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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존 화이트(John Peter White, 1934~ )의 Intelligence, Destiny and Education: The ideological roots of intelligence testing(Routledge, 2006)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출간된 다음 해에 영국교육학회의 우수학술상을 받았다. 존 화이트는 런던대학 교육전문대학원(UCL Institute of Education) 교육철학 명예교수로 현대교육을 이끈 50인의 교육사상가에 속한다. 그는 교육목적과 교육과정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교육철학자로 인정받아왔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 4권이 이미 한국어로 번역되었고, 그의 교육철학에 관한 연구서도 이미 2권이 출간되었다. 이 모든 작업에 역자가 참여했다.

역자 서문

이 책은 존 화이트(John Peter White, 1934~ )의 Intelligence, Destiny and Education: The ideological roots of intelligence testing(Routledge, 2006)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출간된 다음 해에 영국교육학회의 우수학술상을 받았다.
존 화이트는 런던대학 교육전문대학원(UCL Institute of Education) 교육철학 명예교수로 현대교육을 이끈 50인의 교육사상가에 속한다. 그는 교육목적과 교육과정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교육철학자로 인정받아왔다. 그의 수많은 저서 중에서 4권이 이미 한국어로 번역되었고, 그의 교육철학에 관한 연구서도 이미 2권이 출간되었다. 이 모든 작업에 역자가 참여했다.
이 책은 어떤 책이고 왜 번역하게 되었는가? 이를 밝히기 전에 이 책과 연관된 우리 교육 이야기를 꺼내 보자.
한국교육은 어떤가? 우리 교육은 단연코 시험경쟁 중심이다. 시험은 교과 시험이다. 시험을 보는 과목은 주로 지적 교과다. 그중 수학/영어/국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교과마다 시험 문제는 전문가들이 만들어 준다. 교과별 시험 문제는 모든 학생이 정해진 시간 내에 풀어야 한다. 그 결과가 정답/오답으로 판정되고, 점수로 합산되며, 합산된 총점은 등수로 서열이 매겨진다. 시험 점수의 서열에 따라 학교/대학의 진학이 좌우된다. 진학은 보수와 명예가 크게 달라지는 직업 세계로 이어진다. 이것이 우리 교육의 핵심 단면이다.
이런 교육은 ‘입시 공화국’을 낳고, ‘시험국민’을 탄생시키고, ‘시험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꿈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교육=교과=시험=경쟁=서열=승패의 고리는 우리 아이들을 옥죄는 운명의 쇠사슬이 되기 쉽다.
그런데 잠깐 우리의 언어와 상식을 돌이켜 보자. 여기에는 교육적 지혜가 많이 담겨있다. 몇 개만 보자. 지행합일(이론과 실천이 온전한 하나를 이루는 삶의 세계), 문무겸비(마음 공부와 몸 공부가 병행되는 온전한 인간), 지덕체(지육, 덕육, 체육의 조화로운 교육), 진선미(진리, 선행, 아름다움이 어우러지는 삶). 지정의(지식, 감정, 의지가 두루 발달한 인간). 이와 같은 언어, 상식, 지혜가 아직 짙게 남아있기에 우리는 교과 시험의 경쟁교육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러나 현실은 쉽게 떨쳐버리기가 어렵고, 거기엔 복잡다기한 사연과 역사가 뒤엉켜있다.
여기서 차분하게 깊이 생각해보자. 시험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디서 생겨난 것일까? 시험으로 경쟁하고, 서열을 정하고, 사람을 차별하는 일은 언제 어떻게 해서 생겨났을까? 시험은 어째서 여러 교과 지식을 대상으로 삼아서 치르게 되었을까? 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해서 수학/영어/국어/과학/사회가 시험과목으로 중시되었고, 가정/음악/미술/체육은 빠지게 되었을까?
현재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이런 교과목과 시험은 근대교육의 산물이다. 이는 서양의 근대교육이 19세기 말엽에 인도,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다. 그것이 식민지 시대, 그리고 해방 후 분단 시대를 거치면서 다양하게 변하기도 했었지만 큰 틀에서는, 앞서 말한 의미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렇다면 학교, 교과, 시험, 경쟁, 차별 등과 관련된 이런 교육은 서양의 근대에서 어떻게 발전해온 것일까? 그곳의 근대학교와 이곳의 현대학교는 어떤 점에서 얼마나 비슷한 것일까? 만일 오늘날 우리의 학교 교육이 서양이라는 먼 곳의, 그리고 근대라는 먼 시기의 그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놀라게 될 것이다. 현실에는 우리가 모르는 긴 역사가 늘 깔려있기 마련이다.
여기서 존 화이트의 책을 번역한 까닭이 이해될 것이다. 책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몇 가지 지적 교과를 중심으로, 연속적인 시험을 통해서, 점수로 판정되고 합산되고 서열화되는, 극히 일부분의 지적 능력이 아이들의 현재와 미래의 희비를 운명처럼 갈라놓는 교육의 역사를 이 책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교육의 역사는 더 구체적으로 지능 심리학 및 청교도주의의 발전과정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물론 독자에게는 서양의 낯선 용어, 개념, 사건 등이 난해하게 느껴질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역사 이야기가 입시 공화국 한국의 교육을 이해하고 극복하는 데에 보탬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독자에게 고진감래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명쾌한 번역서가 되도록 역자로서 최선을 다했음을 고백하고 싶다. 이 책을 위해 도와주신 많은 분께 이 역서를 바친다. 그리고 늘 응원해 준 임배 박사, 라틴어 관련 부분을 도와준 이무영 선생, 출판에 힘써준 한은택 사장, 그리고 번역판 서문을 보내준 존 화이트 교수(John White)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22. 12. 21.
이지헌 드림

