차 195
보내고 싶지 않은 동생 198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 202
세상은 바뀌며 돈다 205
조선 왕릉에서의 동창회 208
아픔의 성지 순례 211
카자흐스탄 여행 217
키르기스스탄 여행 221
우즈베키스탄 여행 225

김영분의 수필세계 / 오경자 (수필가 문학평론가)

꽃비가 눈물과 함께 흐른다

“그만 울어! 네가 먼저 죽겠다.”
“숨이 막히고 가슴이 저려와서 정신이 혼미하면서 왼쪽 몸이 마비되고 있어.”
“엄마가 정신줄 놓으면, 네 딸은 어떻게 하라고.”
20여 년 전에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후배였다. 자녀를 너무 잘 키워 남부럽지 않던 후배였다. 아들은 의대로, 딸은 L대에 입학한 후 음식점에서 한턱을 냈다.
아들은 군의관으로 있을 때 6권의 장편 소설을 인터넷에 써서, 어느 독자가 책으로 출판을 주는 등 문학적 소질도 있었다. 10여 년 전에 아들은 여의사와 결혼도 하였다.
후배의 남편은 D 제철소의 부사장으로 재임하다 정년 퇴임했다. 그의 실력은 4개국 언어가 능통하여 수출 전선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기었다. 퇴임 후 남편은 치매가 서서히 오더니 생활도 힘들었다. 지금은 요양원에 있다. 코로나 시대에 면회가 되지 않아 안타까워했다. 어쩌다 힘들게 면회가 되면 부인도 못 알아보니 그 아픔은 더욱 커 슬퍼하고 있다.
딸은 Y대학원 로스쿨에 입학한 해에 뇌종암이 발견되어 10여 년째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몇 번의 재발로 수술과 항암 치료를 병행한 채 생명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투병 생활 중에도 ‘공부가 너무 하고 싶다’ 하여, L대 서양미술대학원을 다니며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시 뇌종암이 척추로 내려와 걷는 것도 힘들어 바깥출입을 못 해 집안에서도 워크카를 밀고 조심조심 걷고 있다. 병원에서는 삶의 끈을 6개월로 보고 있다.
그런데 딸은 자기가 기다리는 박사가 미국에서 돌아오면, 9월 학기에 박사 학위를 시작하겠노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네 목숨이 몇 달 남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후배는 6개월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딸은 계속 공부하겠다고 고집부린다며 나를 잡고 ‘꺼억꺼억’ 울었다.
병원에서는 다시 MRI 사진을 찍어보더니 ‘급속도로 암이 퍼지고 있다’ 했다. 그 와중에도 머리에 주사기를 꽂은 상태에서 신춘문예에 공모까지 하는 등 삶에 대한 애착과 학문의 탐구력이 더 강하여 옆에서 보기에도 안타깝다.
그 모습을 간호하며 지켜보는 후배는 딸이 점점 나빠지는 모습을 보며, 몸에 마비를 일으키며 쓰러지곤 했다.
급하게 연락받고 병원으로 가 보니 ‘부동맥 쇼크에 의해 막히는 현상’이라 ‘빨리 시술하지 않으면 엄마도 위험하다’ 했다.
딸도 급히 항암 치료해서 암이 더 퍼지는 것을 막지 않으면, 더 걷지도 못하고, ‘심한 고통이 바로 온다’ 했다.
후배는 ‘딸 먼저 입원시켜 지금 이 상태라도 유지하게 한 후, 자기가 시술받겠다’ 의사에게 사정한다.
후배는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자식과 남편을 위하여 ‘시술하는 날짜를 뒤로 미루어 달라’고 의사한테 사정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한없이 눈물이 났다.
참으로 아름답고 화창한 봄날! 나는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공원 호숫가 벤치에 앉았다. 금년 봄은 모든 꽃이 한꺼번에 쏟아지듯 피어 제 모습을 앞다투어 뽐내고 있었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니, 후배의 눈에 꽃잎과 눈물이 꽃비 되어 흐르는 모습이 보였다. 먼저 핀 꽃은 꽃비가 되어 후배의 눈물과 함께 뒤섞여 흐르고 있었다.
“그만 울어! 네가 먼저 죽으면 딸은 어떡해!”
가슴이 먹먹해지며 슬픔이 호수의 사나운 너울처럼 밀려서 왔다.
모든 생명체는 탄생의 시작과 끝맺음이 있지만,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후배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도 못 해 준 채 옆에서 지켜보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