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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생물 이야기(큰글자도서) : 양지윤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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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느 날 일어나 보니, 내가 무생물이 되어 있었다.’

무생-물(無生物)
「명사」 『생명』 생물이 아닌 물건. 세포로 이루어지지 않은 돌, 물, 흙 따위를 이른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무생물이 되어 있었다. 아주 간단하다. 나는 물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반대로 나를 제외한 집 안의 모든 것이 생물이 되어 있었다. 이불은 느끼한 자세로 내 몸에 엉겨 붙어 있었고, 침대는 내가 무겁다며 성질을 냈다. 책들은 번식을 끝낸 나방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책상은 늙은 조랑말처럼 앞다리를 굽히고 앉아 있었다. 전자레인지는 오르골 흉내를 내며 빙글빙글 돌았고, 식기들은 캐스터네츠처럼 서로 부딪치다가 깨져버렸다. 바닥은 잠자는 고래의 등처럼 흔들렸고, 의자는 시츄처럼 뛰어다녔다. 들어가자 변기가 나폴레옹 흉내를 내며 물대포를 쐈고, 샤워기가 묘기 부리는 뱀처럼 일어나 내 목을 물 준비를 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출판사 서평

큰글자도서 소개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제 인생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그야 해봐야 알겠죠.”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사방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눈앞의 것들은 모두 그대로인데 냉장고, 세탁기, 변기, 전자레인지, 노트북, 의자 등등이 살아서 움직이고 말을 한다면? 이 이야기는 주인공 ‘나’가 어느 날 무생물이 된다는 그 황망한 낯섦으로부터 시작된다.
소설 속 주인공인 ‘나’가 무생물이 되는 순간,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생물이 된 나의 ‘물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하루를 그저 그렇게 보내던 어느 날, 창밖을 바라보다가 여행 가방에서 나오는 ‘아줌마’를 발견하게 된다. 그녀가 가방에서 나와 스트레칭을 하던 사이 여행 가방은 사라지고, 새끼 리트리버처럼 여행 가방을 안고 간 남자를 나는 보았다.
아줌마는 여행 가방을 찾기 위해 ‘나’를 찾아온다.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움직임을 위해, 아줌마는 잃어버린 가방을 찾기 위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과연 ‘나’는 생물로서의 인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이 소설은 주인공은 나 자신이며 독자 여러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나’와 같이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어가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야기 속 나는 고립된 상황에서도 지나친 절망에 빠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이 오면 거리마다 케이크에 불이 켜지듯 인생의 길에도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가방에서 나온 사람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럴 땐 함께 손을 잡고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당신은 무생물이 아니다. (p.272)’ 와 같이 말이다.
《무생물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여러 이유로 자신을 스스로 무생물 혹은 하찮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나의 힘이든, 타인의 힘이든 분명히 ‘누군가’의 도움으로 결국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당신은 무생물이 아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이유에 대하여 “어느 추운 겨울, 소설의 시작처럼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사방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 의지와 무관하게 세상에 큰 변화가 일어난 느낌이었다. 어제나 오늘이나 눈앞의 것들은 다 그대로인데 공기만이 달라져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순간 냉장고가 지잉 소리를 내며 돌아갔다. 그 소리가 내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나는 살아가고 있다고, 비록 나(냉장고) 따위가 얼마나 진지한지 알아주는 이 없지만, 이 세계에 제법 열심히 존재하고 있다.’라고. 그때부터였다. 그들에 대해 써보고 싶어졌다. 분명 존재하지만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그러니까 무생물에 대해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그리고 그 많고 많은 무생물의 중심에 내가 있었다. 어쨌거나 그것은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 글을 쓰는 내내 유쾌했다고 말하며,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도 못한 채 그들의 목소리를 따라 흘러갔고 자연스레 섞여 들어갔다. 그 여정은 조금도 외롭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저마다 의미가 있는 그들의 영혼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기쁨이었다. 여태껏 그만큼 중요하고 보람찬 일은 없었다. 이 책은 일정의 나의 고백록과도 같다. 하지만 무생물이라는 여간해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고 싶었다는 것만은 알아주길 바란다.”라며 이 책에 대한 당부를 덧붙였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이 주변에 평범하게 있는 것들(사람도 포함)에 대해 다시 한번 잘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목차

1부 무생물 이야기
2부 크기만 다르고 본질은 같다
3부 쥐발귀개개비
4부 산에 사는 사람들
5부 잠들지 않는 집

본문중에서

아침에 일어났는데 내가 무생물이 되어 있었다. 반대로 나를 제외한 집 안의 모든 것이 생물이 되어 있었다.
이불은 느끼한 자세로 내 몸에 엉겨 붙어 있었고, 침대는 내가 무겁다며 성질을 냈다. 책들은 번식을 끝낸 나방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책상은 늙은 조랑말처럼 앞다리를 굽히고 앉아 있었다. 전자레인지는 오르골 흉내를 내며 빙글빙글 돌았고, 식기들은 캐스터네츠처럼 서로 부딪치다가 깨져버렸다. 바닥은 잠자는 고래의 등짝처럼 흔들렸고, 의자는 시츄처럼 뛰어다녔다. 화장실에 들어가자 변기가 나폴레옹 흉내를 내며 물대포를 쐈고, 샤워기가 묘기 부리는 뱀처럼 일어나 내 목을 물 준비를 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 1부. 무생물 이야기

