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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근 시인, 신작 시집 『매화나무 수도승』 발간
진여의 탐구와 동양미학의 세계 여백의 아름다움과 동양미학

이동근 시인의 신작 시집 『매화나무 수도승』이 문학아카데미시선 329번으로 출간되었다. 시집은 제1부 〈내가 온 처음 〉 제2부 〈 출가 〉 제3부 〈 날개를 어루만지는 남자 〉 제4부 〈 나무가 되어버린 아버지 〉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에는 고명수 교수의 해설이 수록되었다.


이동근의 시에는 동양의 정신세계와 동양적인 미학이 맞물려 있다. 동양화의 여백과 그것의 바탕을 이루는 동양정신의 조화가 돋보인다. 만물은 순환하며 모든 존재는 생주이멸의 이법을 따른다는 불교적 세계관의 바탕 위에서 형상미를 추구하는 시 세계가 이동근의 시다. ‘나’의 ‘본래면목’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은 “부리지 못한 어둠”을 등에 지고 무명(無明)의 질곡에 빠져 방황하나 치열한 용맹정진을 거쳐 마침내 진여의 실상을 만나고, 평상심의 세계에 도달한다. 삶의 본질적인 고통을 직시하고 뭇사람들을 연민하며 자비의 윤리를 실천하고자 하는 그는 대자연의 생명력에 연결되어 있는 모든 생명공동체에 존재론적 우정과 사랑을 느낀다. 마음의 수양으로 귀결되는 불교정신과 동양미학이 맞물리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이동근의 시는 적절한 은유와 상징을 활용한 간결한 시어와 자유분방한 상상력에 의해 아련하면서도 담백한 시의 맛을 느끼게 한다. 이동근의 시가 더욱 무르익어 고졸(古拙)하고 완미한 시의 정상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 -고명수(시인, 전 동원대 교수)

벚나무에
수만의
꽃門이 열렸다.

나에게도
꽃이 나오는 길이
있는가!

사랑의 강은 줄기차게 흐른다.
내 사랑의 源泉은 어머니였다.

사랑으로 살아야 하는 까닭 하나
꽃의 길에서 깨우친다.


이 동 근

시인의 말

제？1부 내가 온 처음

18 | 내가 온 처음
19 | 산벚나무 문
20 | 불립문자
21 | 낙엽, 한 소식
22 | 화엄사 화장
23 | 매화나무 수도승
24 | 이 뭐꼬!
25 | 접신
26 | 귀꽃
27 | 사천왕 사열
28 | 비가 쓰는 천수경
29 | 결제를 결재로 생각하다
30 | 변할 수 없어도
31 | 곡신
32 | 착각
33 | 풍경
34 | 벚나무단풍에게

제？2부 출가

36 | 출가
37 | 고요
38 | 심재좌망
40 | 노숙
41 | 달항아리
42 | 지백수흑
43 | 살둔폭설
44 | 경칩독경
45 | 철화백자항아리
46 | 명적
47 | 꽃눈, 떠졌다
48 | 매화꽃등불
49 | 녹색 눈물
50 | 맞선

제？3부 날개를 어루만지는 남자

52 | 숨은 말
54 | 날개를 어루 만지는 남자
55 | 중심잡기
56 | 중산리 순두류길
57 | 경계
58 | 손가락 끝이 간지럽다
59 | 가난한 기도
60 | 오래된 약속
61 | 그대가 모를 뿐입니다
62 | 나다운 이름
63 | 아카시꽃 무대
64 | 낮달
65 | 가을, 단풍장터
66 | 부디 잘살아라
67 | 붓
68 | 바다동백잎
69 | 팽목항

제？4부 나무가 되어버린 아버지

72 | 방고래
74 | 동안거
75 | 고향을 묻는다
76 | 곰소만
77 | 꿈을 담은 배낭
78 | 나무가 되어버린 아버지
79 | 란을 쓰다
80 | 아! 어머니
81 | 연화장세계
82 | 사복은 꽃이었다
83 | 진달래 눈물
84 | 아버지의 고향
85 | 신성한 상징
86 | 태풍 하이선 이후
87 | 이별 식사
88 | 검은 꽃
89 | 달무리
90 | 사랑합니다

제5부 시인의 에스프리

94 | 고명수 해설
진여의 탐구와 동양미학의 세계

매화나무 수도승修道僧


섬진강 화개花開 물 따라가는 길
매화잎도 지고
힘찬 가지만
바람도 흔들지 못하고
묵묵하늘
매화나무의 동안거 결제結制
묵묵정좌默默正坐
새날이 올 봄까지
뿌리가 물러지도록
한
자리
소복이 내려 덮은 잎
온기로 견디어
바람도 비켜 가는 것일까?
가부좌
매화나무 수도승修道僧
빈 나무 안의 꽃


숨은 말


벌어진 석류를 보면
들킨 마음 알알이 쏟아질까 봐
닫아주고 싶었던 말
잘 익은 홍시를 보면
땅에 떨어져
산산이 부서질까 봐
날 새도록 지켜보고 싶었던 말
알알이 꽉 찬 가을 해바라기를 보면
넘치도록 익어
꺾어질세라
해를 향해 세워 주고 싶었던 말
가을이 되도록 숨기며 키워왔던 말
낙엽 지고 스산한 가을비 내리고
부질없이 사라질까.
두려웠던 말
안에서 삭아 터져도 추락해도
혼자 삼키던 말
앞뒤 구분도, 좌우 순서도 없고
부지불식간에 혼잣말로 새어 나와
두 손으로 꼭 막고
빈 하늘만 바라보던 말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