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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인류가 최초로 등장할 만큼 풍요로운 자연환경의 지역이지만, 현대사의 관점에서 보면 서구 열강의 침탈을 가장 심하게 겪은 질곡의 땅이기도 하다. 광활한 지역에 걸쳐 다양하고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던 아프리카는 유럽의 아프리카 진출 이후 극심한 변화를 겪게 된다.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기에 이르는 동안 서구 제국주의에 대한 방비가 되어 있지 못했던 아프리카의 운명은 유럽의 식민지 쟁탈전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정책은 아프리카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그 영향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카메룬은 이러한 아프리카의 아픈 역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나라 중 하나이다.
18세기 유럽의 산업혁명 이후 전통적 농업 생산력의 상실과 노동력의 부족, 그리고 산업화에 따른 원자재 조달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유럽이 그 해결책으로 찾은 것이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착취였다. 19세기 말에 아프리카에 진출한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 중 선두 주자는 단연 영국과 프랑스였다. 이들 두 나라는 19세기 초부터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종단정책(영국)과 횡단정책(프랑스)을 내세우며 아프리카 대부분의 지역을 양분하였고, 나중에는 독일, 벨기에,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국가들도 식민지 쟁탈에 뛰어들게 된다.
아프리카에 대한 유럽의 진출 이유는 지역별로 다양한 이유로 나타난다. 서아프리카 해안지역에 대한 진출은 노예를 통한 노동력의 확보와 원자재 확보가 우선이었고, 북아프리카 지역에 대한 진출은 지정학적, 군사적 교두보 확보가 우선시 되었다. 유럽 국가들의 이러한 지역별 전략은 해외지역에 대한 갈등 해소라는 명분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그들만의 분배 협상을 가능하게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유럽 각국은 자신들의 선호도와 필요에 따라 아프리카를 분배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카메룬은 이 모든 요소들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유럽 열강들은 카메룬의 경제적, 지정학적, 군사적 중요성으로 인해 카메룬 지역에 대한 타협 없는 쟁탈전을 벌였고, 그 결과 카메룬은 현재 아프리카 국가 중 독일과 영국, 프랑스의 지배를 모두 경험한 독특한 나라가 되었다. 15세기 말 포르투갈인들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이후, 카메룬은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상인들의 상업활동의 무대였으며, 19세기 말부터는 차례로 독일보호령, 영국과 프랑스의 위임통치령, 프랑스의 단독 통치에 따른 동일화 정책 등 유럽 3개국의 식민통치를 받게 된다. 이 시기의 독특한 피식민 통치의 경험은 오늘날까지 카메룬의 문화와 제도에 배어들게 되었고, 그 결과는 카메룬 역사와 현재의 카메룬인들의 삶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예를 들어 카메룬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모두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것은 카메룬이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동시에 받은 역사적 사실의 영향인데, 실제로는 프랑스어권의 인구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소수자인 영어권 지역 국민들에 대한 차별로 이어지게 되어, 최근 카메룬에서는 영어권 지역의 폭동사태 등이 빈발하고 영어권 분리 독립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메룬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아프리카 중에서도 더욱 관심을 갖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의 미래 파트너로서의 아프리카 국가 중 빼놓을 수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모쪼록 이 책이 카메룬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기를 바란다.

1장 근대 이전의 카메룬 3
1. BC 10세기- AD 15세기 4
사오족 5
2. 왕국의 형성 7
1) 카넴-보르누 왕국 8
카넴 왕국 8
카넴-보르누 왕국 9
2) 코토코 왕국 12
3) 만다라 왕국 13
4) 바뭄 왕국 15
3. 16세기에서 19세기까지의 카메룬의 상황 21
풀라니족과 팡족의 이주 21
카메룬의 민족 구성 23
베티-파휜 Beti-Pahuin 23
팡 Fang 24
바밀레케 Bamileke 25
바싸 Bassa 27
바뭄 Bamoum 28
풀라니 Fulani, Peuls 29
반다 Banda 30
그바야 Gbaya 31
참바 Chamba 32
코토코 Kotoko 32
마사 Massa 33

2장 유럽의 진출 38
1. 독일 보호령 이전 38
포르투갈의 진출 38
흑인 노예무역과 카메룬 해안의 상황 40
영국의 진출 42
2. 독일보호령 시대 44
1) 독일과 카메룬의 보호조약 체결 44
2) 독일의 카메룬점령과 영토 확장 50
독일의 카메룬 점령 50
카메룬 영토의 확정 54
3) 독일보호령 시대의 카메룬 개발 56
3. 프랑스와 영국의 지배 59
1) 영국과 프랑스의 전시 공동통치 59
2) 카메룬의 분할 59
3) 프랑스 식민지 시대 61
프랑스식 통치제도의 정착 61
지방의회 63
지도자 협의회 63
전통적 지도자의 퇴출 64
프랑스통치 시대의 개발 66
교환 경제의 성장 70
도시화 73
강제노역 74
4. 식민지 탈출 76
1) 식민지 정책의 자율화와 자치정부의 성장 76
2) 2차 대전과 카메룬 79
3) 신탁통치 시대 85
영국의 신탁통치 86
프랑스의 신탁통치 88
4) 2차대전 이후의 카메룬 89
카메룬 정치세력의 등장 89
카메룬 인민연맹(UPC)의 창설 90
UPC의 무장화와 카메룬 전쟁 93
데페르 기본법과 카메룬의 독립 96
아마두 아히조의 등장 98