벌써 며칠째 나는 제대로 잠도 못 자고 먹지도 못했다.
침대와 냉장고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다가가면 그들은 겁을 주면서 나를 쫓아냈다. 그것들이 무생물일 때는 몰랐는데, 생물이 되고 나니 덩치가 커서 무서웠다. 그들이 내 몸 위로 떨어지기만 해도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아도 죽을 수도 있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나는 배가 고파서 죽을 지경이었다.
“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야?”
내가 물었다.
“몰라서 물어?”
냉장고가 말했다.
“내가 무생물일 때 네가 어떻게 했는지 떠올려봐.”
나는 생각해보았다. 기억나지 않았다.
“모르겠는데.”
“‘나의 냉장고’라고 불러준 적 있어? 있으면 빨리 말해.”
냉장고가 말했다.
“없어.”
냉장고가 흥분해서 코와 입으로 슉슉대며 냉기를 쏟아냈다. 그러고도 더운지 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다. 나는 냉장고 문짝에 맞아서 죽은 사람 얘기를 들어본 적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나는 이 집에 온 이래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널 위해 일했어. 네가 지키고 싶어 하는 것들을 지켜내느라.
그런데 넌 나한테 고마워하기는커녕 나의 냉장고라고 불러준 적도 없어.”
냉장고의 말은 사실이었다. 나의 냉장고라고 불러주 긴커녕 한번도 진지하게 냉장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가 무생물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오는 걸 알았다.
그 소리는 안방에서 나고 있었다. 베개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침대가 내는 소리였다. 지난 며칠 동안 지켜본 결과, 우람한 몸집의 궤짝은 깃털보다 더 마음이 여렸다.
내가 침대를 의식하는 걸 눈치채고 냉장고가 말했다.
“넌 침대에게도 ‘나의 침대’라고 불러준 적 없어. 네 인생의 무게를 받아내느라 쟤는 말더듬증까지 생겼는데.”
“나는 똥오줌을 받아줬지.”
바로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고 변기가 소리쳤다. 나폴레옹이 양손을 허리에 올린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며칠째 똥을 누지 못해 얼굴이 누렇게 변한 걸 빠뜨리고 말하지 않았다. 그가 무언가 빠뜨리기 좋게 생기기도 했지만.
“그래. ‘나의 변기’도.”
냉장고가 친절하게 덧붙였다.
나는 상황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 하지만 그건 내가 너흴 무시해서 그런 게 아니야.”
내가 변명했다.
“이건 크기의 문제야. 내가 너흴 들고 세상 밖에 나갈 수만 있었어도 사람들 앞에서 나의 냉장고라고 말할 기회가 있었을 거야.”
“과연 그럴까?”
냉장고가 고개를 까딱하자 멀리서 검정 물체가 뛰어 왔다. 걸레였다. 원래는 행주였던 게 분명한 노란 천 조각이 불에 그을린 것처럼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런 게 내 집에 있는지도 몰랐다.
- 1부. 무생물 이야기

나는 젖은 책들을 거실 바닥에 일렬로 늘어놓았다. 그것들은 저수지에서 건져 올린 미라들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것들을 꽃잎처럼 말렸다. 어떻게 보면 영구보존할 가치가 있는 아름다운 시절처럼 보이기도 했다.
나는 내 집에 있는 무생물들을 바라보았다. 침대와 냉장고, 변기, 노트북, 심지어 배은망덕한 시츄들까지. 그들은 떨고 있었다. 잊혀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가 책을 쓴 것도 잊혀지지 않기 위해서다. 나는 책을 써서 그러한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무생물이 된다는 것은 잊혀진다는 것이다. 무생물이 무생물인 이유는 살아 있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슴속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모두 얼마쯤은 무생물이다. 텅 빈 가슴을 안고 살아간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은 그 안을 진실로 채워야만 한다. 내 집 안의 무생물들을 보며 깨달았고 마찬가 지로 내가 무생물이라고 착각하는 동안에도 깨달은 사실이다. 나는 살아간다.
나는 창가로 다가갔다. 아줌마와 나의 연인은 차디찬 겨울날 따뜻한 볕을 쬐러 나온 병아리처럼 서 있었다. 그것은 이상한 광경이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나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곳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 지었다. 나도 미소 지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깨달았다. 그것은 이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일이다.
그렇게 이 모든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굳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이 오면 거리마다 케이크에 불이 켜지듯 인생의 길에도 어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가방에서 나온 사람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럴 땐 함께 손을 잡고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당신은 무생물이 아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 5부. 잠들지 않는 집

저자소개

양지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8년간 영업팀에 근무하였으나 그만두고 현재는 소설을 쓰고 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들에 관심이 있다. 익명의 존재들에 대한 글쓰기를 즐긴다. 록 음악을 즐겨 듣고 틈틈이 그림 전시도 보러 간다. 재미있게 살고 싶다.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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