역자 서문
한국어판 저자 서문
감사의 말

서론

Chapter 1. 지능이론의 새로운 설명
1. 교육 시스템: 두 사람의 역할
1) 로버트 모란트
2) 시릴 버트
2. 버트, 골턴 그리고 지능
3. 골턴의 지능 개념: 특이함
1) 지능: 지적
2) 지능: 일반적
3) 지능: 생득적
4) 지능: 제한된
4. 골턴의 지능관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그의 우생학 프로젝트
5. 골턴의 계승자: 버트
6. 골턴 프로젝트: 미국에서
1) 헨리 H. 고다드
2) 루이스 터만
7. 이해의 공백: 왜 골턴주의인가?
1) 왜 추상적 사고를 강조했는가?
2) 왜 능력의 시험/검사에 사로잡혔는가?
3) 왜 최고/최하위 능력으로 관심이 양극화되었는가?/
4) 왜 거창하게 과장했는가?
5) 왜 그 흔적은 1865년에서 멈추는가?
8. 결론

Chapter 2. 비슷한 점
1. 지능과 예정설
2. 청교도주의: 영국과 미국
1) 영국
2) 미국
3. 비슷한 점
1) 예정설
2) 유전과 생득설
3) 구원과 저주
4) 노동윤리
5) 직업
6) 가족, 평등, 기회의 평등
7) 교육
8) 인종
9) 젠더
4. 결론

Chapter 3. 기원
1. 프랜시스 골턴
2. 시릴 버트
3. 영국의 다른 심리학자
1) 윌리엄 맥두걸
2) 칼 피어슨
3) 찰스 스피어만
4) 갓프리 톰슨과 레이먼드 카텔
4. 미국의 지능 심리학자: 고다드와 터만
1) 헨리 허버트 고다드
2) 루이스 터만
5. 미국의 다른 심리학자
1) G. 스텐리 홀
2) 제임스 맥킨 카텔
3) 로버스 M. 여키스
4) E. L. 손다이크
5) 서스턴과 우스워드
6. 영국과 미국의 최근 심리학자
1) 필립 버논
2) 한스 아이젱크
3) 아서 젠센
4) 리처드 헌스타인
7. 파스토레의 명제와 반대사례의 문제
1) 니콜라스 파스토레
2) 존 듀이
3) 왓슨
8. 장 피아제
9. 로버트 모란트
10. 결론

Chapter 4. 논리와 마음
1. 지능: 추상적인 지적 능력
2. 골턴주의는 어디서 왔을까?
3. 라무스의 논리와 청교도 정신
4. 논리: 비국교도 아카데미에서
5. 성령론: 비국교도 아카데미에서
6. 논리와 마음: 스코틀랜드에서
7. 논리와 마음: 미국에서
8. 다시 골턴으로
9. 결론

Chapter 5. 지식과 교육과정
1. 비국교도 아카데미와 전통적인 학문적 교육과정의 뿌리
2. 라무스와 청교도 교육과정
3. 비국교도 아카데미의 역할에 관한 의문점
4. 청교도의 교육과정: 스코틀랜드에서
5.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6. 1988년까지의 이야기
7. 전통적인 학문적 교육과정: 오늘날
8. 시간표
9. 시험
10. 존 듀이와 전통적 교육과정
11. 결론

Chapter 6. 현대적 관점
1. 비국교도와 정치
2. 지능과 교육
3. 영재
4. 오늘날의 학교 교육과정
5. 인생의 성공
6. 인간적 충족
7. 맺음말