3장 독립 이후의 카메룬 101
1. 카메룬 연방공화국 101
1) 남부 카메룬과의 연방 101
2) 내전과 권력의 강화 105
2. 통일 카메룬 공화국 107
3. 폴 비야 시대 111
카메룬 나이지리아 영토분쟁 114
암바조니아 독립전쟁 117

카메룬 연보 120

참고문헌 127

1장 근대 이전의 카메룬
1. BC 10세기- AD 15세기
현재의 카메룬 지역에 최초로 인류가 거주했던 때는 구석기 시대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야운데(Yaounde)와 오콜라(Okola) 등 카메룬 영토의 몇 곳에서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지만, 그 수는 많지 않다. 신석기 시대의 유물은 카메룬 중부지역에서 많이 발견되었는데, 주로 돌도끼, 돌끌, 숫돌, 돌무덤 등이 주를 이룬다.
카메룬에 처음으로 집단 거주를 한 민족은 피그미족이라고도 불리는 바카족(Baka)이었을 것이라고 짐작되고 있다. 이들은 지금도 카메룬 남부와 동부의 산림지대에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최초로 이 지역에 대규모로 이주해서 살았던 민족은 반투족(bantou)이다. 기원전 10세기경 현재의 카메룬과 나이지리아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중부의 산악지역에 반투족이 이주하여 거주하게 되었고, 곧이어 티카르족(Tikar)과 바뭄족(Bamum) 그리고 바밀레케족(Bamileke)이 카메룬 북부의 고원지대에 자리 잡게 된다.
카메룬의 남쪽 지역은 오랫동안 인간이 거주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은 이 지역이 울창한 산림지대였기 때문에 인간이 정착하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에 북쪽 지역은 사바나 기후의 초원 지대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간이 정착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북쪽 지역의 차드호(湖) 주변으로 여러 민족이 이주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국가의 형성이 시작되게 된다.

사오족
카메룬 문명에 처음 등장하게 되는 종족은 사오족(Sao)이다. 사오족은 북방의 차드호 분지에 자리 잡고 왕국을 형성하였지만, 구체적인 역사기록은 남아있는 것이 없고 구전에 의해서만 알려져 있다. 구전에 따르면, 사오족은 8세기에서 9세기경 로곤강(Logone River) 강변에서 살았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차드호 지역의 전설에 따르면 사오족은 엄청난 힘을 가진 거인족이었다. 이 종족은 차드호의 동쪽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서기 930년에 이븐 하칼(Ibn Hawqal)은 사오족이 차드호 남쪽의 샤리(Chari) 지역과 코마두구 요베(Komadougou Yobe) 사이에 위치한 지역에 거주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 후 970년경 사오족은 민투루에 정착하였다.
11세기 중엽부터 사오족은 인근 지역에 대한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시작했고, 이웃한 카넴 왕국(Kanem)과는 14세기 이전까지는 큰 갈등 없이 지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14세기가 되면서 카넴 왕국과의 전쟁으로 4명의 왕이 죽음을 당했고, 15세기에 이르러 카넴 왕국에게 완전히 멸망하게 된다. 전쟁에서 패배한 사오족은 대부분 노예로 끌려가게 되고 그들의 도시는 파괴되었다. 그러나 일부 사오족은 차드호 남쪽으로 피신하였고, 다른 일부는 모라(Mora) 지역의 북동쪽에 둘로국(Doulo), 마루아(Maroua) 지역의 북서쪽에 파다레 국(Fadare)을 세우게 된다. 또 다른 일부는 베누에강 너머 지금의 나이지리아 지역까지 진출하였다. 그러나 생존자들은 서서히 코토코 왕국에 흡수되었고, 그들과 동화되게 된다. 16세기부터는 종족으로서의 사오족은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코토보(Kotobo), 부두마(Boudouma) 그리고 비라라(Bilala)족은 이들과의 혈연관계를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사오족과 관련된 많은 고고학적 유적지들이 발견되고 있는데. 진흙을 구워서 만드는 테라코타 기술이 뛰어났다. 사오족은 죽은 사람을 테라코타로 만든 거대한 옹관묘에 담아서 매장했다. 사오족이 거인족이었다는 전설은 이 거대한 옹관묘와 그곳에서 출토된 음료수 잔의 크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옹관묘에서는 테라코타로 만든 주화, 파이프, 그물추, 사냥도구 등이 발견되었는데, 사오족의 예술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사람과 동물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인물상들은 대부분 머리 부분만 제작되었는데, 흑아프리카 다른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극도로 단순화된 이 도기 제품들은 종교의식에 사용되었으리라 추정되고 있다. 고슴도치, 하마, 도마뱀 조각상들도 유적지에서 다수 발견되었다. 금속 예술도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이와 관련된 유물은 그리 많지 않다. 청동이나 구리로 만든 장신구가 옹관묘에서 발견되었고, 귀걸이나 팔찌, 발찌, 목걸이, 반지, 실로 꿴 낱알들, 단추 등도 있다. 동물 모양을 한 목걸이 펜던트들은 가장 뛰어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