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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의 핵심 계층 ‘청년’, 어느 곳에 살더라도 꿈 펼칠 수 있어야

전주에서 나고 자란 정수경 대표(38세)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5년째 ‘즐거운도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즐거운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사무실 공동체를 운영하는 에너지 넘치는 그이지만 지역에서 청년 사업가로 일하는 어려움은 적지 않다.

“저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창업했어요. 서른 살 때부터 창업해 일을 했는데, 당시에 지역 분들이 저를 어리게 보셔서 화장도 진하게 하고 정장만 입고 다녔어요. 저도 이 정도였는데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창업한 친구들은 일을 받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겠어요. (중략) ··· 이러한 악순환 속에서 많은 분이 창업 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를 많이 접했습니다.”

균형발전정책이 20년 넘게 추진되었다. 관련 예산이 300조 이상 투입되었지만 수도권 집중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반면 지방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인구감소시대의 수도권 집중은 수도권과 지방의 공멸, 즉 국가 소멸로 이어지는 문제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감소를 넘어 국가 소멸 위기를 논해야 할 시점이다.

국가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떠한 균형발전정책이 필요할까? 청년 사업가 정수경 대표의 발언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좋은 단초를 제공한다. 그와 그의 후배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그간의 균형발전정책이 청년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청년의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균형발전을 묻다》는 수도권 집중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청년’과 ‘균형발전’의 관계를 살펴본다. 어떻게 하면 균형발전정책에 ‘청년’이라는 핵심적 정책 타깃에 초점을 맞출 수 있을까? 이러한 전환의 시작점은 청년에게 ‘묻는’ 것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파악하여 전환점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은 청년들이 느끼는 ‘균형발전’과 ‘지역’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균형발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을 통해 청년들이 바라보는 ‘지역’이 만물이 소생하는 봄으로, 혹은 겨울이라고는 오지 않을 것 같은 여름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란다.

INTRO [서문] 균형발전과 청년

CHAPTER 1 국가 생존전략으로서의 균형발전
1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거주하는, 수도권 공화국
2 초저출산과 수도권 인구 집중
3 지역 간 삶의 질 격차
4 청년층의 수도권·대도시 집중

CHAPTER 2 청년이 보는 지역, 균형발전
1 청년의 지역이동과 정착
2 청년의 지역정착과 네트워크
3 청년의 미래 지역이동
4 청년이 보는 지역, 균형발전정책
5 ‘일자리’지만, 일자리‘만’은 아니다

COLUMN [기고] 균형발전 없이 청년의 미래는 없다

CHAPTER 3 균형발전정책과 청년
1 역대 정부의 균형발전정책
2 윤석열 정부의 균형발전정책과 관련 입법 동향
3 균형발전정책과 청년

CHAPTER 4 ‘지역’에서 ‘청년’하다
1 지역에서 청년하는 사람들
2 전주에서 청년하다
3 공주에서 청년하다

CHAPTER 5 ‘청년’하는 균형발전을 위해
1 청년의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2 청년맞춤형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3 민간 중심의 청년문화 조성으로

수도권은 환경 악화, 주거비용 증가 등으로 살기 힘들어지고 지방은 경제적 자생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 ‘서울은 둥지가 없고 지방에는 먹이가 없다’이다(유튜버 ‘슈카월드’ 등 다수 소셜미디어). 그런데 둥지가 없거나(수도권) 먹이가 없거나(비수도권) 그 결과는 동일하다. 살 수 없어지게 된다. 이를 바꾸어 말하면, 수도권 집중은 국가 소멸로 이어진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균형발전의 중요성은 바로 이러한 인식의 연장선에 있다. 균형발전은 가의 생존전략으로서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8쪽)

그렇다면 앞으로의 미래 균형발전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두어야 할까? 정책의 타깃을 분명히 하고, 정책의 효과성이 가장 높은 계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효과성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타깃은 청년층이라 할 수 있다. 가장 활발한 이동성을 가진 층이자 지역에 활력을 갖는 인구집단,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의 형성과 재생산을 통해 인구의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구 계층이기 때문이다. (23쪽)

“지역에서 청년 문제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하죠. 그런데 일본은 인구감소를 받아들였잖아요. 반면 우리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 각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어서 청년들에게 너무 많이 집착한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하면 청년이 오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본인의 자녀를 지역에 보내겠느냐’라고 되물어 보고 싶어요. 자식에게 ‘그 돈 받고 거기 가라’라고 하실 거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하세요. 돈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원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 그들이 이곳에서 머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133쪽)

“미국 오스틴에서 시작된 음악/영화/IT 축제인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를 아시나요? 그 축제는 ‘우리 동네에서 음악 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려면 왜 큰 도시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규모의 행사였지만, 그 이후 ‘신(scene)’의 중심이 이동하게 되었고, 점차 커져 기업들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도 이러한 모델로 1년에 일주일 정도는 특정 주제의 행사로 지역에서 개최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분야의 전문가나 유명한 인물들이 왜 공주에 있는지 궁금해하게 되죠. 그러면 그때 주변 친구들이 ‘여기서만 살아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저 유명한 사람들이 우리 동네로 오는 거야’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162쪽)

앞선 장들의 논의에서 그간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정책이 청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음을 살펴보고,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청년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들어보았다. 이 장에서는 청년의 목소리에서 착안하여 향후 균형발전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모색하면서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청년의 소리에 기반한 미래의 균형발전정책은 기존 균형발전정책과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여기서는 크게 세 가지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