결론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서문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이었다. 나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주마다 지능검사 연습을 시키셨다. 그것은 열 한 살에 치르는 시험(11+)의 일부분이었고, 지능검사에서 높은 IQ 점수를 얻은 아이들은 우수 학교였던 문법학교로 진학할 수 있었다. 그때는 중등학교가 이원화되어 있었고, 이런 중등학교 선발 시스템이 1944년에 입법화되었기 때문에 우리 반은 최우수 집단에 들어가야만 했다. 그때는 나도 몰랐었다. 그때부터 25년이 흐른 후, 지능검사를 비판하는 철학자로서 내가 IQ 측정으로 가장 유명한 영국 심리학자 시릴 버트(Cyril Burt)와 오랫동안 서신을 교환하게 될 줄은 몰랐었다.
https://www.researchgate.net/publication/281899483 Learning without limits Correspondence with Cyril Burt 1970-1
시릴 버트는 이 책에서 다루는 중심인물에 속한다. 프랜시스 골턴 등과 같은 영국의 심리학자 그리고 미국의 지도적인 심리학자와 함께 다룬다. 이들 중에는 우생학자가 많다. 이들이 사용했던 지능의 개념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철학적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예컨대 추상적 추론에 초점을 두었던 점, 그리고 생득적으로 결정되는 능력의 천장이 있다고 가정했던 점을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이런 점은 오래된 종교적 아이디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그 중 하나가 예정론이다. 예정론은 영국과 미국의 역사에서 아주 큰 영향을 미쳤던 청교도 혹은 비국교도 사상운동과 연관된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종교적 전통’이 ‘지능 및 지능검사에 관한 근대 심리학의 견해’와 어떤 식으로인가 인과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탐구한다. 역사적 인과 관계는 복잡한 것임을 감안하면서, 이 책에서 주장하는 점은 전자가 후자의 유일한 뿌리라는 말이 아니라, 전자에 모종의 인과적 역할을 부여할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돌이켜 보면 이런 구분을 이 책에서 더 강조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대다수 심리학자의 종교적 배경에 어떤 공통점이 들어있는가를 밝혀내고, 그리고 청교도 전통에서 예정론, 영혼, 논리적 사고와 같은 아이디어가 어떤 의의를 갖는가도 밝혀낸다. 또한 이 아이디어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전통적인’ 학교 교육과정 및 이와 깊이 연관된 시험(의 근대 초기)의 기원과 연결된다. 이런 복합적 이야기는 마지막 장에서, 이 책의 출간 연도인 2006년까지 이어진다.
이 책이 출판된 지 어느덧 17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그 이후 2010년부터 잉글랜드에서는 전통적인 국가 교육과정 및 이와 연관된 시험이 더욱 치열한 형태로 바뀌고 말았다. 이런 변화는, 자기 자녀를 대학에 보내고 최상의 직업을 얻도록 만드는 일에 혈안이 되어있는 더 부유한 가정에 편파적이라는 인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명확해졌다. 나는, 이런 안타까운 변화가 은밀한 형태의 선발이요, 과거에 11살에 아이들이 치렀던 IQ 점수를 기반으로 삼아 명문/비명문 학교로 그들을 선발했던 제도처럼 노골적이며, 이와 똑같은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긍정적 변화도 없지 않았다. 2021년에 내가 소속된 런던 대학(University College London)에서는 과거에 우생학 운동이 벌어진 시기를 주도했던 인물, 즉 (이 책에서 다루는) 프랜시스 골턴, 혹은 칼 피어슨에게 명예로운 대우를 했었는데, 대학은 역사적으로 저질렀던 이런 과오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했다. 이미 2020년에 런던 대학은 강의실과 건물에 붙어 있었던 골턴과 피어슨의 이름을 취소했다.
그뿐만 아니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는 〈한계 없는 학습〉이라는 프로젝트를 1999년에 시도한 이후로 갈수록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중이다. 그 프로젝트의 해설에 따르면, “한계 없는 학습 프로젝트는 능력에 관한 결정론적 믿음을 따른지 않는 교수-학습 접근방식을 개발하는 일에 헌신한다. 이 프로젝트는, 고정된 능력이라는 아이디어,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교육 실천이 학습을 제한하는 수많은 복잡한 방식에 주목했던 수십 년의 연구가 축적되어 비로소 촉발된 것이다.”
나는 한국의 독자가 내 책을 즐겁게 읽어주기를 희망한다. 여러분이 내 책을 한글판으로 읽을 수 있게 되어 내 마음은 기쁘기 짝이 없다. 번역하고, 또 출판에 신경을 쓰느라 수고가 많았을 나의 오랜 친구, 그리고 교육철학 동료인 전남대학교 이지헌 명예 교수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2022. 11. 9.
존 화이트(John Wh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